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노출된 동생과 가족의 무력함
폭력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유발하는 모든 행위.
'영재'였고, '아들'이라 모든 편의와 편애를 받던 동생의 삶이 무너지게 된 첫 번째 계기였습니다.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던 여덟 살 동생이 돈을 잃고 이 하나가 빠져 돌아온 그날, 우리 가족의 모든 것이 뒤바뀌었습니다.
어릴 적 동생은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아이였습니다. 호기롭게 컴퓨터를 분해해 보고, 언젠가 컴퓨터를 배워 직접 게임을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죠.
사실 지금 제 직업인 '게임 개발자'는 동생의 꿈이었습니다.
부모님은 동생이 '원하는'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학원을 다녀야 했던 저와는 달랐습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동생은 특별하고, 저는 평범했으니까요.
그런 동생이 퉁퉁 부은 눈으로 울며 집에 돌아온 그날, 동생에게 '무슨 일이야?'라고 물어도 대답 없던 그 순간을 저는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엉망이 된 모습으로 이 하나가 빠져 돌아온 동생을 보며, 언제나처럼 어머니의 첫 질책은 제게로 향했습니다. "누나가 되어서 동생이 이런 상태가 될 때까지 모르고 있었어!"
라는 호통으로 시작된 부모님의 격앙된 목소리는 곧 동생에게로 향했습니다.
"누가 그랬어? 엄마한테 말해 봐!"
라며 동생을 채근했을 때, 고개를 숙인 동생이 털어놓은 상황은 이러했습니다.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고학년 형들이 와서 돈을 달라고 했다는 것. 당연히 거절했다가 맞고 모든 돈을 빼앗겼다는 것. 그리고 이가 하나 빠졌다는 것. 누군가에게 자신의 것을 빼앗겨 본 적 없던 동생에게는 처음 겪는 폭력이었습니다.
무력감이라는 감정도 처음이었을 겁니다. 그때까지 이 사건이 이렇게 크게, 오랫동안 끝나지 않으리라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 날, 부모님은 곧바로 학교로 향했습니다.
담임 선생님을 만나 상황을 설명했고, 해당 학생들을 찾아 나섰죠.
그 이후 학교에서는 가해 학생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연락이 왔고, 그렇게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습니다. 앙심을 품은 아이들은 그 이후 더욱 교묘하게 동생을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안에서는 선생님들이 지켜봐 주었지만, 학교 밖은 달랐습니다.
길에서, 학원에서, 놀이터에서 동생을 따라다니며 괴롭혔습니다. 부모님은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했습니다.
학부모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학교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나갔습니다.
태권도 학원에도 보냈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배운 태권도를 써보지도 못한 채 맞고만 돌아왔습니다.
"왜 싸우지 않았어?"
하도 답답해서 제가 물었을 때, 동생은 그저 고개만 숙이며, 되들면 더 맞는다고 했습니다.
한 번 꺾인 용기는 다시 일으키지 못한 채 점점 더 무기력해졌습니다.
그 사이 저는 변하고 있었습니다.
동생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으면 제가 나섰습니다. 제가 막아서지 않으면 아무도 동생을 지켜주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야, 우리 동생한테 왜 그래?"
순종적이고 여성스러워야 한다고 배웠던 저는 점점 강해져야만 했습니다.
동생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이상 얌전한 '장녀'로 남아있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동생을 지킬수록 동생은 더 나약해졌습니다.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계속 다른 사람이 대신 해결해 주니, 동생은 점점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예전에는 자신 있게 외국인에게 말을 걸던 아이가, 이제는 맞고 와서 조용히 맞은 것을 숨기는 아이로 변해갔습니다. 숨기고, 조용히 인내하며 참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동생은 점점 변해갔습니다.
그런 동생의 무기력한 날들은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악화되었습니다. 얻어맞고 책가방을 잃어버리거나 교과서를 빼앗기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새 교과서를 사서 보충해 주고, 부모님이 학교에 더 자주 나가는 것. 동생의 문제는 우리 가족 전체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동생은 어른이 되지 못한 채 나이만 먹어갔습니다.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로 그렇게요.
돌이킬 수 없는 것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부모님이 달리 행동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다면. 매번 나서서 대신 해결해 주지 않았다면.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자신의 아이가 맞고 오는데,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그 최선이 동생에게는 독이 되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과보호가 동생의 성장을 막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동생을 지키려다 보니 어느새 가족 안에서 저의 역할도 바뀌어 있었습니다.
보호받아야 할 딸에서 보호하는 누나로. 순종해야 할 장녀에서 앞장서는 장녀로. 학교 폭력이라는 하나의 사건이 우리 가족 전체의 역학을 바꿔버렸습니다.
그 변화의 파장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동생의 꿈이었던 게임 개발자가 지금 저의 직업이 된 것처럼, 폭력이 앗아간 것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잃어버린 것들, 동생의 자신감, 문제 해결 능력, 독립성은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