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사람을 신사로 만들고, 대화는 신사를 완성시키며, 예의는 모든 문을 연다."
– 토머스 풀러
아는 것과 전하는 것은 왜 이렇게 다를까?
작년 이맘 때쯤, 팀 내부 회의에서 게임 시스템 구조를 설명했다.
유저가 게임을 진행하며 만나게 될 단계별 시스템, 각 단계에서 제공할 콘텐츠와 보상 구조를 치밀하게 준비했다. 나는 이 구조가 게임의 핵심이라고 확신했기에 게임 개발 전 이 단계를 미리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발표가 끝나고 돌아온 반응은 침묵이었다.
"이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는데요?"
"왜 이 회의를 한 건지 모르겠어요."
그 순간 답답했다.
'재미만 생각하고, 설계없이 개발로 바로 진입하면 추후 개발 다음 단계에 대한 길을 잃을 것이라 생각해서 시스템 구조를 설계하고 필요성을 어필한 것인데...필요성에 대해 인지조차 하지 않고 있으니...'
게임 구조를 설계하고, 단계별 개발해야 함을 기획팀과 PD에게 설명했는데 이해를 못 하는 모습을 보니. 내 전문성이 의심받는 것 같았다.
하지만 회의실을 나오면서 깨달았다.
문제는 그들의 이해력이 아니라, 내 설명 방식이었다.
그동안 재직했던 회사에서는 이 단계의 필요성을 내가 어필할 필요가 없었다.
다들 알고 있었음으로...
하지만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주로 개발하던 이 회사에서는 이 방식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에 나의 제안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이 기존의 개발한 게임과 다른 '오픈월드' RPG라는 대규모 프로젝트 임에도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모습이 답답해 제시했지만 결국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하고 이런 말을 들어야 했다.
"말씀하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죠. 하지만 안 생길수도 있잖아요."
"내가 아는 걸 왜 이해 못 하는 걸까?"
토머스 풀러의 대꾸: "교육은 사람을 만들고, 대화는 완성시키며, 예의는 모든 문을 연다."
순간 이해했다.
나는 지식(교육)만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의 눈높이에서 대화하지 못했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예의) 하지 않았다.
나는 시스템 기획자의 언어로 말했지만, 그들은 경험의 언어로 듣고 있었던 것이다.
게임을 기획할 때 가장 조심하는 게 튜토리얼이다.
기획자는 모든 시스템을 알고 있지만, 플레이어는 처음 접한다.
만약 처음부터 복잡한 구조를 다 설명하면? 플레이어는 이탈한다.
회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전체 구조를 한 번에 설명했지만, 듣는 사람들은 "이게 왜 필요한가"부터 이해해야 했다.
지식은 있었지만, 전달하는 법을 몰랐던 것이다.
토머스 풀러가 말한 세 가지를 다시 생각해 봤다.
1단계: 교육 - 내가 알고 있는 것
게임 시스템 구조, 단계별 설계, 유저 경험 흐름. 이것들을 나는 알고 있었다.
2단계: 대화 - 상대의 언어로 말하기
"시스템 구조"가 아니라 "유저가 느낄 재미의 흐름"으로 설명했어야 했다. 그들의 관심사(재미)에서 시작해서 내 지식(구조)으로 연결했어야 했다.
3단계: 예의 - 상대를 배려하기
"이 구조를 모르면 문제"가 아니라 "함께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제안"으로 접근했어야 했다.
그 이후, 전체적인 시스템 구조를 언급하기 보다는 현 개발에서 놓치고 있는 코어 루프에 대한 방향성 회의를 요청했다.
그리고 이번엔 달랐다. 먼저 그들의 기획과 방식을 인정하고, 추가되어야 할 사항에 대해 제시했다.
"현재까지 개발한 컨텐츠 구조들 정말 좋습니다.
매일 새로운 컨텐츠가 바로 게임에 적용되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 개발된 시스템 및 컨텐츠 요소를 바탕으로 추가되면 좋은 아이템 흐름이 필요할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 "
"초반에 플레이어가 모든 걸 경험하고 싶어할까요? 그렇다면 그 이후 무엇을 기대하게 될까요? 그래서 플레이 성장 단계별로 제공하는 구조를 만들어봤어요."
그들의 관심사(재미)에서 출발해서, 내 제안(구조)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이 구조대로 하면 여러분이 만든 콘텐츠가 더 빛날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명령이 아니라 협력을 제안했다.
그러자 PD가 말했다.
"아, 이제 이해했어요. 그러면 이 단계에서는 이런 콘텐츠를 배치하면 어떨까요?" 대화가 시작되었다.
"내가 옳은데 왜 이해를 못 하는 걸까?"
토머스 풀러의 대꾸: "옳은 것만으로는 부족해. 상대의 언어로 말하고, 배려하며 전달할 때 비로소 문이 열려."
그날 이후 깨달았다. 전문성은 나를 세워주지만, 그것만으로는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다. 상대의 관심사를 이해하고(대화), 그들을 존중하며(예의) 내 지식을 나눌 때 비로소 협력이 시작된다.
나만의 '설명의 문 열기' 루틴:
경청하기 - "이 부분에서 어떤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배려하기 - 상대의 관심사에서 시작해서 내 제안으로 연결하기
예의 갖추기 -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로 마무리하기
토머스 풀러의 말처럼, 교육은 사람을 만들고, 대화는 완성시키며, 예의는 모든 문을 연다. 아무리 좋은 지식도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상대를 이해하고, 그들의 언어로 말하며, 함께 만들어가려는 자세. 그것이 진짜 전문가의 품격이다.
당신도 알고 있지만 전달되지 않아 답답했던 경험이 있나요? 상대의 문을 열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다시 시도해보고 싶은지 댓글로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