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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ak KIM May 11. 2022

매화꽃 같은 사랑의 언덕, 순천 매산동 기독교 유적

매화꽃처럼 향기로운 매산동 언덕의 비밀

매년 1, 2월마다 탐스러운 홍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추운 겨울 속에서도 봄을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순천 매산동, 그러나 과거에는 공동묘지(애기 장터)로 쓰일 만큼 척박했고, 사람들에게 버려진 곳으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이역만리 타국에서 온 선교사들은 순천 읍성에서 멀지 않으면서 난봉산 줄기에 자리 잡고 있어서 순천 도심을 눈에 내다볼 수 있는, '버려진 곳' 매산동에서 선교 활동을 전개했다. 과거 풍장터였던 양림동을 광주 선교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던 것처럼 말이다.

불같은 시련 속에서도 홍매화처럼 결실을 맺다

1910년에는 매산 학교를, 1913년에는 안력산 병원을 각각 설립하여 교육과 의료선교를 시작했다. 또한 순천선교부가 세워진 1913년부터 순천을 비롯한 전남 동부 지역에 수많은 교회를 개척했고, 작은 나룻배를 타고 파도와 싸우면서 고흥과 여수의 섬에도 복음을 전파했다. 이렇듯 '나중 된 자가 먼저 된 자가 됨 ¹' 같이 홍매화처럼 아름다운 믿음의 결실을 맺어온 순천이었지만, 뜨거운 불만큼 크고 작은 시련들도 있었다.

먼저 각종 풍토병과 질병이 만연했던 구한말 우리나라에서 복음을 전파했기에 300명이 넘는 선교사와 그 가족들이 질병에 쉽게 노출되었고, 무려 45명이 목숨을 잃었다.

뿐만 아니라 일제에 의해 학교와 병원이 폐쇄된 상황에서도 핍박과 고난 감내하며 신사 참배를 반대했고, 6.25 전쟁으로 인해 많은 도들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매산동 곳곳에 남아 있는 선한 영향력의 증거

남장로교의 선교사들은 선교를 위해 타 지역에서 쌓은 노하우들을 바탕으로 매산동 언덕을 복음의 기지로 바꾸었다. 먼저 남학교와 여학교를 각각 분리하여 설립했고, 선교사들의 주거지는 언덕에서 가장 높은 곳에 지었으며, 병원과 교회는 독립적이면서 접근성 좋은 곳과 접근하기 쉬운 도입부에 각각 배치하여 당시 조선인 거주지보다 더 권위가 높으면서도 종교적인 상징성을 부각할 수 있었다.

그렇기선교사들이 남긴 족적들인 매산여고 프레스턴 주택과 코잇 가옥, 순천 기독진료소로 사용 중인 조지 왓츠 기념관 현재까지도 매산동 언덕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때 개인 주택으로 개조되었던 안력산 병원의 격리병동은 현재 순천시가 매입해 의료문화센터로 조성, 현재 전시관 겸 의료봉사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안력산 의료문화센터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폐쇄되었다.)

특히 안력산 의료문화센터에는, 국내 최초로 만든 한국형 구급차 2대가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구급차들은 앰뷸런스가 흔치 않았던 시절에 처음 등장했는데, 불의의 사고로 인해 아버지를 허망하게 잃은 인요한 박사가 기존의 승합차를 우리의 지형과 실정에 맞게 개조해 만들었. 이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구급차를 벤치마킹해서 환자 이송은 물론 응급조치와 생명유지를 위한 고성능 앰뷸런스를 완성하여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인요한 박사가 주장하는 '우주의 중심, 순천'이란 말을 의료문화센터에서 전시 중인 앰뷸런스를 통해 더욱 체감하게 된다.

남녀가 나뉘어서 예배와 기도를 드렸던 'ㄱ'자 교회

매산여고 뒤편으로 가면, 복음으로 하여금 선교사들이 이 나라를 사랑하고 헌신해 왔음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 바로 지난 2012년 개관한 순천시 기독교 역사박물관인데, 매산 언덕에서 시작되어 퍼져 나간 기독교의 역사와 선교사들의 생활상이 그대로 담겨 있는 장소라 할 수 있다.

이 박물관 2층에는 김제 금산교회처럼 'ㄱ'자로 만들어진 예배당이 있다. '남녀칠세부동석'으로 대표되는 유교적인 문화와 사고방식에 적응했던 초창기 한국교회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인데, 양 옆에는 남자석과 여자석으로 나누어져 있고, 가운데는 휘장을 쳐서 가려놓았다. 실제로 관람 후에 이곳에서 예배를 할 수 있으니 성지순례를 위해 박물관을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참고하길 바란다.

P.S. 매화꽃 같은 사랑이 넘치는 매산 언덕으로 찾아오는 길

매산동 기독교 유적은 순천 구도심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터미널이나 ktx 역에서 찾아오기 매우 쉽다. 순천 버스 77번이나 52번을 타고 가면 한 번에 갈 수 있으니 기억해두면 더 좋다.


¹누가복음 13장 3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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