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심장이 말을 할 때마다 그것을 노트에 옮겨라.”
- 조셉 캠벨, 미국 작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황하, 인더스라는 세계 4대 문명의 공통 점은 무엇인가? 초등학교 사회 수업 시간에 정말로 많이 들었던 질문일 것이다. 정답은 큰 강이 있어 편리한 교통 체계를 개발하고 관개 농업을 발전시켰다는 것과 석기 시대의 우수성을 훨씬 앞지르는 청동기 문화가 꽃피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는 공통점은 세계 4대 문명이 모두 우수한 문자를 발명하였고 종이 노트에 글을 써서 인류의 유산을 남기는 역사 시대를 열었다는 점이다. 역학, 측량술, 점성 술, 기하학, 의학, 법학, 정치학, 신학, 교육학, 농경기술 등 수많은 세계 4대 문명의 유산들은 모두 문자로 종이 노트에 글을 남기는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우리 인류 문명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글로 남기는 노트 쓰기를 통해서 발전해왔다. 수천 년의 지난 역사 동안, 수많은 능력 있는 사람은 각자 분야에 따라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노트에 남겼다. 어떤 사람은 자기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 또는 돈을 벌기 위해, 또 어떤 사람은 다른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종이에 적었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단순히 글을 쓰는 재미를 위해, 또 어떤 사람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트를 남겼다. 저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후대 사람이 노트를 읽고 전대 사람의 어깨 위에 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노트 쓰기란 단순히 생각과 아이디어를 적는 방법을 뛰어넘어 인류 문명을 발전시켜온 중대한 도구다.
1994년 11월 11일,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코덱스 해머Codex Hammer’라 불리는 72쪽짜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업 노트를 당시 3,080만 달러(약 340억 원)란 거금을 주고 구매하였다. 이로써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업 노트는 역사상 가장 비싸게 팔린 고서로 기록되었다. 개인 컴퓨터 시대를 이끈 사업가이자 국제적 보건 및 빈곤 퇴치 전문가, IT 기반 현대 교육 전문가, 4차 산업혁명 주도자, 물리 ・수학・역학·지질학·철학·생물학 등 다방면에 박식한 교양인인 빌 게이츠가 역대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 중의 한 명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흥미를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빈치의 노트 한 권을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주고 구입한 빌 게이츠의 결정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모을 만했다.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빌 게이츠는 다빈치 노트가 한 인간의 지식을 향한 꺼지지 않는 목마름을 상징하고, 이것이 현대인들에게 큰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최고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다빈치 노트는 단순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각을 기록한 문서가 아니다.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머릿속에서 예술, 조각, 수학, 공학, 과학, 음악 분야의 수 세기를 뛰어넘는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어떻게 발전해나가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 유산이다.
예를 들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물의 기본적인 운동과 방해 물을 만났을 때의 역류 모습, 움직임이 거세질 때의 난류 운동 등 물의 흐름에 대해 세밀하게 관찰하고 연구하였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댐을 만들 수 있는지, 댐이 어떻게 부식되는지에 대한 응용 연구로 발전시켜나갔다. 이 모든 과정이 다빈치 노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달과 지구 그리고 지구와 태양의 운동에 대한 과학적 관찰과 예측도 적혀 있어 당대의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다빈치만의 독창적인 천문학 연구 방법을 지금 우리는 이 노트 덕분에 볼 수 있다. 빌 게이츠는 다빈치 노트의 모든 페이지를 스캔하여 세상에 무료로 공개하였고, 덕분에 많은 사람이 다빈치 노트에서 위대한 상상력을 읽어내었고,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 다빈치 노트와 같이 노트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귀한 영감을 주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제대로 배워본 적 없는 능력, 노트지능
사실 노트 쓰기 능력, 곧 ‘노트지능Note Intelligence’은 말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 능력이다. 초・중・고 학생을 비롯하여 대학생, 대학원생, 직장인, 비즈니스인들이 각기 다른 환경에서 학습과 연구를 위해서, 통계 분석과 기록을 위해서, 의사 결정을 위해서 노트 쓰기를 매일 실천하고 있다. 이처럼 노트지능은 인간에게 필수불가결한 삶의 요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초・중・고, 심지어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이 사회는 학생들에게 노트 쓰기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학생이 노트 쓰기를 단지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선생님의 말씀을 빼곡히 적어야 하는 수단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어떤 학생들은 선생님이 말한 모든 단어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적으려고 노력하지만, 수업의 내용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하거나 참여하지 않은 채 오직 노트에 적는 행위에만 온 관심을 집중한다. 이러한 노트 쓰기 자세는 수업을 재미없게 만들고, 학생의 학습 능률을 떨어뜨린다. 결국 학생들에게 노트 쓰기란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지루한 행위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형성시키게 된다.
물론 노트 쓰기에는 듣고 있는 내용을 받아 적는 수동적 활동이 포함된다. 하지만 진정한 노트 쓰기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지적 활동이다. 이것이 제대로만 활용된다면 정보를 잘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 최고의 기술이 될 수 있다. 효과적인 노트 쓰기를 통해서 대화나 강의에 더욱 지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주도적인 청취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수업 중 노트 쓰기를 하면서 핵심 내용을 스스로 찾아내고, 이것을 내 생각과 언어로 바꾸어 적는 과정을 통해 좀 더 수업 내용에 집중하고, 동시에 수업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
노트지능을 갖춘 시대의 천재들
많은 사람이 성공을 재능이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노트 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글재주가 없어서, 글씨를 잘 못 써서, 그림에 소질이 없어서,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잘하지 못해서 등 사람들은 자신이 노트 쓰기를 잘하지 못하는 이유를 ‘재능 부족’에서 찾는다. 그리고 더 이상 노트 쓰기 능력, 곧 ‘노트지능’을 계발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수많은 사람의 노트지능이 초급 수준에 머무는 가장 큰 이유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앤절라 더크워스 박사 Angela Duckworth, 《그릿》 저자는 재능이란 “노력했을 때 얼마나 빨리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가”로 정의하였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재능과 노력이 협력해나갈 때,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 그리고 기술과 노력이 협력해나갈 때 성공과 성취를 이루어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노트지능은 누구나 노력하면 훌륭하게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노트 쓰기는 사람의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얻을 수 있는 ‘기술’이다.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해도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노트 쓰기를 잘 할 수 없다. 세기의 수많은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시작으로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2~1727,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앨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 1918~1988, 표도르 도스토옙스키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 1821~1881와 같은 천재들의 공통점은 평생 자기 생각과 업적을 노트에 기록해두었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들의 노트지능 또한 발전해나갔다는 것이다.
그들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표현할 때 종이 위에 글과 그림을 함께 적는 ‘이미지(스케치) 노트 쓰기’를 활용했고, 사람들에게 생각을 전달하거나, 가르치거나, 발표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터디 노트 쓰기’를 활용했다. 또한 일정을 짜임새 있게 관리하기 위해서 ‘비즈니스 노트 쓰기’를 활용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아이작 뉴턴의 노트를 보자. 그는 평생에 걸쳐서 수학과 물리학에 대한 아이디어를 노트에 적어 생각을 발전시켰다. 주로 아이디어를 그림 스케치, 도표로 간단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즐겼다. 그리고 이러한 스케치에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글을 덧붙여 자세하게 기술했다. 뉴턴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수업 자료를 만들 때, 오늘날 널리 활용되고 있는 코넬대학교의 스터디 노트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작성했다. 노트 중간 영역에 개념을 설명했고, 측면에 여백을 두어 개념 이해를 위한 중요 코멘트나 질문들을 적었다.
4차 산업의 시대, 노트지능을 갖춰라!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시대를 이끄는 분야에는 로봇, 3D 프린팅, 나노과학기술, 생명공학, 에너지 공학, IT 컴퓨터 정보공학 등이 있는데, 현재 이 중에서 가장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분야는 IT 컴퓨터 정보공학이다. 인터넷 속도는 과거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고, 이에 따라서 정보의 양 또한 매 순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또한 최소 한 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휴대하고 있으며, 이 스마트폰을 이용 하여 사진, 영상, 텍스트 등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태로 정보를 기록하고 다른 스마트폰에 전송 및 공유하고 있다. “이런 디지털 상황에서 아날로그적인 노트 쓰기가 의미가 있는가?”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답은 간단하다.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첫째, 노트 쓰기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파악 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를 아는지는 대단하지 않다. 구글 등의 검색 엔진을 통해 찾아보면 얼마든지 바로 정보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꼭 필요한 능력은 무엇이 중요한지를 생각해 골라내고, 나만의 언어로 이해해 요약할 줄 아는 것이다. 노트 쓰기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들을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게 하며, 이러한 정보들을 새로운 아이디어나 콘셉트로 재구성하도록 엮는데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둘째, 노트 쓰기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문서들의 기본적인 틀을 깨우칠 수 있다. 요즘 시대에 수업 중 선생님이 말하는 모든 것을 받아 적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듯이, 컴퓨터 문서 작업 시 전체적인 틀이나 개요 없이 생각나는 대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 또한 의미가 없다. 반복하여서 말하지만 노트 쓰기는 창의적인 지적 활동이다. 창의적인 노트 쓰기를 통해서만이 다양한 목적에 따라 디지털 문서를 짜임새 있게 조직할 수 있다.
유명한 영화감독, 소설가, 저널리스트, 과학자, 연설가, 행정가 대부분은 일을 수행하기에 앞서 종이 위에 생각을 짜임새 있게 정리하고, 창의적으로 계획하는 노트 쓰기에 탁월한 사람들이다. 노트 쓰기를 통해 생각을 정리한 뒤에 디지털 문서 도구를 통해 일을 성취해나가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아날로그적인 노트 쓰기를 자유자재로 잘 구사할 수 있을 때만이 디지털 문서 작업이 꽃을 피우게 된다.
셋째, 오늘날 특허 전쟁 속에서 원본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날로그적으로 작성한 노트다. 과학, 기술, 디자인 등에서 특허 출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비슷한 분야의 특허를 놓고 소송이 오가는 사례 또한 비약적으로 늘었다. 디지털 문서는 아날로그적인 노트 쓰기보다 빠르게 문서 작성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쉽게 복사될 수 있고 보안에 취약하기 때문에 특허 분쟁 시 원본으로 인정받기가 어렵다. 반면 손으로 직접 작성되는 노트 쓰기는 과학자, 공학자, 디자이너만의 개성 있는 글씨체와 그림 등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가치를 인정받기가 쉽다.
뛰어난 노트지능을 갖추게 될 때 우리는 놀라운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그 거대한 물결에 잘 적응할 수 있다. 노트지능은 성공과 번영을 가져다주고, 창의적이며 주도적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끼치도록 도와줄 것이다. 당신도 위대한 노트지능을 갖출 수 있다 지금 이 책을 읽는 당신은 현재 노트지능이 약할지라도 걱정하지 마라. 노트지능은 배우고, 연습하고, 노력하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이다. 또한 노트지능은 자전거를 익히는 것과 같아서,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추어 놓으면 그 실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노트지능은 자신이 일하는 모든 분야에서 탁월해지도록 만들어준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을 비롯하여 자료 수집, 개요 작업, 시간 관리, 강의 기록, 개인 공부 등 수많은 일을 노트지능을 통해서 더 쉽게 해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책을 통해 습득한 노트지능이 디지털 문서 작업 도구와 협업을 이룰 때, 당신의 노트지능은 더욱 높이 비상할 것이다.
아이작 유
아이작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23년 10월 31일 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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