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은 상상을 강조한 나머지 행동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검증된 현상이다. UCLA의 쉘리 테일러 교수팀은 사람들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어떤 종류의 상상’이 실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이들은 중간고사 공부를 준비하는 미국 대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쪽은 결과 중심의 시각화를 유도했고, 다른 한 쪽은 과정 중심의 시각화를 유도하였다. 결과 중심 상상을 유도받은 학생들은 ‘시험에서 A를 받는 장면’이나 ‘칭찬을 받는 장면’ 등 최종 목표가 달성된 모습만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도록 했다. 반면, 과정 중심 상상을 한 학생들은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시작하고, 집중력을 유지하며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 등 구체적으로 공부하는 행동들을 상상하도록 요청받았다.
실험 결과, 과정 중심 상상을 한 학생들이 실제로 더 오래 공부했고, 더 철저히 계획을 세웠으며, 시험 성적도 더 우수했다. 반대로, 결과 중심 상상을 한 학생들은 공부 시간과 계획 수립 수준이 낮았으며 성과도 떨어졌다. 이 연구는 긍정적 상상이 항상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특히 《시크릿》 과 같은 자기계발 콘텐츠가 강조하는 ‘바라는 장면을 떠올리기’는 오히려 실행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음을 지적했다.
시크릿은 ‘끌어당김의 법칙’이란 두 단어로 요약된다. 누구나 원하는 것을 상상하고 강렬히 믿으면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해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이 설명되는 과정에서 양자역학이 자주 등장한다. 양자역학에는 관찰자가 측정이라는 행위를 통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찰자 효과’란 개념이 있는데 이를 인용하며 “따라서 우리의 생각이 현실을 창조합니다”라고 시크릿 주의자들은 말한다.
또한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을 인용하며 “마찬가지로 우리의 생각 에너지가 현실 속 물질로 변합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유사과학일 뿐이며 사람들에게 헛된 희망을 주고 합리적인 사고를 방해할 수 있다. 시크릿에 빠진 사람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기피하거나 행동을 미루는 현실 회피의 특징을 보인다. 또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도 ‘더 강하게 상상하고 믿으면 된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지 않는 자기기만에 빠지기도 한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시크릿이 모든 성취를 개인의 사고와 믿음에 귀속시키기 때문에, 지나친 긍정주의가 오히려 실패에 빠진 개인을 감당할 수 없는 큰 절망과 자책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상상만 한다고 원하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상식적인 사람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진정한 변화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행동이 필수적이다. 행동이 없는 원함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행동이 없는 희망은 죽은 희망이다.
예를 들어 나는 내가 디램이라는 메모리 반도체의 불량을 개선하고 수율 품질을 올리는 일을 하는데, 내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실행력이다. 하나의 양품 반도체 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발생하는 불량들을 끊임 없이 개선해야한다. 생각과 의지만 있다고 불량은 줄어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하나의 품질이슈가 발생했다고 하자. 공정엔지니어링 팀은 해당 품질이슈의 전기적 불량 신호를 신속하게 분석한 뒤, 품질팀과 협업하여 고객단으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수율 품질 테스트 기준을 강화하고 물량을 제어한다. 동시에 전기적 불량 신호가 나타난 위치를 정의하여 분석팀에 넘기며, 분석팀은 구조 분석을 통해 해당 위치의 불량 현상을 분석한다. 이를 기반으로 공정설계팀은 불량의 원인을 분석하며 불량이 발생한 모델링을 여러가지 수립한다. 그리고 8대 기술팀과 함께 협업하여 불량 모델링을 검증하고, 검증에 통과한 모델링을 근거로 불량 근원 개선 대책을 실행한다. 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생각만하고 실행을 하지 않는다?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반도체 현장에서 일하며 내가 종종 생각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 인생의 난이도는 반도체업의 난이도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성공을 이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생에는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이 항시 존재하며, 우리는 끊임 없이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응하고 해결해야만 한다. “저는 한시도 부정적인 생각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마치 마법처럼 제가 상상했던 긍정적인 일들이 제 삶에 찾아왔습니다.” 시크릿으로 성공한 사람들, 수많은 동기부여 강연가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생존자 편향’ 오류에 빠져 성공한 사례에만 집중하고 실패하거나 사라져버린 사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만약 소셜 커뮤니티 플랫폼인 레딧(Reddit) 에 들어가 ‘끌어당김의 법칙’을 검색하면 수많은 실패 사례를 끌어당기게 될 것이다. 직장을 잃은 A씨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끌어당김의 힘을 활용해 원하던 직장에 입사했지만, 업무 강도와 현실적 스트레스에 지쳐 결국 해고되었고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성공한 줄 알았어요. 하지만 직장을 잃고 나서야 알았어요. 그냥 현실을 무시했던 거였더라고요.”
관계에 집착한 B씨는 ‘특별한 사람’을 끌어당기겠다는 마음으로 끌어당김의 힘을 일체의 의심 없이 실천했으나, 관계는 발전하지 않았고 결국 재정과 정신 건강이 악화되었다. 끌어당기면 모든 게 된다는 믿음이 오히려 그에게 현실 회피와 감정 소모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그는 한탄했다.
“기적을 원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너무 부끄럽고 비참했죠.”
자존감이 무너진 C씨의 경우, 끌어당김의 힘을 계속해서 실행해왔지만 결국 원하는 성과가 없자 자기 자신을 탓하게 되고, 무력감과 우울증까지 겪었다. 그는 고백했다.
“성공 못한 건 결국 내 믿음이 약해서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너무 지쳤어요.”
시크릿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다수가 아니다. 그들은 소수이며 거의 모든 사람들을 대변할 수 없는 일탈 현상 (Excursion)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당신이 그들의 말을 믿고는 긍정적인 상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들처럼 성공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실패로 이끄는 길을 걸어갈 가능성이 높다.
아이작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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