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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nald Dec 18. 2020

혹시 크리스마스에 약속 있으신가요? 없으시죠?

넷플릭스 <대시&릴리> 리뷰

혹시 이번 크리스마스에 약속 있으신가요? 없으시죠? 아마 있던 약속도 취소하시는 분들이 많을 걸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올해는 집에서 크리스마스 명작 <나 홀로 집에> 대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대시&릴리>를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미 본 영화를 매년 같은 시기에 다시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가장 설레는 건 역시 따끈따끈한 웰메이드 신작을 감상할 때 아니겠어요? 게다가 그 드라마가 집안 소파에 늘어지게 앉아 피자 한 판과 오븐 스파게티를 시켜놓고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라면 더할 나위 없겠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대시&릴리>는 뉴요커들에게 사랑받는 서점, 스트랜드 북스토어에서 대시(오스틴 에이브람스 분)가 정체불명의 빨간 노트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 빨간 책은 뭐지? 하고 책을 집어 들었는데 알고 보니 책이 아닌 노트였고 거기에는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쓴 수수께끼 같은 문장들이 적혀있습니다. 차라리 '에이, 뭐야. 책이 아니잖아~' 하고 책장에 꽂혀있던 빨간 노트를 그대로 제자리에 꽂았다면 모르겠지만 이렇게 들춰본 이상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죠. 그는 재빨리 퀴즈를 풀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동시에 문제를 출제한 사람에게 왠지 모를 호기심과 호감을 품게 됩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시죠?"라고요. 빨간 노트의 주인이자 발신인은 바로 미도리 프랜시스가 분한 릴리입니다. 그녀는 적절한 곳에 덫을 설치하고 조건에 맞는 상대를 기다릴 줄 아는, 영리함과 독특함을 두루 갖춘 학생이죠. '자, 호기심과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도전해봐.'라고 호기롭게 수신인 불명의 메시지를 대형 서점에 남긴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빨간 노트를 매개로 두 사람은 가까운 사람들을 미션에 동원하기도, 좋아하는 장소를 은근슬쩍 흘리기도 하고 미션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기도 하며 서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합니다. 마치 빵 부스러기를 따라 목적지에 점점 가까워지는 헨젤과 그레텔처럼요. 하지만 정신없이 앞으로 나아가던 드라마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는 건 재밌게도 그들이 서로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에요. 가상의 게임 상대쯤으로 여겼던 그녀/그가 현실과 가까워질수록 두 사람은 오히려 긴장하고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지금 이 사람이 너무 좋은데 그녀 혹은 그가 내가 기대했던 사람이 아니면 어쩌지?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이쯤에서 게임을 끝내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운동장에서 신나게 술래잡기를 했는데 어느덧 해가 저물어 사방이 깜깜해지면 두려움은 순식간에 몰려옵니다. 겁에 질려 얼른 집으로 줄행랑을 치느냐 아니면 두려움을 무릅쓰고 상대를 찾아 함께 손을 잡고 돌아가느냐, 두 사람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죠.


데이팅 앱을 통해 상대방의 사진과 프로필은 물론 sns 계정까지 파악하고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이 무슨 고전적인 방식과 고전적인 이야기인가 싶지만 고전이 왜 고전이겠어요. 다소 진부하고 뻔할지라도 재밌으니까 고전이죠. 두 주인공이 주어진 미션을 하나하나 클리어해 나갈 때마다 마치 내 일처럼 기뻐하게 되고 감정적/물리적으로 서서히 가까워지는 그들을 보며 크리스마스가 코앞이니 서두르라며 시청자들은 어느새 발을 동동 구르게 됩니다. 크리스마스가 질색인 남자 대시와 크리스마스를 사랑하는 여자 릴리가 만나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본인이 극 중의 대시처럼 "연말도, 크리스마스도 다 싫어!"를 외치는 사람일지라도, 평소의 시니컬함은 살짝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바로 <대시&릴리>입니다. 무엇보다 연말을 타깃으로 한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는 결코 배신하는 법이 없으니까요.


아 참, 이 드라마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고 이야기했었나요? 드라마가 12월의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즌 내내 12월 뉴욕 풍경을 실컷 볼 수 있습니다. 록펠러 센터의 크리스마스 트리, 반짝반짝 아름답게 빛나는 크리스마스 장식,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를 구경하는 재미,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실컷 볼 수 있습니다. 올해는 아쉽지만 티브이를 통해서라도, 일상적이고 그리운 크리스마스 풍경을 잔뜩 담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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