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와의 대화
"진실은 사자와 같다. 여러분은 진실을 방어할 필요가 없다. 그냥 진실을 자유롭게 풀어놓으라. 그러면 진실은 스스로를 방어할 것이다."
– 아우구스티누스
우리는 언제 진실 앞에서 방어자가 되는 걸까요?
진실을 가리려는 작은 변명이, 결국 우리를 더 큰 난관으로 이끌진 않나요?
재작년, 제가 팀장으로 개발팀을 이끌 때의 일이다.
프로젝트 일정이 지연되었을 때. 리더 회의에서 실장님이 물었다.
"왜 이번 주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나요?"
사실은 이러했다.
한 팀원이 다른 팀의 팀원과 심각한 언쟁을 벌이고 심지어 욕설까지 오가는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팀장으로서 이 문제를 윗선에 보고하는 대신 '내 팀원은 내가 감싸겠다'란 생각으로 이 문제를 혼자서 처리하고 무마시켰다.
하지만 이 진실을 내 입에서 말할 수 없기에 결국 이런 말 밖에 나올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팀 내 일정 관리 및 일감 분배를 잘 못 했습니다."
물론 문제를 일으킨 팀원을 윗선에 보고하고,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때 내 안에서
"내가 이 일을 보고하면 윗선에서 우리 팀을 안 좋게 볼 거야."
"팀원에게 불이익이 가면 안 돼"
"내 리더십 문제로 보일 것 같아"
같은 두려움에 의한 복잡한 속마음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이런 속마음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변명과 회피였다.
팀에 문제가 있다는 진실을 가리기 위해 "우리 팀원 내가 감싸겠다"라는 합리화로 문제를 혼자서 처리하고 무마시키려 했었다.
그렇게 팀원의 문제를 축소하고, 책임지고 처리하겠다는 변명이 일이 더 크게 키웠다.
결국 그 팀원을 또다시 큰 사고를 쳤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팀원을 자신을 무시한다며 한바탕 욕설과 함께 화를 냈고, 결국 이 문제는 윗선에 보고되었다.
그렇게 나는 "팀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팀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권고사직 당했다.
그날 밤, 모든 것을 자책하는 나에게 들어온 아우구스티누스의 이 말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내 마음:"진실을 말하면 더 나빠질 것 같았어."
아우구스티누스의 대꾸:"진실은 사자와 같다. 방어할 필요 없이 그냥 풀어놓으면 스스로를 지킨다."
순간 깨달았다.
나는 진실이 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변명과 핑계로 둘러싸서 보호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진실은 원래 강한 것이었다.
방어하려 들수록 오히려 약해 보일 뿐이었다
진실을 그대로 보고하고, 처리했다면 이렇게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팀원을 지키기 위해 했다는 나의 변명은 오히려 나를 더 깊은 구멍으로 밀어 넣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게임을 개발하다 보면 버그가 발생한다.
그때 가장 중요한 건 명확한 사실 전달이다.
"왜 버그가 생겼는지",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지"를 있는 그대로 체크하고, 재현 여부를 확인 후 보고해야 해결이 빠르다.
만약 "서버 상태가 불안정해서...",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라서..."라고 둘러대면?
문제의 중요성 파악이 되지 않고,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신뢰만 잃게 될 것이다.
권고사직이라는 쓰라린 경험 후, 비로소 진실의 힘을 믿고, 진실을 드러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동안 마음을 옥죄던 감정이 진정으로 해방됨을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누군가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변명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슈가 발생했을 때 변명이나 감추기보다는 진실을 담아 담담하게 말하게 되었다.
"제가 우선순위 판단을 잘못했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작업에 시간을 썼고, 그 결과 핵심 기능이 늦어졌습니다."
그게 전부였다.
길게 설명하지도, 상황을 탓하지도 않았다. 그러자 세상이 내가 생각한 두려움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중요하지 않은 작업이라 하셨지만, 현재 고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재화 흐름과 구조는 미리 고려해서 다시 일감과 일정을 정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변명으로 가득했던 과거가 아닌 진실을 마주 보게 되어서인지 새롭게 이직한 회사에서는 더 건설적인 대화로 이어졌다.
그 순간 안도감이 밀려왔다.
진실은 정말 스스로를 지키고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비난받을 것 같아."
아우구스티누스의 대꾸: "진실은 방어할 필요가 없다. 그저 사실을 말하면, 진실이 알아서 너를 지킬 거야."
이제 나는 안다.
변명은 나를 보호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신뢰를 갉아먹는다. 진
실은 때로 날카롭고 불편하지만, 그 자체로 강력하다.
나만의 '변명 없이 사실 전달하기' 루틴:
질문을 받으면 3초 멈추기
"왜 이렇게 되었나?"가 아니라 "무엇이 일어났나?"에 집중하기
한 문장으로 핵심 사실만 말하기
상황 탓이나 타인 탓 금지
처음엔 어색했지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변명을 인지하는 연습을 하다 보니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사람들이 내 말을 더 신뢰하기 시작했고, 문제 해결이 빨라졌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편해졌다.
진실은 사자와 같다. 풀어놓기만 하면 스스로 길을 찾아간다. 변명이라는 우리에 가둘 필요가 없다.
오늘 당신이 변명으로 감추려 했던 진실이 있나요? 그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경험을 댓글로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