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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ak KIM Jan 06. 2022

골목길을 싸목싸목 거닐어봅시다, 양림동 펭귄마을

이름 없는 마을이 펭귄마을이란 이름을 얻다

광주가 자랑하는 유명 관광지로서 다수의 근대 유적들을 품고 있는 양림동, 특히 우월순 선교사 사택, 선교사 묘역을 비롯한 근대 유적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조금만 더 내려가서 걸어가면 같은 동네라 하기에는 오밀조밀한 곳이 있다. 바로 2013년부터 조성되어온 양림동 펭귄마을이다.

사실 펭귄마을은 그 이름이 붙기 전까지는 이름도 없는, 그저 양림동 골목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곳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팔을 걷어붙이면서 마을은 활기를 얻기 시작한다. 과거에 불타 없어졌던 빈 집을 철거하고 주변 쓰레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그 쓰레기들로 멋진 예술 작품을 만들어서 침울했던 느낌의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아울러 텃밭을 가꾸며 거기서 재배한 농작물을 마을 사람들끼리 나누었다. 그 텃밭에는 고마움의 표시로 '펭귄 텃밭'이라 이름을 붙이는데, 수십 년 전 불의의 사고로 불편한 걸음을 내걷는 어르신의 모습이 펭귄 같다고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펭귄 텃밭은 양림동의 어느 이름 없는 마을이 '펭귄마을'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싸목싸목 ¹ 찾아가는 길

만일 당신이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를 찾아왔다면, 유스퀘어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전남대병원으로 가는 첨단 09번 버스를 타고 '전남대병원•남광주시장' 정류장에서 내려서 광주천을 향해 걸어가면 된다. KTX를 타고 왔다고 해서 찾아가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광주송정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남광주역 3번 출구에서 내리면 된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든, 지하철 역에서 내렸든 상관없이 남광주시장을 가로질러 학강교를 건너 학강초 뒤에 있는 사거리에서 우회전해서 걸어간다면 펭귄마을 공예거리는 물론 좁지만 낭만적인 이 골목과 조우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당신이 양림동을 좀 더 오래, 그리고 싸목싸목 ¹ 하게 거닐어보고 싶다면 지하철 남광주역 근처에 자리한 푸른길공원을 따라 걷다가 정율성로 표지판을 따라 가면 더 좋다.

싸목싸목 ¹ 걸어보는 좁은 골목길

혹여 펭귄마을을 다녀간다면, 좁은 골목길을 싸목싸목 거닐면서 쓰레기를 활용한 정크아트로 장식된 담벼락을 눈여겨보도록 하자. 각종 공예체험을 할 수 있는 공예거리와 양림동은 물론 무등산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도 좋지만,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골목길과 양림동이 낳은 대시인 김현승 시인의 시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남긴 시 글귀가 새겨진 '안 시시(詩詩)한 골목', 그리고 추억을 자극하지만 '위생적으로 제조한' 불량식품들을 판매하는 펭귄 주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펭귄 주막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옛 골목길 사이에 그려져 있는 제이홉도 만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아미들은 물론이거니와 K-POP에 별 관심이 없더라도 제이홉 벽화를 싸목싸목 둘러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주는 선한 영향력과 옛 골목의 정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혹시 펭귄마을의 제이홉 벽화를 싸목싸목 하게 둘러보았다면, 조금 수고스러워도 금남로에 있는 K-POP 테마거리도 싸목싸목 하게 둘러보았으면 한다.

펭귄마을을 싸목싸목 ¹ 하게 둘러본 후

펭귄마을은 광주뿐만 아니라 양림동 내에서도 내세울만한 관광지가 아닐 수 없다. 다양한 공예체험이 가능한 공예거리, 정크아트와 여러 글귀를 담장에 새긴 골목길, 그리고 마을의 한 부분을 장식한 제이홉 벽화까지, 나만의 기념품과 레트로 여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어느 한 곳이 유명해지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은 상실되고, 그 자리에는 카페나 식당같이 주민들의 삶과는 아무런 접점이 없는 공허함으로만 채워지는 것을, 펭귄마을은 그래도 나름 잘 피해 가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비록 공예거리 조성 과정에서 피해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닐 테지만, 주민들이 마을의 쓰레기를 예술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처럼 오늘도 사람들의 손재주로 하여금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키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오늘도 옛 골목의 추억을 간직하면서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공예품을 만드는 펭귄마을, 레트로 여행 온 셈 치고 싸목싸목 거닐어보길 추천한다.


¹ 천천히라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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