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는 5살 남아입니다.
아이가 또래에 비해 조금 키가 작은 편이에요.
아이가 어린이집을 잘 다니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어느 날 속상한 얘기를 하네요.
친구 한두 명이 나쁜 말을 하고 놀린 일이 몇 번 있었나 봐요.
"너는 힘도 안 세서 5살이 아니고 아기 같아."
"너는 아기여서 말도 잘 못하고 다 모르잖아."
이런 식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는데, 저희 아이가 많이 속상했던 눈치입니다.
게다가 한 명이 그런 못된 말을 하면 옆에 있는 친구들도 같이 맞장구를 치나 봅니다.
어린이집에서 부르는 노래를 가사를 바꿔 부르며 아이를 놀렸다고 해요.
5살인 아이가 하는 말이라 처음엔 사실인지 긴가민가 했는데,
한 번이 아니라 두세 번 이야기하는 걸 보니 적어도 비슷한 일들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OO이 애기 아니라 형아인데 누가 그래?" 라고 얘기하긴 하는데,
어린이집도, 친구도 예전에 비해 안 좋아하고 의기소침한 게 눈에 보입니다.
그 전에는 어린이집 가는 걸 좋아하고 재밌어했던 아이였거든요.
이젠 하나도 재미없다고 가기 싫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1. 일단은 인정해주기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전하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참 속이 많이 상합니다. 속상한 마음에 "아니야, 너 하나도 아기 같지 않아~" "아냐, 우리 OO이 말 잘하는데?" 라고 선뜻 이야기해 버리기가 쉽습니다. 이런 대응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어떤 면에선 아이의 말이나 생각을 부정하고 반박하는 셈이 되어 버려서 아이와 이상한 말싸움으로 번지기가 쉽습니다. 아이는 "아니야, 난 다 몰라! 친구가 그랬다구!" 라고 하며 불필요한 부모 vs. 아이의 대립각을 세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친구에게 그런 말을 듣고 네가 정말 말도 못 하고 잘 모르는 아기인 것처럼 생각이 들었구나"라고 얘기하며 일단은 아이가 생각하게 된 바를 일시적으로 인정해줘도 괜찮습니다.
2. 감정 이야기하기
아이의 생각을 읽어준 다음에는 친구에게 그런 말을 듣고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를 묻고 공감해 주는 게 좋습니다. 5살 정도면 기쁘다, 좋다, 슬프다, 속상하다, 화가 난다 정도의 감정단어들은 보통 알기 마련입니다. 혹시 감정단어들을 잘 모르거나 익숙하지 않다면 놀이처럼 접근하는 것도 좋습니다. 검은색 풍선, 빨간 풍선, 노란 풍선, 초록 풍선... 여러 가지 색의 풍선에 감정 이름을 붙여줄 수 있습니다. 까만 풍선은 혼자 있고 싶은 마음, 노란 풍선은 슬픈 마음, 빨간 풍선은 화가 나는 마음, 초록색 풍선은 즐거운 마음 등. 그 뒤에 친구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엄마 또는 아빠와 얘기하는 지금은 어떤 기분인지, 노란 풍선이 초록색 풍선이 되려면 뭘 하면 좋을지 등 다양하게 활용해서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반영하고, 또 공감해 줍니다.
3. 친구의 잘못 알려주기
때린 것도 욕한 것도 아니지만 잘못은 잘못입니다. 그 친구가 아이에게 하는 말과 놀리는 행동은 잘못된 거고 나쁜 말과 나쁜 행동임을 명확하게 알려 줍니다. 아이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 친구의 행동과 말이 잘못된 거라고 아주 확실하고 단호하게 반복적으로 알려줍니다. 키가 작거나 힘이 세지 않다는 이유로, 말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잘 모른다는 이유로 놀리는 건 잘못임을 분명하게 알려줍니다.
4. 아이의 소망에 집중하기
키가 작아서 놀림받고 또 말도 잘 못하고 모른다는 이유로 속상한 마음을 충분히 알아준 뒤라면 이젠 아이의 소망을 알아줄 시간입니다. "그럼 우리 OO 이는 힘도 더 세지고 싶고, 말도 더 잘하게 되고 싶고, 아는 것도 많아지고 싶은 거구나?"라고 이야기하며 그런 소망에 가까워지기 위해 어떤 일들을 부모와 함께 할 수 있을지 계획을 세우고 활동도 해나갑니다. 이미 말도 잘하는 편이고 아는 것도 나이에 비해 충분한 수준이라면, 여러 활동을 하며 아이가 스스로 잘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북돋아줍니다.
5. 대응방식 알려주기
그 친구의 말과 행동이 잘못된 것이기에, 아이에게 스스로를 지키고 자신을 해치는 외부의 자극에 대해 선을 긋는 최소한의 방법과 기술을 알려줍니다. "너가 그렇게 말하면 나 화나거든? 그 말 그만해!" 라고 말하는 걸 롤플레이를 통해 연습해 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그냥 무시하거나 자리를 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또 선생님에게 말하는 것도 그 나이대의 아이가 할 수 있는 좋은 대응방식입니다. 선생님에게 알리는 걸 고자질 또는 일러바치는 행위로 생각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는데, 아이에게는 언제나 어른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이런 다양한 방법들을 반복적으로 알려주고 함께 연습합니다.
6. 안심시키기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힘이 세고 아는 것이 많아야 멋진 형아'라는 생각을 하고, 그렇지 않은 자신은 멋진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멋지지 않은 자신을 선생님이 좋아하지 않고, 심지어는 부모님조차 이런 내 모습을 기뻐하거나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부모는, 네가 설령 힘도 세지 않고 모르는 게 많아도 엄마 아빠는 언제나 널 사랑한다고, 넌 우리의 변함없는 보물이라고, 이런 엄마 아빠처럼 너를 좋아하는 친구도 분명 있다고 적절한 타이밍에 계속 알려줘서 아이 마음을 안심시킵니다.
사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진 않겠지요. 그 친구는 또 나쁜 말을 할 수 있고, 설령 기관을 옮긴다고 해도 그런 친구들이 또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온 인생이 그렇듯이, 아이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친구들도 있지만 이따금 나쁜 친구도 있고, 좋은 일도 생기지만 안 좋은 일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 외부의 상황과 세상을 모조리 통제할 수 없기에, 그런 갈등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대응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보듬고, 나쁜 영향을 최소화하며 앞으로 한 발짝 내딛을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알려주고 함께해 주시는 것이 아이에겐 큰 자산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위 이야기는 여러 사례들을 모아 각색한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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