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꽃의 피어남

by 루니
"꽃은 흠 없는 땅에서만 피지 않는다. 금이 간 틈에서도, 상처 난 자리에서도, 꽃은 여전히 피어난다."


오후 3시쯤,

습관적으로 전화를 걸다가 순간 '아 왜 전화했지?'라며 급하게 끊었습니다. 부모님과 동생이 자립할 시간을 주기 위해 거리를 두기로 다짐했지만, 오랜 시간 몸에 밴 습관은 그 다짐을 쉽게 무너지게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서 취업해서 생활비를 보탰으면 좋겠다."

역시나 오늘도 하루의 힘듦과 집안 분위기를 토로하며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얼마나 필요하세요?"라고 물었을 텐데, 이제는 조용히 들으며 담담히 말했습니다. "엄마, 저도 지금 여유가 없어요. 동생도 이제 스스로 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전화 너머로 들리는 작은 한숨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새벽 6시.

알람 소리에 일어난 건 제가 아니라 아이들이었습니다.

학교와 학원 스케줄에 놀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은 게임으로 새벽 시간을 채우는 듯했습니다.

퇴사 후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저를 본 남편은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곤 했습니다. 정해진 길 대로 살아가는 것이 안정하다는 이유였죠.

그 덕에 아이들의 쉼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첫 아이의 핸드폰 화면이 나갔습니다. 아이는 조심스럽게 망가진 핸드폰을 들고 다가와

"엄마, 미안해. 내가 게임을 많이 해서 핸드폰이 망가졌나 봐"

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자, 지금의 현실이 참 서글펐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쿨하게 새 핸드폰을 사줬을 텐데, 이제는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답답했습니다.

남편은 "이 기회에 더 공부하라고 해! 핸드폰 새로 사주지 말고!"라고 했지만, 돈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지 못하는 현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이럴 듯 돈이 부족한 것이 가족을 불완전하게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돈을 이용해 도와주고 베풀었지만, 채워지지 않는 마음에 계속 인정받고 싶어 발버둥 치던 부모님처럼요.

하지만 미안해하는 나와 달리, 부모에 대한 미안함 외에 여전히 밝은 아이를 보며 깨달았습니다.

아이에게는 마음의 결핍이 없다는 것을, 그래서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는 아이가 되었다는 것을요.

"혹시 일하지 않는 엄마가 부끄러워?"

라고 물으니, 아이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습니다.

"아니. 일하든 안 하든 상관없는데. 엄마가 다닌 회사도 멋있었지만, 지금 강의하는 엄마도 좋은 걸."


그동안 저는 목표를 정하지 못해 어두운 미래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지금 아이와 함께하는 이 시간도 미래로 가는 현재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불완전해도 괜찮은 이유

며칠 전, 베란다 화분에 심은 토마토 씨앗이 싹을 피우더니 이제는 줄기가 휘청일 만큼 자랐습니다. 나무 지지대를 만들어 곧게 세우다 보니 이 토마토에 꽃이 필 날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하나가 아닌 다양한 줄기와 방향으로 유연하게 성장하는 식물을 보며, 잘 가꾸지도 못했는데 스스로 대견하게 크는 모습에 위로를 받습니다.


그동안 완벽한 환경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불완전한 상태로 이뤄진 가정은 불완전함을 닮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완벽한 환경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금이 가고 상처 난 자리에서도 생명은 자라고, 유연하게 가지를 뻗는다는 것을요.


누군가가 정한 완벽함에 희생하고 피해받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가짜 완벽'함이 아닌, 불완전하지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불완전'한 환경이 더 꽃을 피울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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