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은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고 짐승과 구별하는 유일한 것이라서
나는 이성이 우리 각자 안에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 데카르트
회의실에서 터져 나온 한마디가 모든 걸 망쳤다.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처음부터 말하지 그랬어요!"
팀원이 기획안에 대해 의견을 냈을 때, 나도 모르게 감정이 앞서 나온 말이었다.
순간 회의실이 조용해졌고, 모든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팀원의 당황한 표정, 팀장님의 난처한 시선.
그때 느낀 건 분노가 아니라 뒤늦은 후회였다.
왜 그랬을까?
사실 그 의견은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며칠 동안 밤새워 만든 기획안이 흔들릴까 봐, 내 노력이 헛되어질까 봐 순간적으로 방어 본능이 작동한 것이다.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반응한 순간, 나는 사람이 아닌 짐승이 되어버렸다.
그날 밤, 자책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 데카르트의 이 말이 가슴에 박혔다.
"나는 왜 그 순간 이성을 잃었을까?"
데카르트의 대꾸: "이성은 우리 안에 존재한다. 문제는 그것을 불러내는 연습을 하지 않았다는 거야."
그 순간 깨달았다. 나에게도 분명 이성이 있었다.
하지만 감정의 파도가 밀려올 때 그것을 꺼내 쓸 줄 몰랐던 것이다.
마치 응급상황에서 구급상자가 있는 걸 알면서도 어디 있는지 몰라 헤매는 것처럼.
생각해 보니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순간들은 대부분 감정에 휘둘렸을 때였다.
본능으로 반응했을 때:
즉석에서 감정적으로 대답 → 관계 악화
기분에 따라 업무 처리 → 결과물 품질 하락
불안해서 성급하게 결정 → 더 큰 문제 발생
이성으로 판단했을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대답 → 건설적 대화
원칙에 따라 업무 처리 → 일관성 있는 결과
충분히 고민 후 결정 → 만족도 높은 선택
차이는 명확했다. 이성을 사용할 때와 본능에 맡길 때의 결과는 천지 차이였다.
그날 이후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감정이 치솟는 순간, 짐승이 아닌 사람으로 남기 위한 3단계 연습이다.
1단계: 멈춤 (3초 호흡)
감정적 반응이 올라올 때 의식적으로 3초간 깊게 숨을 쉰다.
"잠깐, 지금 내가 감정에 휘둘리고 있나?"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2단계: 관찰 (상황 파악)
감정을 한 발 떨어져서 관찰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건 분노일까, 불안일까?" 감정의 정체를 파악하면 그것에 지배당할 확률이 줄어든다.
3단계: 선택 (이성적 대응)
"지금 상황에서 가장 건설적인 반응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감정이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이성이 제안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선택한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3개월째 연습하다 보니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감정에 완전히 휘둘리는 일은 줄어들었다.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게 더 솔직한 것 아닐까?"
데카르트의 대꾸: "솔직함과 무분별함은 다르다. 진짜 솔직함은 이성으로 걸러진 감정에서 나온다."
데카르트의 말처럼, 이성은 우리를 사람답게 만드는 도구다.
감정을 억누르라는 게 아니라, 그것을 지혜롭게 사용하라는 것이다.
그날 회의실에서 만약 3초만 멈췄더라면 어땠을까?
"그 의견도 일리가 있네요. 한번 검토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을 텐데.
이성은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한다.
중요한 건 그것을 불러내는 연습을 계속하는 것이다.
감정의 파도가 밀려와도 중심을 잡고 서 있을 수 있도록.
지금 당신을 감정적으로 만드는 상황이 있나요? 그 순간에 내 안의 이성을 불러내려면 어떤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싶은지 댓글로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