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 초기화 :

망캐는 없다, 트리를 다시 짤뿐

by 루니

'망캐'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가볍게 피하고 낮잠이나 자고 싶어서...

초반에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양손 대검 마스터리'와 '중 갑옷 착용'에 귀중한 포인트를 모조리 부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무거운 철갑옷에 짓눌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제 캐릭터를 보며 유저들은 가차 없이 이렇게 말합니다.


"어휴, 님 캐릭터 망했네요. 그냥 삭제하고 새로 키우세요."


숙련자들은 이렇게 쉽게 말하지만, 이 순간 플레이는 지독한 절망에 빠집니다.


'망캐'가 된 캐릭터는 레벨이 올라도 강해지지 않습니다.

사냥 효율은 바닥을 기고, 파티에서 외면받으며, 지나가는 평범한 몬스터 하나를 잡는 데도 남들보다 몇 배의 물약과 피로도를 소모해야 합니다.

그 지독한 비효율 앞에서 나뭇가지를 쥔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동안 화면 앞에서 지새운 밤들과, 손가락이 뻐근하도록 클릭했던 시간들이 모두 쓰레기통에 처박힌 것 같은 허무함 때문이었습니다.


현실이라고 다를까요?

종종 스스로를 망캐라 부르고 싶은 순간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해 4년이라는 시간과 등록금을 쏟아부었을 때, 방향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관성 때문에 10년 가까이 한 직업에 커리어를 묶어두었을 때, 혹은 결코 나아지지 않는 관계에 감정의 포인트를 밑 빠진 독처럼 쏟아부었을 때.


우리는 지난 삶의 궤적을 상태 창처럼 띄워놓고 중얼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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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스템 기획자로 15년 넘게 일한 후 가족과 나를 위한 퇴사 후의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습니다. 새로운 커리어 이야기, 게임 기획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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