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는 글쓰기의 힘

by 루니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기록하는 일이자, 동시에 나를 보듬는 일이었다."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과거를 이렇게 깊이 회상할 줄 몰랐습니다.

그저 가족 속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정리하고, '나'로 존재하기 위해 거친 과정을 보여주는 깔끔한 성장 스토리를 쓸 생각이었죠.

그런데 글은 나를 전혀 다른 길로 데려갔습니다. 쓰면 쓸수록 과거의 기억들이 물밀 듯 올라왔습니다.

괜찮다고 애써 덤덤하게 묻어둔 과거까지도요. 어린 시절의 차별, 동생의 아픔,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진 동생의 사고를 수습하는… 의도치 않게 끄집어낸 우울한 기억들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 기억들을 글로 쓰면서 나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세 번째 글을 쓰고는 중단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불완전한 가족 이야기는 누구도 관심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부끄러웠기 때문이죠. 하지만 묵묵히 글을 계속 쓰다 보니, 글이 저에게 말을 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때의 너도 힘들었지. 그래도 잘 버텼어. 이제는 괜찮아."

글을 쓰기 전까지는 과거의 '거절하지 못한 나', '바보 같은 나'를 원망하기만 했지만, 글을 써 내려가며 보니 그때의 나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통의 문을 열다

댓글과 '라이킷'을 통한 공감에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덕분에 가족 간의 '거리'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사람에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자기 합리화로 소통을 권하는 댓글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것에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직 감정을 인정하는 연습이 부족해 혹시 모를 실수가 두려웠기에, 다가오는 사람들을 본의 아니게 거절하게 된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글을 쓰는 이유가 단순히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용기를 주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 '감정'을 인정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글을 쓰는 동안 우리 가족도 조금씩 변했습니다.

동생은 예전보다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운동을 통해 우울한 감정을 해소하고 있는 듯합니다.

부모님도 여전히 제가 도와주길 바라면서도 기대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직장에 다닐 때보다 더 안정적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들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하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가지면서 아이들의 마음은 더 이상 불완전해 보이지 않습니다.


불완전함 속에서 계속되는 성장

물론 모든 게 완벽하게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동생과 부모님은 불완전함을 '기도'의 힘으로 극복하려 하시고, 남편은 저의 취업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요. 하지만 이제는 그 불완전함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이 연재는 끝나지만, 제 글쓰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다음 글은 우울한 현실이 아닌, 그 극복 후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완전한 가족 속에서, 불완전한 나 자신과 함께 나를 외면하지 않고 위로하며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저는 많이 성장하고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가족을 위해 희생한 과거를 딛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분들께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입니다.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시간도, 때로는 실패했던 선택들도 모두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나'로 살아가는 것은 언제든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더 이상 누군가의 '누나', '딸', 누군가의 '직원'으로만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내 이름으로, 내 목소리로, 내 이야기로 살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도 충분히 가치 있고, 누군가에게 용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나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감사했습니다. 다음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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