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일보라는 허상을 버려라
이미 충분히 원하는 걸 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다지 하고 싶은 게 매번 있진 않다.
하고 싶은 게 있어야만 그걸 동력으로 살아가는 건 아니잖나. 욕구의 충만함은 결국 집착으로 이어지는걸 아주 잘 아는 까닭에, 솔직히 나는 그냥 산다.
꿈 많은 20대라고는 하지만.. 이건 내가 무기력해서도 아니다. 난 내가 원하는 대로 계속 움직이고 있는데 하고 싶은 걸 바라보면서 그것만을 향해 움직이는 건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다. 하고 싶은 게 간절하게 있어본 적이 그다지 없기에. 내게 그럴듯한 욕망이 있었다면(대학이든 취업이든) 그건 전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 것이다.
난 그냥 건강하게 살고 싶다. 밥도 적당히 먹고 그러고 싶다. 가랑이 찢어가면서 취업을 위해 미친듯한 노력의 쇼를 계속 매일 하기는 싫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건 결국 과거 행방들의 집합이 나라는 존재의 방패가 되어 자소서를 써주든 포폴을 써주든 한다. 지난 몇 년 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 거기에 별로 후회는 없다. 뭐 나보다 더 노력하고 더더더 기가 막힌 경력들을 쌓아 올린 사람도 있다.
내가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나는 그 경연에서만큼은 그걸 deserve it 해야 하는 빌런 역할이었겠거니 한다.
매일 성장을 체감하면서 인생을 크로스핏 하듯이 살 수는 없으니 그러려니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면서 산다.
가랑이 찢어야만 얻을 수 있는 일은 내가 얻어서는 안 되는 일인 거다. 반면에 내 일은 자연스레 내 손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러니 일이 오고 말고에 집학하지 말고 요행을 바라지 말고 정직하게 성실하게 사는 거에 집중해야겠다. 내 성질의 본분을 다 하면서.
바라는 마음이 없음이 곧 행복이다.
이미 내가 그러하게 자연스럽게 삶을 살고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행복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바라는 마음이 있되, 집착하지 않는 것 역시 행복이다. 현재에 감사하고 다독이고 사랑한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오히려 극적으로 바라는 마음이 곧 집착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