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셰익스피어와의 대화
"모두를 사랑하라.
그러나 몇 사람만 믿어라.
다만 누구에게도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
– 윌리엄 셰익스피어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면 안 될까?
3년 전, 팀원의 소개로 채용했던 1년 차 팀원이 있었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열정적이었고, 업무를 배우고 익히는 능력이 뛰어나, 나는 그 열정과 능력을 믿고 중요한 업무를 많이 맡겼다.
팀원들이 "너무 빨리 신뢰하는 거 아니냐"라고 했지만, 나는 "기회를 주면 잘할 거야"라고 답했다.
그런데 프로젝트 진행 중, 자신을 추천했던 팀원이 팀 내 분란을 일으켜 퇴사하고, 남아 있던 1년차 팀원은 내가 발표한 프로젝트 방향성이 마음에 안 든다는 핑계로 퇴사를 선언했다.
처음엔 면담을 통해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 그리고 이해했다. 자신을 추천했던 대상이 퇴사를 했으니 마음이 불편했으리라.
그래서 괜찮은 회사에 추천을 넣어 줄려고 했다.
나에 대한 악의적인 말을 듣기 전까지 말이다.
결국 1년차 팀원도 퇴사하고, 후폭풍에 정신이 나간 상태로 진행되지 못한 업무를 밤을 새워 대신 수습했다.
그때 느낀 건 상처였다. 선의로 믿었는데, 그 믿음이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지치고, 불신으로 가득 찬 밤, 괴롭고 힘든 마음으로 읽게 된 셰익스피어의 이 말이 마음을 울렸다.
"모두를 믿으면 안 되는 걸까?"
셰익스피어의 대꾸: "모두를 사랑하라. 그러나 몇 사람만 믿어라."
순간 이해했다.
나는 사랑과 신뢰를 구분하지 못했다.
모두에게 선의를 베푸는 것과 모두를 깊이 신뢰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사랑은 넓게 줄 수 있지만, 신뢰는 시간과 경험을 통해 쌓아야 하는 것이었다.
게임 시스템을 설계할 때 권한 관리가 중요하다.
모든 유저에게 똑같은 권한을 주면? 시스템이 무너진다.
일반 유저, 운영자, 관리자마다 다른 접근 권한을 주는 이유는 보호하기 위해서다.
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
모두에게 선의를 베풀되, 깊은 신뢰는 선택적으로 주는 것. 이것은 냉정함이 아니라 지혜였다. 경계는 나를 지키는 동시에 상대를 존중하는 방법이었다.
그날부터 나만의 '관계 경계 루틴'을 만들었다.
관계 3 구역 설정:
1 구역 - 사랑 (모든 사람)
기본적 존중과 친절 베풀기
상대의 성장을 응원하기
하지만 중요한 업무나 비밀은 공유하지 않기
2 구역 - 협력 (검증된 사람)
함께 일하며 신뢰를 쌓은 사람
중요한 업무를 나눌 수 있지만 여전히 확인 필요
시간을 두고 관찰하기
3 구역 - 신뢰 (소수의 사람)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검증된 사람
깊은 고민과 중요한 결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
상호 신뢰가 쌓인 관계
거절 문장 훈련:
"고마운데, 이번엔 내가 직접 해볼게요" (1 구역)
"함께 확인하면서 진행하면 어떨까요?" (2 구역)
"네가 하는 거 믿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3 구역)
처음엔 냉정해 보일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3개월째 실천하다 보니 오히려 관계가 건강해졌다. 무리한 신뢰로 인한 실망이 줄었고, 진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더 깊어졌다.
그 이후 새로운 팀원이 들어왔다.
열정적이고 능력도 있어 보인다. 예전의 나였다면 바로 중요한 일을 맡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함께 천천히 해봐요. 서로 알아가면서 진행하면 좋겠어요."
"경계를 두면 냉정한 사람이 되는 거 아닐까?"
셰익스피어의 대꾸: "모두를 사랑하되, 신뢰는 신중히. 그것이 너와 상대 모두를 지키는 거야."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모두를 사랑하되 몇 사람만 깊이 믿는 것. 이것은 냉정함이 아니라 성숙함이다. 사랑은 넓게 베풀되, 신뢰는 시간을 두고 쌓아가는 것. 그리고 누구에게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서도 나 자신을 지키는 것.
경계는 관계를 막는 벽이 아니라, 건강한 관계를 위한 지혜다. 모두에게 선의를 베풀되, 내 마음의 깊은 곳은 신중하게 나누는 것. 그것이 진짜 성숙한 사랑이다.
당신에게도 선의로 대했다가 상처받은 경험이 있나요? 사랑과 신뢰의 경계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지 댓글로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