'주제, 의미에서 벗어나 보기'
작작 : 월간, 정기, 강제, 산출 프로젝트
2021.10 - 무제
1.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는 작작.
작작을 함께하는 멤버들은
한 '주제'에 대해 정말 다양한 표현 방식을 이용해 작업을 하고 공유한다.
누군가는 사진으로, 어떤 이는 글로
3D를 만드시는 분도 있고, 직접 그림을 그리는 등
한 주제에 대한 자신의 시선을 자신의 표현 방식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2.
한 달에 한 번씩 정해지는 '주제'는 결국 제목이 되고
그 단어를 갖고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하게 되곤 한다.
이렇게 중요한 작작의 주제는 랜덤으로 돌리는데
10월 주제 선정을 내가 하게 되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은 '무제'였다.
3.
네이버 사전에서는 무제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무제 : 無題
[명사] 제목이 없음. 흔히 시나 그림 따위에서 제목을 붙이기 어려운 경우에 제목 대신에 사용한다.
무제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주제'라는 이유로 하나의 '단어'에 집중, 집착하며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닌
작작을 하는 멤버들이 제목을 붙일 필요가 없는
그냥 본인을 보여주는 작업물을 한 번쯤 해도 좋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냥 지금이 좋아 찍은 사진이나
그냥 지금이 좋아 선택한 물감으로 쓱 그은 한 줄 이어도 상관없다.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적어
요점이 없는 문장과 글과 단어들이 모여 제목을 지을 수 없는 글도 좋을 것 같다.
무엇인가 정답, 혹은 정의를 내리지 않는 각자가 생각하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그냥 그런 것들을 함께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4.
내가 좋아하는 화가 중에 마크로스코 라는 화가가 있다.
20대에 그림과 관련된 일을 할 때 알게 된 화가인데,
일을 하다 그냥 계속 시선이 멈춰지게 만든 그림이 하나가 있었다.
그 그림의 제목은 Untitle이었는데 다시 그 그림을 찾으려고 하니
이 화가의 그림 대부분의 제목은 untitle이었다.
처음에는 그 그림이 무엇인지 찾으려 했는데
마크로스코의 Untitle 그림을 하나씩 보면서 내 시선을 빼앗던 그 그림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아 졌다.
마크로스코가 색을 고르고 칠하면서 그림의 제목을 Untitle로 붙였던 것 같이,
내 시선을 사로잡는 Untltle 은 그때의 내 기분과 상황과 감정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이다.
5.
물론 '무제'라는 단어와 뜻과 의미에 집중해서 무엇인가를 해도 좋다.
다만, 한 번쯤은
'무슨 말하려는 거야' '그래서 내용이, 제목이, 의미가 뭐야'라는 강박에서 벗어나서
'내가 지금까지 이것으로 글을 썼고, 그림을 그렸고, 만들었고, 보여줬고'라는 관성에서 벗어나서
사회적인, 학습적인 부분이 아닌 '그냥 내가 담거나 표현하고 싶은 무엇인가를 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지 않을까 싶다.
가끔 왜 찍었나 싶은 사진들이 있지만
그 공간과 시간과 상황과 시선이
그 셔터를 누르게 만든 무엇인가가 있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