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 르나르 명언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은 변명하지 않고 저녁식사 초대를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다."
– 쥘 르나르
"이 업무도 부탁해요."
또 시작이다.
가뜩이나 하는 일은 많은데, 타 팀의 업무가 또 나에게 들어왔다.
팀장님께 일이 너무 많음을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효율적이지 못하게 일을 한다'는 질책뿐.
중요한 업무를 맡기엔, 내 시간의 대부분은 어느새 중요도는 낮지만 애매한 업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계륵 같은 업무들을 '내 경력을 올려줄 거야'라고 생각하며 아등바등했지만, 결국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다.
위임받은 중요 업무는 선임자가 주지 않는 이유로 가져오지 못하고, 중요하지 않은 업무만 쌓여간다.
모든 게 누군가에게 미안한 소리를 하기 어려워서 생긴 습관 같은 대답 때문인 것 같다.
"네, 좋습니다!"
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그날 밤 억지로 웃으며 야근을 하면서 느낀 건 답답함이었다.
정말 하고 싶지 않았는데 왜 거절하지 못했을까?
'성실한 팀원'이라는 이미지를 잃을까 봐? '모든 경험이 나중에 나에게 도움이 될까 봐?'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니 피곤에 절은 얼굴이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이게 내가 원한 커리어 방향일까?
그날 밤, 쥘 르나르라면 나의 물음과 상황에 가슴을 후벼 파는 대답을 해줬을 것 같았다.
"거절하면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걸까?"
쥘 르나르의 대꾸: "변명 없는 거절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의 시작이야. 네가 원하지 않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것이야말로 이기적인 거지."
순간 깨달았다. 나는 자유롭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네'라는 말에 갇혀 살고 있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내 의지를 계속 꺾고 있었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누나가 양보해야지", "누나니까 이해해 줘야지". 장녀라서 늘 먼저 양보하고, 먼저 수긍하는 것이 미덕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살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게 되었다. 항상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우선시하다 보니, 내 욕구는 뒷전이 되었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거절하지 못함이 만든 억눌림의 결과들:
하기 싫은 일에 시간과 에너지 소모
진짜 중요한 일들을 위한 여유 부족
항상 피곤하고 스트레스받는 일상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모르게 됨
애매한 업무만 쌓여 커리어 방향성 상실
"거절하면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 것 같아."
쥘 르나르의 대꾸: "진짜 자유로운 관계는 서로의 '노'를 존중할 수 있을 때 가능해."
그날부터 나만의 거절 훈련을 시작했다. 거창한 것부터가 아니라, 작은 것부터.
1단계: 점검하기
제안을 받으면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깐,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인가?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가?"를 먼저 스스로에게 묻는다.
2단계: 짧게 말하기
거절하기로 결정했다면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여유가 없습니다"처럼 간단하고 명확하게.
3단계: 변명하지 않기
"바쁘다", "피곤하다"는 변명 대신 "지금 집중해야 할 우선순위가 따로 있다"는 솔직함을 연습한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연습하다 보니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오히려 사람들이 내 시간을 더 존중해 주기 시작했고, 정말 중요한 일들을 위한 에너지를 아낄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 인디 게임 개발 PD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나는 차분히 대답했다.
"지금은 인디 게임 개발에 참여할 여유가 없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때 참여해 보겠습니다."
변명도, 미안하다는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그랬더니 제안하신 분께서 오히려 "그래요, 나중에 꼭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자주 연락해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순간 느꼈다.
진정한 자유는 큰 결단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일상의 작은 '노'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자유는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고, 그 힘은 원하지 않는 것을 거절할 용기에서 나온다. 쥘 르나르의 말처럼, 변명 없는 거절이야말로 진짜 나다운 삶의 시작이다.
지금 당신이 '네'라고 했지만 사실은 '노'라고 하고 싶었던 일이 있나요?
오늘 하루 동안 연습해 볼 수 있는 작은 거절이 무엇인지 댓글로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