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몫

by 루니
"그의 몫은 결국 그가 짊어져야 했다. 나는 대신 살아줄 수 없었다."



"돈 벌어도 다 빚으로 나가는 넘도 있는데."

어머니와의 통화 끝에 꼭 붙는 한마디는 동생 이야기였습니다.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지만, 번 돈이 모두 빚으로 빠져나가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하소연이었죠.

동생은 그 빚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고 하니 더 안쓰럽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은근히 내게 기대를 겁니다. 회사에 취업해서 동생을 도와달라고.


결국 나는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려 이력서를 넣고 있습니다.

15년 넘게 게임 개발자로 일했던 경력을 앞세워서. 하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아이와 나를 위해 퇴사를 결심했는데, 이제 막 시작한 프리랜서 일을 접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라니. 가뜩이나 남편도 "벌이가 시원찮다"며 성화인데, 부모님까지 이러니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대신 살아온 삶

생각해보면 나는 오랫동안 동생의 삶을 대신 살아왔습니다.

초등학교 때 동생이 돈을 뜯기고 학교 폭력에 노출됐을 때부터, 나는 동생을 위해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겉으로는 "동생을 위한다"고 하시면서도, 결국 우리를 "아무것도 못 하는 한심한 문제아"라고 여기고 계셨습니다.

그렇게 동생과 나는 누구의 이해도 받지 못한 채 나이를 먹어갔습니다.


나는 동생이 회사를 그만둘 때마다 더 악착같이 일했습니다.

힘들어서 그만두면 "그러게 여자가 일해서 뭐 하냐 빨리 결혼이나 하면 되지"는 말을 들을 게 뻔했으니까요. 부모님이 회사로 실종 신고를 낼 정도로 일에 매달렸고, 퇴근 후에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20대를 보냈습니다.

대기업에 들어간 후에야 부모님이 나를 봐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동생의 자격지심이 시작됐습니다.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동생이 힘든 시기에 도망을 선택한 사이, 나는 부모님이 원하는 곳에 취업했으니까요. 그 이후부터 동생의 모든 사고는 내 몫이 됐습니다.


결혼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부모님은 "집이 창피하다"며 무리해서 아파트로 이사했고, 내 결혼 자금을 모두 가져갔습니다.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월급을 모두 부모님께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고, 결혼 자금까지 다 드리는 것이 효도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술 한잔 걸치며 남편에게 하소연하는 주제가 만일 내가 결혼을 안했다면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결혼 안 했다면, 지금 동생 사기 피해도 내가 갚아야 했을지도 몰라."

남편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언제까지 부모님과 가족을 위해 내 꿈을 포기해야 할까요.

가뜩이나 돈 때문에 남편에게 구박받고 있는데, 부모님까지 이러니 숨이 막힙니다.


이제서야 알게 된 깨달음

오랜 시간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원해왔던 내가, 다행히 지금은 '백수'라는 핑계로 모든 걸 끊을 수 있게 됐습니다.

덕분에 "누나가 차갑게 굴면 어떡해, 가족인데"라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됩니다.

"가족이니까 더 네가 스스로 해결해봐야 해." 이제 이렇게 말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만약 내가 회사에 다니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동생과 부모님은 서운해하셨을 것입니다.

나 또한 대기업 타이틀을 벗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 그런지, 오히려 그들이 나에게 지원을 요청하기보다는 스스로 일어나려 하고 있습니다.

물론 동생은 힘들어합니다.

그동안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원해준 사람이 사라졌으니까요. 그래서 미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내가 계속 도왔다면 그건 응급처치일 뿐이고, 동생은 또 같은 사고를 쳤을 거라는 걸. 이 모든 게 동생이 못나서가 아니라, 자존감이 떨어져 자신을 더 드러내려 했던 방법이라는 것도요.


진짜 사랑과 대리 수행은 다르다

동생의 몫을 남겨두지 않았던 내 과거가 미안합니다.

내가 대신 살아줄 수도, 대신 성장시켜줄 수도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압니다.

내가 짊어진다고 해서 그가 성숙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을요.

동생이 넘어지면, 넘어지는 건 동생의 몫입니다.

동생이 일어서야 한다면, 그건 내 손이 아니라 그의 두 다리로 해야 합니다.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다만 이제는 압니다. 사랑과 대리 수행은 다르다는 걸. 그의 몫까지 떠안는 건 결국 그를 더 약하게 만들 뿐이라는 걸. 이제 동생이 전화해도 바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서 네가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야?"

"힘들겠다. 하지만 네가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할 일은 그를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살아낼 수 있도록 경계를 지키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짜 사랑이고, 내가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동생의 몫은 동생의 것입니다. 나는 내 몫만 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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