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꺼내는 것은 쉽지가 않다. 시시껄렁한 일상 같은 가벼운 이야기나 자랑할만한 일은 선뜻 괜찮지만, 가족에 관해 묻어둔 이야기나 힘들었던 경험에 관한 것은 두려움부터 앞선다. 쓰면서도 손이 떨리고, 저장을 해놓고도 며칠을 묵혀둔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오만 가지 고민 끝에 '발행'을 누르고 나면, 괜스레 낯이 뜨거워지고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누가 뭐라 할까 등 뒤가 서늘해진다. 글에 반응이 없으면 안심되면서도 왠지 아쉬운 기분이 들고, 반응이 있어도 뭐랄까 겁이 난다.
고모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다른 곳 블로그에도 이미 올렸던 이야기이다. 다만 공감만 누를 수 있게 해 놓고 덧글은 막아놓았었다. 반응이 보고 싶기도 하지만 보기 두렵기도 해서였다. 어떤 반응이든 그것에 괜찮은 척 다시 덧글을 달기도 어색하고, 그렇다고 덧글을 안 달기도 곤란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하필 그 고모에 관한 글이 다음 메인과 브런치 홈에 소개가 되었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면 이렇게 띄워준다고 들었는데 정말이었다..! 조회수가 8000이 넘다니..)
그리고 덧글을 통해 예상치 못한 위로를 받았다. 고모의 입장에 계신 분들이 써주신 덧글에서 마치 우리 고모와 마주해 있는 것처럼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또 함께 적어주신 조카분들의 이야기, 비슷한 마음을 전해주시는 글에서 이런 일이 나만 이상하게 힘든 게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나 가장 두려운 것은 나만 혼자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으므로.
'그까짓 걸로... 왜 너만 그래...'
스스로를 매도하는 버릇이 있는 나인데공감적 메시지와 응원을 받으니 너무 감사했고, 덕분에 한결 편안해졌다. 조금 더 과거를 털어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글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에 잊고 있던 어느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블로그에 한 번은 상실과 애도에 관한카드뉴스를 소개하면서, 몇 해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살짝 실었던 적이 있었다.
아무리 세상에 태어난 순서대로 죽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내 나이가 아직은 또래의 죽음을 접하기 어려운 나이라 그런지 너무 충격적이기도 했고.. 언제든 약속 잡고 만나면 된다고 여겼는데 지난 만남이 마지막이었다니 계속 후회가 남았고.. 친구가 한때 좋아했던 연예인이 요즘 미디어에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면서 부쩍 친구가 떠오르는 마음과 그것을 매 순간 다 누군가와 나눌 수는 없는 마음도.. 귓가에 아직도 떠오르는 목소리, 세상 곳곳에 묻어있는 그녀의 흔적들이 아픈 것도 짧게 글에 담았다.
그때에도 덧글들에서 나처럼 친구를 잃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과 다들 비슷한 경험과 감정을 가진다는 것에서 큰 위로를 받았었다. 왠지 무거운 이야기는 꺼내지 않아야 한다고, 다른 사람까지 무겁게 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었고 또 한편으로 친구 이야기나 파는 관종으로 보일까도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글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나는 더 이상 혼자 아픈 것이 아니었다. 품고 있던 감정을 공감받으며 서로더 무거워지기는커녕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 심리상담을 한다는 사람이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와 터놓기는 어려워한다니 돌아보면 우스운 일이다. 그렇지만 마음속 깊이 담긴 이야기를 내어놓는 것부터가 얼마나 고민되는 일인지 다시금 깨닫는 경험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글을 통해 우리의 마음이 연결됨을 느낄 수 있었다.글에는 이렇게소중한 마음이 따라온다는 것도..
나처럼 내향적인 사람에게 글이란 존재의 수단이다. 쉽게 말로 나오지 않는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여 세상에 내보낸다. 누가 읽든 안 읽든 이 글로 세상 어딘가에 내가 존재함을 남긴다.
특히 요즘 같은 언택트 시대에 비대면으로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글'이란 더욱 귀한 가치를 지니는 것 같다. 글은 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지지만 서로의 글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 때 참 행복해진다.
(*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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