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콜린스와의 대화
"풍요 속에서는 친구들이 나를 알게 되지만, 역경 속에서는 내가 친구를 알게 된다."
– 존 콜린스
순탄할 때의 관계와 힘들 때의 관계는 왜 이렇게 다를까?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했을 때였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다. 소개팅 제의, 입사 추천, 회사 내 정보 공유를 원하는 사람들까지 연락이 쏟아져서 자주 쓰던 네이트 메신저의 로그인조차 하지 않을 정도였다.
처음엔 '나는 좋은 관계를 많이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연락이 귀찮게 느껴졌고, 나는 스스로 사람에 차등을 두고 인연을 정리했다. 쓸데없다고 생각한 관계들을 잘라냈다.
하지만 그 이후, 퇴사 후 더 이상의 취업 제안이 오지 않게 되었을 때, '도움'을 구할 사람이 더 이상 내 주변에 없었다.
조언은 해주지만, '취업'에 대한 '도움'은 "회사 사정이 안 좋아서"라는 이유로 거절되었다.
그런데 예상 밖의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평소 불편하다는 이유로 연락을 피하던 옛 직장 동료였다.
"요즘 힘들다고 들었어요. 시간 괜찮으세요?"
그날 그 동료는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고, "힘들 때일수록 혼자 있지 마세요. 능력 있으시니까 꼭 잘되실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때 느낀 건 고마움과 동시에 씁쓸함이었다.
내가 많다고 생각했던 관계들은 풍요 속의 관계였고, 내가 정리했다고 생각한 그 사람이 진짜 친구였다.
역경 속에서 진실이 드러났다.
힘든 시기를 지나며 만난 존 콜린스의 이 말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
"왜 나는 풍요로울 때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했을까?"
존 콜린스의 대꾸: "풍요 속에서는 친구들이 너를 알게 되지만, 역경 속에서는 네가 친구를 알게 된다."
순간 이해했다.
풍요로울 때 나는 사람들을 '선택'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내게 필요한 사람, 불편한 사람을 구분하며 관계를 정리할 권리가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건 교만이었다.
역경이 와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진짜 친구는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나를 선택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불편하다'며 피했던 그 사람이 내가 힘들 때 먼저 손을 내밀어준 진짜 친구였다는 것을.
게임을 기획하면서 늘 고민하는 게 협력 시스템이다.
보상이 좋은 콘텐츠에는 많은 유저가 모인다. 하지만 진짜 길드의 힘은 어려운 레이드를 함께 클리어할 때 드러난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고, 서로 격려하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
삶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좋을 때만 함께하는 관계는 게임의 파티처럼 일시적이다. 하지만 어려울 때도 곁에 있는 관계는 길드처럼 든든하다. 역경은 관계의 본질을 드러내는 시험대였다.
존 콜린스의 말을 곱씹으며 깨달은 것들이 있다.
풍요 속에서 내가 착각한 것:
관계를 선택할 권리가 내게 있다
내게 필요한 사람만 곁에 두면 된다
불편한 관계는 정리해도 괜찮다
역경 속에서 깨달은 것:
진짜 친구는 내가 고르는 게 아니다
필요할 때가 아니라 힘들 때 함께하는 사람
내가 버린 사람이 나를 버리지 않았다
풍요는 나를 교만하게 만들었다. 마치 내가 관계의 중심인 것처럼, 내가 사람을 평가하고 선택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했다. 하지만 역경은 정직했다. 진짜 친구가 누구인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오만했는지 똑똑히 보여주었다.
그날부터 나만의 '관계 감사 루틴'을 만들었다.
매달 한 번:
감사 메시지 보내기 - 힘들 때 곁에 있어준 사람들에게 "그때 덕분에 버텼어요. 고맙습니다"
관계 정리하기 - 의미 없는 관계에 에너지 쏟지 않기, 진짜 관계에 집중하기
작은 도움 주기 - 누군가 힘들어할 때 먼저 손 내밀기
특히 힘들 때 도와준 그 동료에게는 분기마다 연락한다.
"요즘은 어떠세요? 그때 커피 한잔하자고 해주신 거, 정말 큰 힘이 됐어요."
"풍요로울 때 관계를 정리한 게 잘못인가요?"
존 콜린스의 대꾸: "잘못이 아니라 배움이야. 풍요 속에서는 네가 친구를 알 수 없어. 역경이 와야 비로소 보이거든."
지금은 그때 내가 정리했던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들도 풍요를 따라왔을 뿐이고, 나 역시 교만했을 뿐이다.
대신 내가 불편하다며 피했던 그 동료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내가 버렸는데도 나를 버리지 않았던 그 마음에.
존 콜린스의 말처럼, 풍요 속에서는 많은 사람이 나를 알게 되지만 나는 그들을 제대로 볼 수 없다. 하지만 역경 속에서는 내가 비로소 친구를 알게 된다. 누가 진짜 친구인지, 누구에게 감사해야 하는지.
역경은 고통스럽지만, 내 교만을 깨뜨리고 진실을 보여주는 정직한 스승이었다.
당신도 힘든 시기에 곁에 있어준 사람이 있나요? 그 사람에게 오늘 어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은지 댓글로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