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과 자유의 설계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할까?"
첫 오픈월드 게임 <이세계 프로젝트>를 개발하던 당시, 나는 오픈월드라는 개념 앞에서 막막했습니다.
모든 것을 탐험 할 수 있고, 특정 퀘스트나 레벨에 제한되지 않는 무한한 자유가 '오픈월드'라고 잘못 정의내렸기 때문에 설계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 이 넓은 세상을 무슨 경험으로 채워야 할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유가 오히려 게임의 핵심에서 멀어지게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었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저는 깨달았습니다. 오픈월드는 겉보기엔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 뒤에는 아주 치밀하게 설계된 기술이 숨어 있다는 것을요.
게임 기획자로서 오픈월드를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정의하는 원칙은 바로
"자유롭게 느껴지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
입니다.
CEDEC 2017 젤다의 전설 레벨 기획자의 강의에서의 오픈월드란?
오픈월드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특정 방향으로 걸어가게 만드는 지형의 곡선.
멀리서도 눈에 띄는 랜드마크의 배치.
퀘스트 NPC가 서 있는 위치와 보상의 배치.
이 모든 것이 의도된 설계입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자유롭게 탐험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기획자가 만든 보이지 않는 안내선을 따라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픈월드 게임을 기획할 때 저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유저가 길을 잃되, 지루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
"탐험을 단순한 이동이 아닌 도전으로 설정하면 어떨까?"
"오픈월드와 아이템은 어떤 구조를 가지는 것이 좋을까?"
지나치게 친절하지 않으면서도, 플레이어가 도전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전략적인 요소를 배치하여 월드 속에서 즐거움의 균형점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오픈월드 개발에서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오픈월드를 단순히 <맵의 크기>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경험의 밀도>입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길을 걷다가 바위 뒤에 숨겨진 낡은 일기장을 발견했다고 해봅시다. 이것이 단순한 수집 아이템이 아니라, 이 세계에 살았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긴 세계관의 조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입니다. 플레이어가 그 시스템 원리를 인지하는 순간, 게임에 더 깊이 몰입하게 만드는 호기심으로 작용합니다.
발견은 내가 했지만, 그 발견은 사실 누군가의 설계였다.
플레이어 스스로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느끼고, 시스템이 강제하거나 직접 안내하지 않지만 그 발견을 기다리게 되는 두근거림.
이 정교한 거리감이야말로 오픈월드 게임에 대한 몰입의 핵심입니다.
오픈월드는 플레이어가 진정한 자유를 느끼도록 세계를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이세계 프로젝트>의 맵에는 다음과 같은 장치들을 적용했습니다.
1. 지형을 이용한 파쿠르 액션
원칙: 모든 지형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이동과 전략의 도구로 활용
구현: 플레이어가 예상치 못한 경로를 발견할 수 있는 비선형 공간 설계
효과: 탐험 자체가 퍼즐이 되어 지속적인 발견의 재미 제공
2.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변화
원칙: 플레이어 행동이 세계에 일시적이지만 의미 있는 변화 생성
구현: 변화가 새로운 플레이 기회로 연결되는 피드백 루프 구축
주의점: 변화가 너무 영구적이면 밸런스 파괴, 너무 일시적이면 무의미함
3. 아이템을 활용한 상호작용 확장
기존 방식: 장착 → 능력치 상승
새로운 접근: 안경(맵 투시), 신발(높이 점프) 등 환경과 연계된 실용적 기능
설계 팁: 능력치 상승 외 기능으로 적용. 상황에 맞게 사용하도록 유도.
4. 이동 확장 오브젝트
역할: 맵 접근성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게이트키퍼
구현: 플레이어 성장과 세계 탐험의 자연스러운 연결고리 역할
추가 활용: 점프대를 활용한 미니게임으로 도전과 성취의 재미 제공
이러한 장치들을 통해 "큰 맵에 콘텐츠를 많이 넣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반응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가이드 없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의미 있는 발견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하며, 적절한 인지 부하를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도입했습니다.
"큰 맵에 콘텐츠를 많이 넣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반응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
이러한 장치들을 통해 "큰 맵에 콘텐츠를 많이 넣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반응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가이드 없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의미 있는 발견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하며, 적절한 인지 부하를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도입했습니다.
세계관 자유도
비선형 진행 구조: 튜토리얼 이후 성 도착 시점부터 플레이어 관심사에 따른 자유로운 탐험 경로 선택.
진영 시스템: 성을 공격하는 적의 침공을 막는 사명과 복합적 가치관을 반영한 세력 간 역학 관계.
장르 융합: 오픈월드와 타르코프 요소를 결합하여 자원 수집을 통한 성 강화 및 침공 방어 시스템.
시스템 자유도
무한한 접근 방식: 아이템 역할 확장: 능력치 상승을 넘어 이동 및 환경 상호작용 기능 통합.
다중 해결 퀘스트: 전투, 외교(몬스터와 대화), 잠입, 제작 등 다양한 접근 방식 지원.
경제 생태계 참여 선택: PVP, 생산 중심, 탐험 중심 등 개인 성향별 게임 참여 방식.
랜덤화 시스템: 디아블로식 아이템 옵션으로 능력치 및 스킬의 무작위 제공.
플레이 자유도
개성 있는 전술 구성: 덱 기반 전술 시스템: 덱을 활용한 스킬 트리와 빛의 원소를 통한 공격 확장.
지형과 아이템 활용: 환경 요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플레이.
실패의 재정의: 도전 실패를 새로운 공간 발견과 보상 확장의 기회로 전환.
자유도와 가이드의 균형점: "자유롭되 길을 잃지 않게" 하는 구조적 안전장치 설계.
자연스러운 학습 곡선: 튜토리얼 지역에서의 점진적 시스템 개방.
적응형 힌트 시스템: 플레이어 행동 패턴 분석 기반 맞춤형 가이드 제공.
물론, 이러한 요소들을 모두 성공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지루함을 방지하는 콘텐츠 배치 밀도나 플레이어의 성취감을 극대화하는 진행도 시각화 같은 부분에서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계 프로젝트>를 통해 제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명확합니다.
플레이어가 느끼는 모든 재미와 몰입의 뒤편에는 늘 기획자의 깊은 고민과 치밀한 설계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기획자가 되려면 플레이어의 마음을 읽는 능력과 그 마음을 충족시키는 구조를 만드는 기술 모두가 필요합니다.
'재밌다'는 말 속에 담긴 재미의 원천을 분석하고,
'아쉽다'는 마음속에 담긴 아쉬움의 정체를 파악하여 해결책이 고려된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픈월드 게임을 플레이할 때, 그 자유로움 속에 숨어있는 수많은 설계 요소를 파악하며 즐기다 보면 더 깊이 있게 게임을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진정한 자유도는 '무제한 선택'이 아닌 '의미 있는 선택의 연속'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