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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덩 Feb 26. 2022

아이의 마음을 여는 질문 방법

"닫힌 질문"과 "열린 질문" 

"잘 잤어? 좋은 꿈 꿨어?"

"오늘 뭐가 가장 즐거웠어?"


아이와 함께하는 나의 하루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난다.  생각해보면 하루에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질문을 던지는 걸까.  하나하나 세 보지는 않았지만 정말 수십, 수백 번에 이를 것이다.  나만 그럴리는 없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순간순간을 보낸다. 


그런데 질문에도 사실 여러 종류가 있고, 그 의도와 목적도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부모는 아이에게 왜 그렇게 많은 질문을 하게 되는 걸까.  첫째, 말 그대로 궁금하기 때문에 정보를 얻고자 질문을 하는 경우다.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부모가 어디 있으랴.  그 관심이 표현되는 가장 일반적이고 흔한 방법이 바로 질문이다.  학교에서 보낸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그 친구와는 어떻게 지냈는지, 집에 오자마자 손은 씻었는지, 저녁식사로는 뭘 먹고 싶은지, 밥 먹고 나선 뭐 하고 놀고 싶은지.  아이에 대한 모든 게 궁금하기에 부모는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둘째, 어떤 질문은 그 형태는 분명 질문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실은 그 목적이 궁금함을 채우거나 정보를 얻기 위함이 아닐 때가 있다.  이때의 질문은 아이를 압박하거나 (예: "밥 먹을 때 그렇게 돌아다니면 돼, 안돼?"), 다그치고 꾸중을 하거나 (예: "누가 엄마한테 그렇게 버릇없이 말하라고 했어?"), 부모의 머릿속에 있는 정답을 요구하는 경우 (예: "아빠가 집에 들어오면 뭐부터 하라고 했어?") 일 수 있다.  물론, 이런 질문은 아이의 마음을 열기는커녕 새침하게 열려 있던 마음조차 닫게끔 할 것이다.  




열린 질문과 닫힌 질문


내담자와 늘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는 상담자들은 어떤 질문 방식을 연습할까.  상담에서 배우는 질문의 종류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바로 '닫힌 질문'과 '열린 질문'이다.  얼핏 그냥 듣기만 해도 왠지 열린 질문이 닫힌 질문보다는 좋을 것만 같다.  실제로 상담을 하시는 분들 중에 닫힌 질문은 상담에서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  전반적으로는 맞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두 방식의 질문은 그 목적과 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먼저 닫힌 질문이란, 질문을 받은 사람이 "네" "아니오"와 같은 단답이나 최소한의 반응으로 대답을 하게끔 질문하는 방식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닫힌 질문은 '피해야 할 질문 방식'이 아니다.  열린 질문과는 용도가 다를 뿐 닫힌 질문 역시 쓸모가 있고 유용할 때가 많다. 구체적인 정보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거나 사실관계를 파악할 때는 닫힌 질문이 무척 유용하다.  물론 형태는 닫힌 질문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꾸중을 듣거나 비난과 판단을 받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긴 하다. 


"오늘 유치원에서 재밌게 놀았어?"

"오늘 OO 이한테 사과하고 왔어?"

"집에 언제 왔어?"

"너 화났지?" 

"그냥 선생님 말 좀 들으면 안 돼?"


한편 열린 질문이란 닫힌 질문과는 반대로 "네" "아니오" 또는 단답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질문을 들은 사람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사고를 촉진시키고, 판단받지 않고 자유롭게 질문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닫힌 질문이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 이점이 있다면, 열린 질문은 생각을 촉진하고 또 '정서'를 파악하고자 할 때 더욱 유용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아이가 열린 질문을 받는다면 아이는 보다 진솔하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나눌 수 있게 된다.  위의 닫힌 질문을 열린 질문으로 바꾼다면 이렇게 바꿀 수 있다. 


"오늘 유치원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해."

"학교에서 친구들과는 어떻게 지냈어?"

"학교에 있다가 집에 오면 기분이 어때?"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좀 나아질 수 있을까?"

"선생님 말대로 하기 어려운 이유가 어떤 건지 궁금해."


열린 질문이 주는 여러 효용들 때문에 상담자들은 닫힌 질문보다는 열린 질문을 하도록 훈련받는다.  또 닫힌 질문 대신에 열린 질문을 생성하는 연습과 실습을 반복하기도 한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마음속 깊은 감정과 생각을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열린 질문은 권장할 만하다.  어떤 열린 질문은 아이가 질문에 생각하고 대답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을 필요로 할 수 있다.  물론 이 때에 부모는 아이의 대답을 채근하기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답을 기다려 주는 것이 좋다. 




선택지 (Multiple Choice) 질문하기


대부분의 질문이 닫힌 질문'과 '열린 질문' 중 하나로 수렴할 수 있겠지만, 물론 이 외에도 보다 구체적인 여러 종류의 질문들이 있다.  학령전 나이의 아이들 같은 경우는 꼭 감정에 대한 질문이 아니더라도,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질문에 대한 답이 잘 생각이 나지 않을 수도 있고, 부모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질문을 한다면 열린 질문을 통해 나오는 아이의 답은 부모의 기대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선택지 질문 방식을 활용할 수도 있다.


주말이 되어 부모는 아이에게 "오늘 뭐 하고 놀고 싶어?"라고 물어본다.  전형적인 열린 질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무엇을 대답하더라도 "그래, 그러자!"라고 대답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할머니 집에 가고 싶어요"라고 대답을 할 경우, 할머니는 정작 다른 일이 있으시거나 너무 멀리 계셔서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럴 때는 아이에겐 어쩔 수 없이 "안 돼"라고 얘기를 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지 질문은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과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것 모두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질문을 할 때 애초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옵션만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오늘 주말이니깐 우리 가족 모두 함께 시간을 보낼 거야.  동물원 가기, 집에서 보드 게임하기, 친구 OO이네 집에 놀러 가기, 쇼핑몰에 가서 구경하고 책이나 장난감 사 오기 중에 뭘 하면 좋을까?"라고 질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의 발달 수준이나 입장에서 쉽사리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 할지라도 선택지를 제공한다면 아이가 보다 쉽게 답할 수 있게 된다. 


선택지 질문을 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 구조화된 질문을 통해 아이 입장에서도 막연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선택지들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더욱 자신 있게 답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제한된 선택지라고 할지라도 여전히 아이가 스스로 선택을 하기 때문에 아이는 자율성과 주도성도 경험할 수 있다.  선택지 질문을 할 때에도 아이의 답변을 꼭 '선택지' 중 하나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주어진 선택지 중 어느 것도 아이의 마음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마지막 선택지는 아이의 몫으로 열어둘 수 있다




"왜"로 시작하는 질문


"왜"로 시작하는 질문은 조심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들은 야단과 잔소리는 보통 "왜"로 시작했던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왜 그랬어?" "숙제 왜 안 했어?" "동생을 왜 계속 괴롭히는 거야?" "실컷 차려놨더니 왜 안 먹니?" 등등...  그렇다.  "왜"로 시작되는 질문이 불편한 이유는 종종 듣는 이를 판단하거나 비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왜" 질문의 이러한 특성은 아이와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왜" 질문은 듣는 아이로 하여금 주눅이 들게 하고, 방어적이 되게 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할 수 있다.  듣는 입장에서 공격 또는 비난처럼 들리기가 쉽고 그래서 쉽게 방어적으로 변할 수 있다.  이미 마음의 가드를 올리고 방어적인 상태에서 마음을 열고 여린 속마음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사실 "왜" 질문은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동생을 왜 계속 괴롭히는 거야!"라는 질문은 사실 "동생을 계속 괴롭혀서는 안 돼"라는 말로 바꾸면 더욱 명확해진다.  즉, 꼭 "왜"의 형태를 띨 필요는 없었던 셈이다.  언뜻 듣기에는 저거나 이거나 비슷한 말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아이 입장에서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받는 것보단 단호하고 따끔한 말 한마디가 나을 수 있다.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은 마음에 불안감을 키우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이유가 궁금해서 "왜" 질문을 하게 될 때도 많다.  그러나 설령 비난이 목적이 아니라 정말 이유가 궁금할 때에도, 정말 그런 경우라고 해도 "왜" 질문은 여전히 아이를 위축되게 만들 수 있다.  "왜 안 했어?"라는 질문보다는 "하기로 아빠랑 약속했던 건데 잘 안됐나 보다. 어떤 이유 때문에 약속을 지키기가 어려웠는지 알려줄래?"라고 물어본다면, 아이는 조금 더 편안하게 어떤 부분이 어려웠는지 이유가 뭐였는지 등을 얘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질문하기 전, 기억하면 좋을 것들


"누가 동생한테 그렇게 하라고 했어?"

"아빠한테 그렇게 말을 하면 돼, 안돼?"


이런 형태의 질문을 해 보지 않은 부모만 나에게 돌을 던지라.  가능하면 피해야 할 질문의 형태 중 하나로 위와 같은 "수사형 질문"이 있다.  형태만 질문의 틀을 가진, 실제로는 꾸중인 셈이다.  아이는 불편한 분위기를 무마하고자 갑자기 웃으며 장난을 치거나 주의를 돌리려 할지도 모른다.  미취학 아동에게선 거의 잘 나타나지 않지만 조금 큰 아이들은 "아, 몰라!"라고 대놓고 반항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많은 경우 아이는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안돼요" 또는 "잘못했어요"라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보통의 부모라면 "왜" 질문을 콤보로 사용한다.  "근데 왜 그랬어?"  사실 나도 종종 그럴 때가 있다.  수사형 질문을 대화 또는 훈육의 기본값으로 삼는다면 아이를 지나치게 구석으로 몰아세우는 꼴이 반복하게 될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의도를 내포한 질문"은 피하는 것이 좋다.  흔히 말해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 질문이다.  즉 답이 이미 정해져 있거나 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한데 형식만 질문의 형식을 띈 질문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잘못했지?"라고 말하기보다는 "화가 날 순 있지만 그렇다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건 해선 안 돼"라고 말해주는 게 좋다.  "다음에도 이럴 거야?"라는 질문은 "다음부턴 이 행동은 하지 않으면 좋겠어."로 바꾸어 말해줄 수 있다. 


다음으로 기억하면 좋을 점은 "한 번에 하나씩 물어보기"다.  성격이 좀 급한 편이거나 불안도가 높은 부모의 경우, 아이에게 속사포로 질문을 쏟아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로서는 당연히 제대로 답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사실 성인에게도 한 번에 둘셋 이상의 질문을 한 번에 던지면 효과적으로 답하기가 어렵다.  또 너무 연달아 질문만을 하는 것도 지양하는 편이 좋다.  가끔 부모-자녀 간의 대화를 보면 부모는 질문만 하고 아이는 대답만 하는 경우가 있다.  질문-답변 형태의 패턴이 형성된 경우다.  그런 모습은 사실 서로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눈다기보다는 취조처럼 보일 수 있다. 




아이에게 사사건건 모든 걸 물어본다고 해서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거나 아이에 대한 부모의 관심을 나타낼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질문에는 힘의 논리가 담겨 있어서, 부모가 아이에게 질문을 계속해서 할수록 부모는 의도와는 달리 아이에게 부모의 더 높은 위치를 확인시켜주게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질문에 의도를 담고, 그 의도를 가장 잘 이행해 줄 수 있는 질문을 먼저 고안해 보고 물어보는 것이 좋다. 


이렇게 적고 보니 아는 것보다도 실천이 참 어렵다.  게다가 모든 대화마다 아이에게 이 모든 걸 고려해서 질문을 던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아이의 마음을 여는 대화가 꼭 필요한 순간에는 닫힌 질문보다는 열린 질문을, 조급함보다는 인내로 아이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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