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해서 더 아름답다

노자와의 대화

by 루니
"텅 비어 있어서 더 충만하고,
불완전한 덕분에 더 아름답다.
나답게 산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 노자


완벽하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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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해야만 가치가 있는 걸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완벽주의자였다.

기획안은 완벽하게 다듬어진 후에야 공유했고, 회의 발표는 예상 질문까지 모두 준비한 후에야 했다.

불완전한 모습을 보이는 게 두려웠다.


그러다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평소처럼 완벽한 기획안을 만들려고 했지만, 업무량이 너무 많았다. 일주일이 지나도, 2주가 지나도 완성되지 않았다.

완벽하게 만들 수 없으니 아예 시작할 수 없었다.

결국 팀장님이 물었다.

"진행 상황이 어때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직 완벽하지 않아서... 70% 정도밖에 안 됐습니다."

그때 팀장님이 말했다.

"그럼 그 70%를 먼저 보여주세요. 함께 완성해 나가면 되니까요."


그 순간 느낀 건 압박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이었다.


노자와의 만남

그날 밤, 불완전한 기획안을 공유하고 난 후 만난 노자의 이 말이 마음에 스며들었다.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도 괜찮을까?"
노자의 대꾸: "텅 비어 있어서 더 충만하고, 불완전한 덕분에 더 아름답다."

순간 이해했다.

완벽한 척 꽉 채워진 기획안보다, 70%만 채워져 있지만 함께 완성해갈 여지가 있는 기획안이 오히려 더 가치 있었다.

불완전함은 약점이 아니라 성장의 여지였고, 텅 빈 공간은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들어올 자리였다.


게임의 여백처럼

게임을 기획할 때, 밸런스를 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여백'이다.

모든 것을 다 채워놓고,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게임 속 플레이어는 숨 쉴 공간이 없다.

오히려 적절한 여백이 있을 때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모든 것을 완벽하게 채우려 하면 오히려 숨이 막힌다.

불완전함이라는 여백이 있을 때, 비로소 성장할 공간이 생긴다. 불완전함은 나다움의 증거였다.


나답게 사는 연습

그날부터 나만의 '비움 루틴'을 시작했다.

매일 저녁:

내려놓기 - "오늘 완벽하지 못했던 것" 하나 적기 예: "회의에서 완벽한 답변을 못했다"

기록하기 - "그래도 괜찮은 이유" 찾기 예: "솔직하게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비움의 시간 - 잠들기 전 5분, 아무것도 하지 않기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 채워야 한다는 압박을 내려놓는 시간


처음엔 어색했다.

불완전한 나를 인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설계한 기획과 고민하고 있는 요소를 공유하고, 이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피드백을 요청하니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완벽하지 않은 부분이 완벽하게 정리되기 시작했고, 공유된 내용을 바탕으로 개발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실수를 해도 덜 자책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숨 쉴 공간이 생겼다.


텅 빈 충만함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완벽한 기획이 아닌 큰 줄기와 방향을 공유하고 함께 완성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고, 그 방식을 인디 프로젝트에 적용했다.

처음에는 기획 총괄이시니 방향대로 개발하겠어요.라는 소극적 방식이 70%만 준비해서 공유 후,

"큰 방향은 이렇습니다. 다만 이럴 경우 이런 부분이 고민이 됩니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조작 step이 많아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자 동료들이 말했다.

"오히려 더 좋아요. 우리 의견도 반영할 수 있으니까요."


불완전함이 오히려 협업의 공간을 만들어준 것이다.

"불완전하면 실패한 것 같아요."
노자의 대꾸: "불완전함은 실패가 아니라 성장의 증거야. 나답게 산다면 그걸로 충분해."

노자의 말처럼, 텅 비어 있어서 더 충만하고, 불완전한 덕분에 더 아름답다.

완벽하게 채워진 삶은 더 이상 성장할 공간이 없다. 하지만 불완전한 삶에는 여백이 있고, 그 여백에서 진짜 나다움이 자란다.


나답게 산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불완전함은 약점이 아니라 나다움의 증거니까.



오늘 당신이 완벽하게 해내지 못해 괴로웠던 일이 있나요? 그 불완전함에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댓글로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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