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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작 유 Apr 02. 2022

내 삶을 바꾼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 - 3탄

딱 세 가지에 집중합시다

나는 세 가지 우선순위를 정할 때 세 달 곧, 한 분기 동안 지속 가능한 일을 선정한다. 그 이유는 세 달이란 시간이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새롭게 교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세 달의 시간 동안 나 자신이 새롭게 변화되는 만큼, 나는 세 달이 지나면 우선순위 리스트를 새롭게 교체한다. 예를 들어 2021년 2분기 나의 세 가지 우선순위 리스트는 다음과 같았다. 


1. 왓이프 챌린지

2. 행복한 칼퇴 문화 만들기

3. 자녀들의 말에 “우와!”로 반응하기



행복한 칼퇴 문화 만들기

2021년 1분기, 나는 회사에서 정말 바쁜 시간을 보냈다. 메모리 신제품의 수율 목표를 달성한다는 일념으로 온 부서 사람들은 평균 일일 근무 시간에 두 시간 정도는 기본으로 더 일을 했다. 나와 내 팀원들은 매일 저녁 8시가 넘어야 집에 돌아갈 생각을 했다. 집에 돌아가면 나는 마치 기름이 바닥난 자동차처럼 기진맥진한 채 침대에 쓰러지기 일쑤였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쓸 힘이 전혀 없었다. 나는 매일 같이 일어나 늦지 않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여 씻고 나서 바로 잠자고, 또 일찍 일어나고 다시 출근하는 반복적인 삶을 살았다. ‘나도 이렇게 힘든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 중에는 아이 둘, 또는 셋을 키우면서도 일이 많기 때문에 나보다도 늦게 퇴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그리고 리더인 내가 늦게까지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은근히 눈치를 보며 늦게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나는 팀원들에게 “직장 생활에서 행복한 일이 뭐가 있을까요?”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한 팀원이 이렇게 답을 했다. “늦게 출근하고 일찍 칼퇴하는 거죠!” 나는 이 대답을 기억해냈고 2분기 우선순위 목표로 행복한 칼퇴 문화 만들기를 정했다. 적어도 내 팀 안에서 말이다. 


나는 나와 팀원들이 일찍 퇴근하지 못하는 이유들을 파악하고자 했다. 그 이유를 제거한다면 행복한 칼퇴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첫 번째 이유는 많은 업무량이었다. 물론 상부에서 수명 받은 업무는 안 할 수가 없다. 하지만 팀의 R&R(Role and Responsibility,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아 사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우리 팀이 떠맡고 있거나 다른 팀에 빨리 위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팀은 당시 추진되고 있는 모든 과제를 리스트업 하였고 그 과제를 추진함에 있어 우리 팀의 R&R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더 나아가 과제를 협업하는 유관 부서의 R&R 또한 명확하게 정의한 뒤 우리가 해야 할 업무와 그들이 해야 할 업무, 그리고 다같이 협업해야 할 업무를 구분하였다. 우리는 매일 아침마다 아침회의를 진행하는데 과제별 R&R이 정리될 때마다 공유하는 식으로 내부 교육을 했다. 시간이 지나자 팀원들이 신속하게 유관 부서에 업무를 위임하기 시작했고 꼭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소한 우리 팀의 업무량이 최소한 현재보다 더 많아지는 것은 방지할 수 있었다. 


칼퇴를 막는 두 번째 이유는 문서 작업이었다. 나는 내 팀원들이 집에 가지 않고 무엇을 하는지를 관찰해보았다. 거의 대부분 그들은 회의 자료를 작성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회의 자료 작성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나는 고민했다. 고민 끝에 회의 자료 마스터 템플릿을 만들어놓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와 팀원들은 주요 과제별 회의 때마다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표 양식을 만들었다. 이제 팀원들은 업무를 추진하면서 새롭게 자료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 양식에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만 하면 되었다. 우리는 과제별 자료 업데이트 담당자를 선정했고 각 담당자가 매주 회의 하루 전, 주간 보고 하루 전까지 업데이트 하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대표 양식을 활용해서 업무를 추진하니 팀원들은 문서 작성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은 PPT를 만들고 다듬고 고치는 긴 시간을 아껴 본인의 주요 실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늦게까지 남아서 자료를 작성해야 할 필요와 명분이 사라지니(내 경우는 각 자료 취합 및 보고 준비로 주 2회 정도 늦게까지 일을 하긴 해야 했다), 서서히 야근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칼퇴를 막는 세 번째 이유는 오래 일하면 일을 더 잘한다는 착각이었다. 내가 느끼기에 사람들이 일을 오래하면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회사생활을 오래 하면서 성과를 잘 낸다는 많은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나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일을 오래 하는 사람이 성과를 잘 내는 것이 아니라 일을 잘하는 사람이 성과를 잘 낸다.” 나는 내 팀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비록 수명 업무들이 갑자기 생겨서 도전을 포기해야 할지라도 가능한 저녁 6시 안으로 모든 업무를 마무리하고 칼퇴에 도전해보겠습니다. 만약 제가 6시를 넘긴다면 이것은 제가 일을 못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고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보겠습니다.” 


이 말을 한 그날부터 나는 진짜 6시 전에 칼퇴근을 했다. 이를 위해서 일과 시간에 정말로 정신 바짝 차리고 집중해서 일을 했다. 이후 아침 회의 시간에 팀원들과 차 한 잔 하면서 “저 오늘 5시 30분까지 집중해보겠습니다!”와 같은 우스갯소리들이 오갔고 각자 내뱉은 말들을 지키고자 진짜 집중해서 일을 했다. 그리고 당당하게 칼퇴를 시전했다. 팀원들이 칼퇴를 해도 내 팀은 개선 활동을 차질 없이 잘 운영했고 성과 또한 잘 나왔다. 그렇게 내 팀 안에 행복한 칼퇴 문화가 실행되었다. 그러나 한 달 뒤에 연달아 임원 수명 핵심 과제들이 쏟아지는 바람에 ‘행복한 칼퇴 문화’를 한 달밖에 유지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 한 달 동안 팀원들과 나는 참 여유롭고 균형 있게 회사생활을 했다. 



자녀들의 말에 “우와” 하고 반응하기

2021년 5월 19일 방송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가수 씨엘의 아버지이자 서강대학교 물리학 교수인 이기진 교수님이 출연했다. 사실 나는 방송 전에도 이기진 교수님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오래전 서강대학교 학부 1학년 때 들었던 일반물리학 수업을 바로 이기진 교수님이 가르쳤기 때문이다. 당시 이기진 교수님은 물리학 교과서에 나온 딱딱한 설명 방식으로 물리학 개념을 가르치지 않았고,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본인이 직접 강의 노트를 준비해서 어려운 물리학 개념을 쉽게 가르쳐주었다. 그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서 언제나 열린 자세로 받아주었고, 최대한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이해될 수 있도록 정성껏 답변해주었다. 또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기진 교수님이 학점을 잘 주는 교수로 유명했다. 


방송에서 이기진 교수님은 딸 씨엘이 고등학교 2학년 시절에 자퇴를 선언했던 일화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학업과 연습생 생활을 병행하며 새벽 3~4시에 자는 생활을 했던 씨엘은 강변북로를 운전하고 있던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 나 학교 그만두고 싶어!” 그러자 이기진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네가 그 결정을 하려고 얼마나 오래 고민했겠냐? 좋아, 하고 싶은 대로 해!” 방송에서 인터뷰 영상으로 등장한 씨엘은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절대로 ‘노’ 하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 번도 아빠는 ‘안 돼!’라고 이야기하시지 않았어요.” 


이 방송을 시청하면서 나는 두 자녀의 아빠로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알게 모르게 자녀들의 말을 무시하거나 부정적으로 답하곤 했다. 


“아빠, 이거 하고 있거든!”

“조금 있다가 이야기해줄래?” (그러고는 자주 까먹었다)

“안 돼! 그거 위험한 것 같아!”

“아빠가 볼 때 좋지 않은 것 같아!”

“그것 이미 해봤잖아. 그때는 하기 싫어했잖아?” 


나는 그동안 내 기준의 근거를 대며 자녀들의 많은 생각과 말을 자르고 거절했다. 나는 자녀들에게 미안함을 느꼈고, 이기진 교수님의 양육법과 같이 자녀들의 말에 최대한 “우와!” 하며 긍정적으로 반응해보기로 했다. 내 기준에서 불합리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보일지라도 일단 자녀들의 말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었다.


“우와!”

“그렇구나!”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멋진 생각을 했니?”

“좋아! 너 말대로 해보자!” 


2021년 5월부터 6월까지 60일 동안 “우와!” 하고 반응해보았다. 그 과정은 정말로 쉽지 않았다. 크게 세 가지 고비가 있었다. 첫 번째 고비는 아이들이 그만해야 하는데 더 하겠다고 떼를 쓸 때였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충분히 놀았고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안 가겠다고 떼를 쓰고 울기 시작할 때, 예전 같았으면 아이들을 혼내고 강제로 집에 데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희들 정말 많이 놀고 싶었구나! 그래, 10분만 더 놀다가 집에 가자!” 이렇게 반응해보았다. 나는 TV 육아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하면 지킬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들었고 아이들에게 “너희들 몇 번 더 놀고 싶니? 두 번, 세 번, 네 번?” 이렇게 묻는 노하우까지 생겼다. 


또 다른 예로, 첫째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문제는 벽지나 가구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여러 번 주의를 주고 혼을 냈지만 그래도 딸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책상에 물감칠을 했고 나는 이렇게 반응해보았다. “와우! 아빠 책상이 예술 작품이 되었구나! 예서야, 그림 정말 잘 그리네. 그런데 예서야, 아빠는 예서가 아빠 공책에 그림 그려주면 더 좋을 것 같아! 여기 아빠 공책들 있으니까 마음껏 그려줘!” 실제로 딸은 아빠 공책에 낙서를 했고 아빠 책상이나 아빠 책에 낙서하는 것을 멈추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은 또다시 벽지에 그녀의 작품을 남겼다. 화가 났지만 화를 참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와, 멋진데. 예서 작품이 도화지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멋지다. 예서야, 아빠가 아예 벽에 커다란 보드를 붙여줄까? 마음껏 벽에 그림 그리게 말이야” 딸은 답했다. “응, 좋아!” 일주일 뒤 딸의 키보다 훨씬 더 큰 화이트 보드가 도착했고 딸은 마음껏 보드에 낙서를 했다. 그 이후 딸은 더 이상 벽지에 낙서하지 않았다. 


두 번째 고비는 해야 하는데 안 하겠다고 떼를 쓸 때였다. 처음에는 “응, 그렇구나! 안 하고 싶구나! 근데 안 하면 안 되는데…”와 같은 식으로 반응했다. 화만 내지 않았지, 긍정적이 아닌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자기 전 칫솔을 계속 거부하는 아이에게 “응, 그래! 지금 안 하고 싶지만 치카치카 안 하면 이빨 다 썩어서 치과 가야 할 걸? 그럼 엄청 아플 텐데… 아우 아프겠다!” 이렇게 나는 반응했다. 그런데 이것은 “우와!”로 반응하기의 취지(긍정적인 반응)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쉽지 않지만 기다려주는 전략을 택했다. “예서와 예준이가 치카치카 정말 잘하는데 지금은 하고 싶지 않나 보네. 자기 전에 준비되면 이야기해줘!” 나는 이렇게 말했고, 시간이 좀 지나자 아이들은 양치하고 싶다고 했다(매일 양치하기 때문에 양치하지 않으면 불편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밥 먹을 시간이 다 되어도 안 먹고 버티고 있을 때 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오케이, 알았어. 우리는 지금 밥 먹을 거고, 예서 밥은 여기 준비해두었어. 예서 하고 싶은 것 하고 먹고 싶을 때 먹어.” 결국 아이들은 배고파지니 밥을 먹었고, 아내와 나는 스트레스 받지 않아서 좋았다(물론 유치원 버스를 타기 위해서 일찍 일어나 준비하는 것과 같이 딜레이를 용납하기 어려운 일들은 예외였다). 


세 번째 고비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방해받았을 때였다. 평일 저녁 퇴근 후에는 직장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고자 잠시 내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좀 보내는 편이다. 그런데 내 두 아이들은 어떻게든 내 방에 들어와 놀아달라고 떼를 쓴다. “아빠 지금 좀 힘들어! 아빠 혼자 있고 싶어! 아빠 좀 예민하거든!” 이렇게 말해도 아이들은 듣지를 않고 계속 방해를 한다. 그러다 결국 내가 못 참고 화를 내며 아이들은 펑펑 우는 경우가 많았다. “우와!” 하고 반응하기를 하면서 나는 혼자 있을 때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화를 내지 않고 잘 말할지 많이 고민했다. 내가 찾은 답은 “예서와 예준이가 아빠 많이 보고 싶었구나! 아빠가 지금은 좀 혼자서 쉬어야 하는데 20분 동안 혼자 방에 있을게! 알람 소리가 들리면 방에 들어와줘! 같이 놀자!”였다. 나는 약속대로 알람을 맞추었고, 아이들은 그 시간 동안은 방해하지 않고 내 시간을 존중해주었다. 나는 알람이 울리기 전까지 최대한 기분 전환을 하며 휴식을 할 수 있었다. 


2개월 동안 자녀들에 “우와” 반응하면서, 나는 여러 가지 배운 점들이 많았다. 첫째는 아이들이 표현력은 좀 부족하지만 나와 동일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 나와 같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고 싶고, 생각한 것을 존중받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둘째는 긍정적으로 반응할 때 비로소 아이들 내면에 있는 긍정적인 동기를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부정적으로 반응하면 아이들 내면에 있는 부정적인 동기만을 보게 된다. 세 번째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아이들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내가 사랑하는 자녀에게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로 행복했다.



세 가지 우선순위는 마음의 평안을 준다

‘신뢰’라는 의미의 단어 Trust는 ‘평안’을 뜻하는 독일어 Trost에 비롯되었다고 한다. 무언가를 신뢰할 때 우리는 비로소 마음의 평안을 얻는 것이다. 신뢰가 깨지면 마음의 평안도 깨진다. 이에 대해서는 국제 정치 뉴스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는데, 양 국가 간 신뢰가 깨지는 경우 필연 잘 유지되어온 평화도 깨져버린다. 세 가지 우선순위를 정할 때 중요한 것은 “내게 장기적으로 중요한 이 세 가지가 내 삶을 변화시켜준다”고 믿는 믿음이다. 이 믿음을 가지고 담대하게 도전해나갈 때, 우리는 아무리 많은 일들 속에 둘러싸여 있어도 마음의 평안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유인성(아이작유) 작가

<셋으로 된 모든 것은 완벽하다> p61-7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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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23년 10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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