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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ak KIM Nov 16. 2021

세상에 이런 박물관이?, 전주 난장

전주 포착: 세상에 이런 박물관이?

20년이 넘도록 신기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SBS의 장수 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다른 사람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옛날 물건들을 수집하거나 옛날 노래처럼 과거에 유행했던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이다. 비록 이러한 사람들을 찾는 경우, 처음에는 제보자를 비롯한 사람들의 호들갑과 가족들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은 항상 전문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놀라운 반응과 감탄, 내레이션의 응원으로 마무리 짓는 클리셰로 이어지긴 하지만 과거에 유행했거나 과거에 존재했던 것들을 수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대단하면서도 부러울 따름이다.

그런데 전주, 그것도 하루에 수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길거리에서 파는 갖가지 음식들을 먹으며, 전동성당과 경기전을 비롯한 명소들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한옥마을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들이 두 눈으로 본 순간, '세상에 이런 박물관이?'라고 감탄할 만한 곳이 있다. 바로 레트로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레트로 박물관, 전주 난장이다.

가는 길

태조로와 은행로를 가로지르는 사거리에서 위쪽으로 쭉 걸어간다면(동학혁명 기념관과 마주하면 반쯤 성공이다) 현대극장이라는 포차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대극장에서 더 나아가기보다는 바로 앞에 있는 뒷골목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방향을 꺾어서 40m를 더 가면 된다. 만일 당신이 길을 가다가 '전주 난장'이라는 세로 간판과 오래돼 보이는 하늘색 철제 대문을 마주했다면, 전주의 레트로 맛집을 찾는 데 성공한 것이다.

즐기는 길

전주 난장은 단순히 추억의 물건들을 나열한 전시관이 아닌 70여 개의 공간마다 각기 다른 테마에 맞춰 물건을 전시하여 레트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체험형 박물관이다. 더욱이 학교부터 시골집, 고고장, 저잣거리, 군대까지 한 사람이 격동의 한국 근대사 속에서 성장해 온 것처럼 짜임새 있는 테마를 구성했는데, 마치 영화 '포레스트 검프'나 '국제시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테마존 중간중간에 나오는 출렁다리는 걸음걸음마다 위태로운 느낌을 주면서 그 시절의 정취를 느끼게 해 준다.

그렇다고 이곳에 '쥐를 잡자' 같은 과거 표어들이나 다듬이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골집의 정취 같은 아날로그적인 요소만 담아 놓은 것은 아니다. 지금도 실제 플레이가 가능한 비디오방의 비디오나, 여러 게임들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오락실, 그리고 폴더폰부터 최신 스마트폰까지 전시되어 있는 삐삐 집까지 갖춰져 있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어떻게 이걸 다 수집했을까 하는 놀라움과 옛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약속 다방 근처로 가면 전주난장이 있기 전부터 그 자리를 그대로 지켜왔던, 만들어진지 무려 110년이 넘는 우물이 있다는 것이다. 이 우물 속에서 두레박을 건져 올리면, 쭉 돌아다니느라 지치고 목말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물을 팀별로 1병씩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니, 전주 난장을 두고 괜히 레트로 체험관이라고 부르는 게 아닌 것 같다.

전주 난장을 나온 후

전주의 한옥마을은 경기전이나 전동성당과 같은 문화재와 잘 어우러지면서 한복을 입고 셀카를 찍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특색 있는 관광지가 되었다. 그러나 여타 관광지처럼 특색 없고 비싸기만 한 길거리 음식과 시도 때도 없이 돌아다니며 도보로 관광하는 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전동바이크는 한옥마을을 지나친 상업화를 초래하며 그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 때문에, 전주 난장을 둘러보고 나와서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일 전주 한옥마을을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한국사를 아우르는, 레트로에 특화된 관광지로 조성했다면 어땠을까?"


즉, 전통문화와 한옥, 홍지서림이나 삼양다방과 같이 근방에서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상점들을 토대로 옛것을 보존하면서 일제 때부터 한옥마을에서 살아왔던 전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한옥마을의 관광지화에만 신경 썼을 뿐,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을 피하고자 일제강점기 때부터 살아왔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신경 쓰지 못했던 것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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