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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림 Dec 08. 2018

생리의 연구

면생리대와 생리컵

 면생리대는 3년 째 쓰고 있지만 나에게는 하나의 산이 더 남아있었다. 바로 생리컵. 원래는 전혀 생각이 없었다. 생리혈은 자연스럽게 몸 밖으로 나가야하는데 그것을 인위적으로 몸 안에 가두는 것이 좀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꾸 넘고 싶은 산이 되어서, 그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생리컵을 샀다. 입문용으로 좋다는 가성비 갑, 플뢰르 되시겠다. 생리가 시작되었고 자신감을 가지고 한번에 쏙 넣고 외출을 했다. 요가를 하는데도 새지 않아서 '나는 생리컵 체질이군. 한번에 골든컵을 찾았어!' 자신만만했다.

 보통 일주일이 생리 기간이라고 한다면 1.5~3일까지 폭발적으로 피를 쏟아내는 몸을 가지고 있었기에, 다음날 부터 플뢰르는 나의 양을 채워주지 못했다. 또 특유의 억센? 플뢰르의 질감도 이물감을 만들어 내어 점점 플뢰르 뿐 아니라 생리컵 자체에 관심이 멀어졌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친구의 추천으로 수퍼제니를 사서 한번 더 도전하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플뢰르보다는 수퍼제니가 훨씬 좋다. (인 마이 케이스) 일단 이물감이 없다. 플뢰르가 초보들에게 좋은 이유는 강도(->탄성이 좋다)가 어느정도 있어서 안에 들어갔을 때 잘 펴진다는 것인데 수퍼제니는 그것에 비해서는 말랑거리는 재질. 그래서 넣었을 때 전혀 이물감이 없었다. 용량도 다른 생리컵 중에서도 큰 편.

 여러 유투브 채널도 보고 여러번 시도도 했지만 양이 많은 1.5일~3일까지의 기간에서 면생리대를 보조로 꼭 해야했다. 생리가 샜기 때문이다. 어느날은 쩜쩜쩜 새고 어느날은 왕창새고 어느날은 생리혈은 아닌데 끈적끈적한 것이 샜다. 뭐가 문제였을까. 생리컵을 끼고 자려고 누웠을 때, 어떤 날은 꼬로로로록꼬로로록 공기가 새는 소리가 났다. 자려고 누웠다가 짜증내며 일어나는 것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니 또 지쳐갔다.



내 친구 수퍼제니. 9월 말쯤에 샀나보다.




다양한 연구와 시도 끝에 어느 정도 해결방법을 찾았다.


1. 라비아폴드로 접는다.

2. 다리 하나를 들어서 어딘가에 올리고, 한 손은 접힌 생리컵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엉덩이 쪽을 잡아서 들어갈 곳을 열어준다.

3. 접힌 모양 중에서 매끈한 쪽이 내 얼굴 쪽으로 넣는다. (즉 펴지는 쪽이 몸 뒤 쪽) 그래야 치골에 눌려 펴지지 않는 것을 예방.

4. 손이 속살에 닿아도 끝까지 넣는다. 더더더더더- 그리고 두번째 손가락으로 라비아폴드의 꼭지 부분을 탁 쳐서 저 안에서 펴지게 한다. 이때 약간의 텐션(혹은 리듬)이 중요한데 회음부에 힘을 완전히 풀었다가 손가락으로 탁 치는 순간 살짝 조이면 잘 펴진다. (인 마이 케이스)

5. 손가락으로 생리컵이 잘 펴졌는지 확인한다. (손가락으로 생리컵 주위를 직접 만져서 감각하면 된다.)


청년허브에 청년청에 가서 직접 만져보고 수퍼제니를 샀었다.

 



 그런데도 1.5~3일 사이에 면생리대는 필수였다. 그래서 나는 수퍼제니 L 사이즈를 사기로 했다. 실제로 사이즈를 보기 위해서 청년허브에 가서 L을 봤는데 참 크긴 하다. 그래도 생리 초반에 내 양을 잡아주기엔 L이 적당할 것 같다. 주문 이후, 또 연구 결과를 올리겠다. 

 


+ 덧,


1. 밖에서 생리컵을 갈 때는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한 적도 있지만 보통 집 밖에서는 안갈게 된다. 어차피 나는 면생리대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L 사이즈를 쓰면 더더욱 없을 듯.

2. 소독은 유리병 하나를 정해서 베이킹 소다와 구연산으로 생리 전, 후에 한다.

3. 플뢰르 꼬다리는 한 칸 정도 잘랐었고, 수퍼제니를 꼬다리를 자를 필요 없었다.

4. 수퍼제니 색상에 따라 경도가 다르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것과 상관없이 좋아하는 색으로 샀다. 하늘색? 틸? 색으로.

5. 뺄 때는 아직도 긴장한다. 넣는 것보다 빼는 것이 더 쇼킹한 느낌을 준다. ㅋㅋ 

6. 생리혈을 변기에 떨구고 물을 내릴 때 쾌감이 있다. 그래서 일부러 변기뚜껑을 안 닫고 내린다.

7. 요가를 할 때 특히 정말 편하다.

8. 3일 이후에는 양이 팍 주는 편이라서 하루 걸러 하루는 생리컵을 쓰지 않고 면생리대만 쓴다.

9. 면생리대는 찬물로 핏기를 빼고나서 (물기 있는 상태로) 산소계표백제 가루를 솔솔 뿌려서 하룻밤 자고 나면 힘들게 손빨래를 안해도 혈자국이 없어진다.



 요가도 마찬가지지만 생리컵 또한 우주의 신비를 담은 내 몸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법칙이나 논리의 잣대로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체득이다, 체득. 감각을 깨워서 내 몸 깊숙이 이해하려는 절박함과 노오력이 필요하다. 나는 면생리대를 보조로 쓰고는 있지만 생리컵을 쓰면서 '굴 낳는 느낌'이 없다는 것에 엄청나게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도전하고 '이것도 별 거 아니군' 하는 과정이 내 삶을 지탱해주는 기둥이 된다.


도움이 많이 되었던 유투브 영상. 생리컵에 왜 공기구멍이 있고, 공기구멍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연구하신듯. https://youtu.be/5dt-mA7omy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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