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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Oct 28. 2020

나의 바다와 깊은 우주는 서로 이어져있어



눈을 감는다.

깊고 맑고 깨끗한 바다와
뜨끈하 고운 모래.

스르륵스르륵 여유로운 파도 소리.
끝없이 멀고 긴 수평선.

한없이 드넓,
한없이 평화롭다.

여기 나 혼자 뿐이네.
마음껏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울음을 쏟기도 하고,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조용히 잠들기도 해.

바다가 나를 안아주었지..

복잡한 세상 일은
수평선 저 끝 너머에나 밀려있을까?
고요한 내 귓가에 더 이상 웅성대는 소음은
들리지가 않아.

이 곳은 절대적인 나만의 안식처.
온통 평화롭다.

내 마음속에도 하얀 방이 있었다.

이제는 그 문을 열 수 있게
되었고, 난 혼자이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안다.


- 2009. 9. 27




예전 <깊은 우주 속을 거닐다>라는 타이틀로, 잡다한 일상을 담는 블로그를 했던 적이 있다.

그때 어떤 드라마에서.. 아마 '령'이는 무서운 드라마였는데.. 주인공이 원혼에게 몸을 침식당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안전한 '하얀 방'을 상상하며 정신을 가다듬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나도 하얀 방을 생각해보았다.

떠올리면 마음이 진정되고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공간을 그려보았다.

실제로 가본 적 없는 상상 속의 그 바다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나만의 쉴 곳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는 신체 기반 트라우마 치료에서 상담 초반에 구축하는 '안전지대'와도 비슷한 것이었다.

트라우마와 같은 험난한 기억에 접속하면 온몸이 뻣뻣해지고 상당한 고통이 재현되기 때문에,

그럴 때에 자신을 안전하게 다시 이완시키는 방법을 먼저 연습해는 것이다.

혹은 상담 회기가 끝난 후에 상담실 밖으로 나가기 전, 고조되었던 긴장을 풀기에도 좋은 방법이다.

일상에서도 속 시끄럽고 생각이 꼬리를 물 때 나만의 안전지대를 떠올리며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그저 가장 편안한 곳을 상상하며 그곳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구체적으로 떠올려본다.

사람들은 주로 숲 속이나 바다, 포근한 침대 속과 같은 곳을 떠올리곤 한다. 

그곳에서 들리는 소리, 냄새, 색깔, 몸에 닿는 , 공기의 맛 등을 감각적으로 느끼, 호흡이 편안해지고, 생각에서 빠져나온다.

그 속에서 몸과 마음 잠시 쉬게 한다.


(실제 심리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정교한 단계에 걸친 꾸준한 훈련전제되어야 합니다..^^)



* S.E.N.S - Like Wind

https://youtu.be/2OkdNDJQ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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