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결의 또 다른 전선
1. 관세 전면전의 배경과 중국의 맞대응
미국이 관세 전쟁을 벌이게 된 근본적인 배경은 기축통화 체제 하에서 지속되어 온 만성적인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올 4월을 기점으로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들까지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는 1기 트럼프 행정부부터 시작되어 바이든 정권까지 이어진, 중국에만 국한된 관세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캐나다나 멕시코 같은 비관세 국가를 경유한 우회 수출로 대응했고, 이로 인해 미국의 관세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졌다. 결국 중국을 효과적으로 압박하려면 관련국 전체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판단이 이러한 전방위적 관세 전쟁의 직접적인 이유가 되었다.
중국 역시 이에 정밀 타격 방식으로 대응했다. 트럼프 1기 당시 관세전쟁에서 중국은 미국산 철강과 대두에 한정해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러스트 벨트 및 농업 종사자들로 구성된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을 정확히 겨냥하는 한편, 광범위한 보복 관세로 인해 자국 경제에 부메랑처럼 되돌아오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판단이었다. 이러한 정밀 타격은 새롭게 시작된 트럼프 2기 관세 전쟁에서도 그대로 이어졌고, 보복 관세와 함께 미국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장기국채 금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국방비보다 더 많은 재정을 국채 이자 비용 지급에 사용하고 있으며, 이자 부담은 미국 재정의 취약성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특히 2025~2026년에는 미국 정부의 장기국채 만기가 집중되어 있고, 대규모 리파이낸싱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올 초부터 장기금리를 낮추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미국 입장에서 불운한 점은, 중국이 미국 장기국채를 표면적으로 뿐만 아니라 국외 기관 등을 통한 우회 보유 형태로도 상당량을 보유한 국가라는 점이다. 관세 전쟁 이후 급등한 미국 장기채 금리의 배경에는 중국의 대규모 장기채 매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들도 점차 공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2. 미국 측의 대응과 정책적 한계
미국의 관세 정책은 전략적 일관성보다는 대통령 개인의 판단과 임기응변에 크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발표된 ‘중국 제외 국가에 대한 90일 관세 유예’ 조치는 유럽 등 타 국가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자국 증시를 안정시키려는 의도가 짙다. 표면적으로는 한 발짝 물러선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입장에서는 전부 물러나는 와중에 체면치레라도 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이러한 정책은 중국이 기존처럼 우회 수출을 재개하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특정 국가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처지이며, 향후 동맹국을 포함한 전방위적 관세 정책이 다시 부활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이러한 행보를 두고 현재 시장은 트럼프의 약점을 장기금리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약점은 지지율과 의회 내 의석수다. 트럼프는 공화당 내 주류가 아니며 공화당으로부터 전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도 않다. 관세 전쟁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과 더불어 당내 반대파의 제동으로 인해 의회 내 입법 과정에서 여러 제약에 직면하고 있으며, 지지세력의 하원 과반 유지를 위한 공화당 의원의 보직 임명 철회 같은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간선거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불안정한 상황을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역량으로 잘 풀지 못한다면 입지는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 장기금리는 단순한 금융 문제를 넘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지지율과 의회 지형을 좌우하는 정치적 요소로 봐야 한다.
장기금리와 중국을 바라볼 때, 중국이 미국을 장기금리로 압박하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은 낮다. 그 이유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최대 고용, 물가 안정, 안정적인 장기금리를 3대 목표로 삼고 있으며, 장기국채 시장의 불안정성은 연준의 개입을 유도할 수 있다. 양적완화를 통해 장기국채를 대규모 매입하는 방식은 기준금리 조정보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도 국채 수급을 안정화시키는 카드로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Fed는 은행 규제 완화를 통해 시중은행의 국채 매입을 장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러한 조치들은 장기금리 안정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
3. 시장 반응과 정세 정리
정리하자면, 미국은 언제든지 동맹국을 포함한 전방위적 관세 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각국이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7월로 예정된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미국 측이 만족할만한 진전이 없다고 판단하고 상대 국가에 정책적 진전을 요구할 경우, 관련국의 대응 방향에 따라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모두에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고, 시장은 다시금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상반기 내내 주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중국이 결사항전의 태도를 보이고 있고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까지 겹치면서 장기금리의 불안정성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장기금리가 끝없이 오를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연준의 개입 여지, 최근 미국 장기국채 입찰에서 확인된 양호한 수요, 그리고 헷지펀드들의 과도한 장기국채 숏 포지션 등은 모두 장기금리 상승에 일정한 상한을 둘 수 있는 요인들이다.
중국의 경우 일당 독재 체제 아래에서 겉보기에는 잘 버티고 있는 듯 보이지만, 내부 경제 상황은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민간 경제가 위축되며 정치·경제적 불안정성이 점차 누적되고 있고, 시진핑 주석이 이를 무한정 억누를 수는 없다. 중국이 발표하는 공식 통계 수치의 양이 시진핑 집권 이후 1/3 수준으로 줄었다는 점은 외부에서 중국의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고, 중국 자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겉으로는 의연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적잖은 내상을 입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미국이 직면한 진짜 문제는 경제력 자체보다도 국제적 신뢰, 즉 소프트 파워의 상실에 있다. 대통령이 SNS를 통해 주식을 사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정책 발표를 통해 증시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방식은 국제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는 중국식 접근과 유사하게 비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다.
4. 경제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과 판단의 유연성
결국 우리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미국 국채를 기반으로 작동해 온 기존 경제 시스템이 이번에 무너질 수 있는가? 중국이 이를 대체하고 글로벌 권력을 잡을 수 있는가?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덜 나쁘고 덜 불안정한' 대안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미국 국채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자산이 부재하며, 중국이 그 대안이 되기에는 신뢰도와 투명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고, 가상화폐는 자산군으로서의 역사와 안정성이 부족하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극단적인 생각과 판단을 피하고, 유연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혼란기에는 극단적 판단을 선호하는 심리적 경향성이 강해질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세상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함께 지니고 있음을 상기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