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사람들의 정신세계가 많이도 피폐해졌구나라는 것이 자주 느껴집니다. TV는 마치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이유 없는 폭력, 살인 등등을 일상처럼 보여주죠. 상호 간의 관계성에서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이 사이버 세계에 몰입하거나, 현실에서는 반려견에 애정을 쏟는 양태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상호 간의 관계성보다는 일방적인 관계에서 사람들은 덜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무지의 영역에 대하여 의구심을 품고 탐구하려 하기보다는 본 적이 없는, 존재여부에 대한 객관성조차 의심 없이 신에게 모든 것을 쉽게 일임해 버리고, 마치 그것이 지혜로운 자의 행위인양 치부해 버립니다. 그게 차라리 편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경우,
더 멋진 이론으로 갈아입는 더 멋지고 더 힘센 신이 나타나면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하느님이다, 내가 진리다' 하는 자들이 우후죽순 나타나는 토양이 되는 것이죠.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진리가 하나라면 나머지는 모두가 가짜가 되겠죠. 가짜들끼리 서로 다투고, 또 그들을 따라 우르르 이리저리 이동하는 자들이 있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존재성의 혼돈은 사이버 세상의 혼란스러운 다양성 속에서 파편화된 정신으로 나타나고, 그 결과 상호 간의 관계성을 단절함으로써 자신만의 골방으로 들어가 스스로 안에서 문을 걸어 잠가 버리는 양태로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1. 하나(一)에서 비롯되다
단군시대의 철학인 천부경의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주역의 "태극생양의(太極生兩儀)", 노자의 "도생일 일생이(道生一 一生二)", 현대물리학의 "빅뱅(BigBang)"은 모두 만물의 시작점인 하나, 즉 일(一)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하나(一)에서 흘러나와 음양(二)으로 분별되고, 상반된 대립인자인 음양은 상호대립하면서도 서로를 의존하며 상호작용을 통해 만물(三)을 생멸 순환시키는 것이죠. 천부경은 이러한 순환의 원리를 다음처럼 정의하고 있습니다.
一妙衍萬往萬來用變不動本
일묘연만왕만래용변부동본
하나(一)가 시작하여 묘리妙理를 한없이 펼쳐내니,
삼라만상이 가고 오며 무수히 쓰임을 달리하지만,
본(本)이 되는 하나(一)는 변함이 없도다.
음양은 일음일양(一陰一陽)이 서로 충돌하고 화해를 반복하며 새로운 중화의 양태를 생합니다. 음양은 만물을 낳는 플러스 마이너스 동력원이라 할 수 있죠. 주역은 이를 "강유상추이생변화(剛柔相推而生變化)"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화의 산물인 만물은 어떤 시스템에 의해 생겨나는 것일까요?
2. 음양오행의 생극제화
역학은 음양이 상호작용을 통해 분화되어 시스템화된 오행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행은 음양이 낳은 천지인을 생극제화를 통해 생장수장의 이치로써 생로병사를 순환시키는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음양오행이 팔괘로 범주화되고, 10 천간으로 개략화되면서 우리는 상과 문자의 상호 관계성을 통해 만물의 변화를 이해하고, 만물의 변화에 따라 만물 중의 하나인 인간 개개의 득실을 따져 길흉을 논하게 됩니다.
그런데 생(生)과 극(克)은 길(吉)과 흉(凶)으로 단순하게 구분 지어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물(水☵)은 생명(木☳)을 낳아기르지만(生), 화기(火☲)를 식혀 땅(土☷)을 기름지게 하죠(克). 상(相)이 의미하는 것처럼 생극은 상대적(相對的)이면서 상보적(相補的)인 개념을 품고 있습니다. 만물은 생극작용을 통하여 상호 보완함으로써 성장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생(生)만으로 자랄 수 없고 극(克)만으로도 살아나갈 수가 없어요. 생(生)이 태과(太過)하면 기운이 생설(生泄)되어 내가 탈진하게 되고, 극(克)이 태과하면 상대방을 다치게 합니다. 화기의 확산이 지나치면 꽃이 맺히지 않고요. 적당한 선에서 음기가 들어와 양기를 제어하면서 열매를 매다는 것이니, 주역 괘상으로 표현하면 바로 이화(離火)☲의 상이 되는 셈이죠. 그러므로 생과 극이 적절하게 조화되어야만 상호생존이 가능하게 됩니다. 생극(生克)이란 만물이 공생(共生)하고 공존(共存)하기 위한 천지자연의 지혜라 할 수 있습니다.
▶상생(相生) ≫ 상극(相克)
물(水)은 나무(木)를 길러 땅(土)에 뿌리를 내리게 하며(水生木≫木克土),
나무(木)는 자신을 태워 불(火)을 생하고 금(金)을 녹여 생명의 형상을 만들게 하며(木生火≫火克金),
불(火)은 나무를 태워 땅(土)을 기름지게 하여 생명(水)을 품게 합니다(火生土≫土生金).
땅(土)은 단단하게 뭉쳐 쇠(金)를 생하니 나무를 베어 화기(火)를 북돋으며(土生金≫金克木≫木生火),
돌(金)은 물(水)이 흘러나오는 통로가 되고 물은 화기(水)를 식혀 숙성시키게 됩니다(金生水≫水克火).
▶상극(相克) ≫ 상생(相生)
나무(木)는 땅(土)을 파고들어 뿌리를 내림으로써 땅을 단단하게 묶어 쇠(金)를 생하고(木克土≫土生金),
땅(土)은 물(水)을 흡수하여 나무(木)가 자라는 토대가 되어주며(土克水≫水生木),
물(水)은 화기(火)를 식혀 땅(土)을 기름지게 하고(水克火≫火生土),
불(火)은 쇠(金)를 녹여 생명수(水)를 만들고(火克金≫金生水),
금(金)은 나무(木)를 베어 불(火)을 피울 수 있도록 합니다(金克木≫木生火).
▷오행생극(五行生剋)의 조화
오행(五行)은 생(生)함으로써 극(克)하고, 극(克)함으로써 생(生)하여 생명이 순환하도록 하는 우주만물의 지혜이자 존재의 원리입니다. 생(生)에도 길흉이 있고(生助吉, 生泄凶), 극(克)에도 길흉이 있습니다(克制吉, 克害凶). 그러므로 만물의 작용은 상대적(相對的)이면서도 상보적(相補的)이니 단순하게 길흉으로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입니다.
여덟 글자로 구성된 사주명국에서 보면, 한 가지 기운이 태과하거나 태부족한 경우 오행은 서로를 보완하기 위하여 생극과 합충작용을 통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오행이 천지를 순행하면서 과한 것은 덜어내고, 모자라는 것은 채워주니, 그 과정에서 길흉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죠.
여덟 개의 글자로 표현되는 인간의 존재는 항상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주(四柱)는 오행(五行)에서 한 기둥이 부족하죠. 그래서 운에서 들어오는 간지가 명국을 오주로 채우면서 오행의 생극과 합충작용으로써 사주(四柱)가 활기를 띠며 움직이게 되는 것입니다.
자연의 이치로 설명하자면,
지구가 태양주위를 공전하면서 사계절이 만들어지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기온의 불균형에 의해서 에너지가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생극작용이 일어나게 되고, 만물은 생장수장(生長收藏)의 이치로 생명을 순환하는 것입니다.
음양은 만물을 돌리는 동력원이고, 오행은 만물을 생화하는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상과 문자로 표상된 괘와 간지를 오행에 대입하여 생극제화 시스템에 돌린다면 득실을 만들어내는 상과 문자를 분석함으로써 길흉을 판단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음양오행의 생극제화 원리를 이해하면 만물의 생장수장(生長收藏)의 이치를 알 수 있고, 만물 중의 하나인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이치도 알 수가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