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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의 타당성에 대하여

더이상 자책하지 말아요

by 나경 이사벨라


고민이라는 것은 언제나 둘 중 하나에 속한다.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거나,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J.젤린스키의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 22%는 사소한 것들, 4%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사건들에 대한 것이다.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

즉 96%의 걱정거리가 쓸데없는 것이다."


나는 타인을 조종하거나 물체를 입맛대로 조종하여 무언가를 타개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건 독선이고, 독재다. 그러니 스스로의 고민 역시 강제적으로 해결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것이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고민을 해결하고싶은 마음에 걱정을 며칠씩하고 멍하니 쉰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있는 그대로의 사건에 직면하고 빠르게 판단해야한다.과연 내가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과감하게 무시하자. 고민하나 안 하나 결과는 똑같지 않은가. 경거망동하게 있어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다.


보통 고민은 개인의 내부에 존재한다. 사회가 나를 못살게 군다며 핑계대는 것은 좋지 않다. 이는 과연 모든것이 당신의 탓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고민상황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이미 희미하게라도 해답을 알고있는데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결국 걱정거리를 간결하게 종이에 써보고 해답을 빠르게 강구하는게 효율적인 타개방안이 될 것이다.


해답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자신을 자책하지 않는것이 핵심이다. 고민을 과하게 내면화하면 마치 구제불능이 된 느낌이 들곤 하는데, 이는 영혼을 갉아먹는 최악의 망상이다. 답이 없는 고민에 대하여 무시하고 회피하는 것은 당신의 무능함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답이 없는 고민은 그저 답이 없는 고민일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터닝포인트를 주기 위해 나는 나만의 스킬을 사용하곤 한다. 이미 하늘의 별이 된, 존경하는 故신해철씨의 ‘리부트’에 대한 강연을 들으며 고안한 방법이다. 신은 때때로 삶을 괴롭게하는 ‘고민덩어리 및 과부하’ 라는, 별로 달갑지 않은 선물을 선사하곤 한다. 계속 그 스트레스 상태에 묶여있지 않기 위해 삶의 리부트 버튼은 필수불가결하다. 그 버튼은 눌림과 동시에 머릿 속에 에너지를 생성하여 다른 상황에 뛰어들어도 고통스럽지 않은 쉴드를 선사한다.


한 마디로 어떤 고민에 대하여 36계 줄행랑을 치는 방법이다. 게임 체인저같은 버튼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 마음 속에서 도움닫기를 시도한다. 흔히들 학창시절에 새로운 놀이나 활동을 하기 직전에

‘하나 둘 셋 -‘ 을 외치곤 한다.

이를 똑같이 삶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이를테면 기업이나 기관에 들어가기위해 노력을 했으나 계속해서 낙방을 했다고 하자. 이미 일어난 유감스러운 사건을 붙잡고 늘어져봤자, 영혼을 갉아먹었으면 갉아먹었지 어떠한 상황도 바뀌지 않는다. 상황을 분석하여 어떤 효과적인 방법으로 타개할지를 고민하려는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전에, 숨을 돌리는 것이다.

눈을 감고 심호흡과 함께 하나, 둘, 셋을 외치며 지금 여기 내가 있는 현재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하나, 둘, 셋.’ 그 3초 사이에 주마등처럼 질문과 고민은 쏟아져나온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이번에도 실패하면?”, “상처받기 싫어.“ 등등.. 이러한 우유부단한 자아가 나의 안위를 묻고 걱정함과 동시에 나의 입과 정신은 오로지 다음 상황을 위한 도움닫기를 하며 단 한 마디만을 외칠 뿐이다.


“됐고, 일단 해.”



놀랍게도 이러한 자기충족적 단언은 90% 이상의 확률로 내가 온전히 현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따라서 이러한 리부트 버튼을 달아두는 것은 꽤 중요하다. 며칠동안 허공을 바라보며 눈물을 쏟고 타인을 통해 답을 찾는 것은 굉장한 적자를 낳는 까닭이다.


비로소 앞으로 나아갔을 때 과거의 사건이 해결되기도 한다.


삶이라는 것은 원인과 결과가 반대일 때도 많다.

그러니 고민을 빠르게 분류하여 일단 앞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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