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길을 가다 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굽이치며 출렁이는 파도를 만나게 됩니다. 여덟 글자로 표현되는 사주명리학에서는 이것을 십이운성이라는 묘법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잔잔한 파도를 만나 편안하지만 무료한 인생길을 걷는 이가 있는 반면에, 롤러코스터를 타듯 정상에서 바닥으로 바닥에서 정상으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경험하며 마침내 정상을 터치하는 이도 있습니다. 어떤 이는 적당한 파고를 만나 신나는 인생을 즐기는 이도 있구요. 사주명리학에서는 인생의 파도를 12단계로 나누고 이를 12 운성이라는 묘리로써 설명하고 있습니다.
12 계단의 파도는 만나는 이마다 저마다 느끼게 되는 강도는 다를 것이고, 또한 각자 대처하는 자세도 다르겠죠. 그래서 인생은 복잡다단하고, 저마다 천차만별 인생길로 복잡하게 갈라져 나아가게 됩니다.
다음 글은 본인의 논문에서 12 운성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12 운성은 문자로 표현되므로 그것이 가지고 있는 뜻에 갇혀 현학적인 해석으로 흐르기 쉽다. 그러나 12 운성에 12 벽괘를 배정하여 수리를 부여하게 되면 단순히 명칭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따른 추상적인 변통이 아니라 수리로써 서로의 기세를 명확하게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지구의 사시순환에 따른 시간(時間)과 동서남북 방위(方位)를 정함으로써 만물의 순환원리를 표현한 문왕팔괘는 사시(四時)가 순환함에 따라 봄에는 생명이 생장하고 여름에는 장성하여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며, 그리고 坤土에서 여름과 가을의 교역(交易)이 이루어짐으로써 양기가 쇠(衰)하고 음기가 흥(興)하기 시작하니 가을에는 왕성하던 양기가 수렴되어 정제되며, 겨울에는 음기로써 양기를 저장하여 휴식하는 원리를 표상한다.
이러한 사시순환에 따른 생명의 12단계 성쇠과정을 음양소장의 원리로써 생장염장(生長斂藏)의 이치를 표상한 것이 12 벽괘이다. 그러므로 12 지지를 순환하는 생명의 과정을 陰陽二氣 소식(消息)의 원리로 표상한 12 벽괘는 ‘생욕대록왕쇠병사묘절태양(生浴帶祿旺衰病死墓絶胎養)’이라는 12단계로써 생로병사의 순환을 표상한 12 운성과 음양소장의 원리가 정확하게 일치하게 된다.
火五行 기준으로 보면,
亥子丑은 절태양(絶胎養)의 시기로서 이전의 기운이 완전히 끊어지고 다음 생의 뜻을 품고 태동하는 절처봉생(絶處逢生)의 시기이니 침체기이면서도 생기를 품는 태동기(胎動期)가 된다. 계절로 보면 생기가 수렴, 저장되어 있는 겨울에 해당된다. 「그림 7」의 태극도를 보면 子月(☷☳復)에 양기가 처음으로 태동하기 시작하고, 午月(☰☴姤)에 음기가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낸다.
寅卯辰은 생욕대(生浴帶)의 시기로서 생명이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이 되며 계절로는 만물이 생발(生發)하는 봄이 된다.
巳午未는 록왕쇠(祿旺衰)의 시기로서 인생절정의 왕성한 활동과 결과를 맺는 시기가 되며 계절로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여름이 된다.
申酉戌은 병사묘(病死墓)의 시기로서 양기가 수렴되고 기운이 쇠락함으로써 죽음에 이르러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계절로는 열매가 땅에 떨어져 씨앗(양기)으로 수렴되고 정제되는 가을에 해당된다.
이렇게 생명의 순환은 사계절의 순환원리와 맞물려 양기(씨앗)는 다시 음기에 의해 저장되어 휴식하는 겨울의 단계를 거쳐 다음 생을 준비하게 된다.
12 운성의 12단계에 음양소식(陰陽消息)으로 표현된 12 벽괘의 수리를 접목해 보자.
12 벽괘의 수리와 12 운성
생生(長生)은 지천태(地天泰)의 상으로 양기의 기세는 56이다. 천지가 사귀어 만물이 통하니 서로 작용하며 생명을 낳는 때이다.
욕浴(沐浴)은 뇌천대장(雷天大壯)의 상으로 질풍노도와 같은 청소년기의 기세를 가지고 있으며 수리는 60이 된다. 우레☳(動)와 같은 기상으로 뛰쳐나가려는 성정이 있으며, 스스로를 자각하고 꾸미는 시기이다. 아직은 미숙한 시기로 기운을 절제하지 못하면 방탕으로 흐르기 쉬운 때이기도 하다.
대帶(冠帶)는 택천쾌(澤天夬)의 상으로 양기가 가득 찬 청년기로서 62의 수이니, 관대(冠帶)를 갖추고 사회에 진출하려는 때에 해당된다.
록祿(建祿)은 임관(臨官)이라고도 하며, 중천건(重天乾)의 상으로 장성한 어른의 시기에 해당된다. 생애 최고의 왕성한 기운(63)으로 사회활동을 하는 때이다. 양기가 가득 찬 보름달과 같은 상으로 내부적으로는 쇠락의 기운이 움트는 시기이기도 하다.
욍旺(帝旺)은 천풍구(天風姤)의 상으로 음기가 처음 생하기 시작하는 때로서 인생의 결과물을 만드는 시기에 해당된다. 음기가 생하여 양기를 31로 떨어트림으로써 확장하는 양의 기세를 제어하여 일의 결과(열매)를 만드는 지혜로운 시기이다. 겉으로는 록(祿)의 기운이 제일 강왕(剛旺)하지만 기세에 비하여 경험이 부족하다. 왕(旺)은 비록 록(祿)에 비해 양기는 떨어지지만 음기를 이용해 열매(결과)를 맺는 원숙한 노련미가 있다. 제왕이란 무조건 기세가 강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제어하여 결과를 이루어내는 원숙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쇠衰는 천산돈(天山遯)의 상으로 기운이 쇠락하는 때로서 기세가 15로 떨어진다. 활동을 멈추고(☶止) 그동안의 삶에서 축적한 경험과 지혜를 발휘하는 시기이다.
병病은 천지비(天地否)의 상으로 천지가 서로 사귀지 않아 만물이 통하지 않는 때로서 기세가 7에 불과하다. 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기로 양기의 공급이 끊어지기 시작하니 기력(氣力)의 쇠락이 극심하다.
사死는 풍지관(風地觀)의 상으로 땅에 떨어진 열매를 상징한다. 양기의 공급이 끊겨 불과 3 정도 남아 있으니 귀(鬼)에 해당된다.
묘墓는 산지박(山地剝)의 상으로 떨어진 열매가 땅 속에 묻힌 모습이다. 양기가 겨우 1 정도로 명맥이 남아 있는 때이니, 죽어서 묘에 들어가도 양기가 완전히 고갈된 것은 아니다.
절絶은 중지곤(重地坤)의 상으로 양기는 제로(0)이다. 양기가 완전히 끊긴 坤三絶의 상이다. 그러나 다음 생의 뜻을 품는 절처봉생(絶處逢生)의 시기이기도 하다.
태胎는 지뢰복(地雷復)의 상으로 생명(씨앗)이 잉태된 모습이며 양기는 32에 해당된다. 初九는 비록 5개의 음효 아래에 처해있는 한 개의 양에 불과하지만 상승하는 생명의 기세는 결코 작지 않다. 初九를 모태에 안착한 태아에 비유하면, 태아는 비록 생명력은 크지만 5개 음의 맨 아래에 처하여 있으므로 초기에는 어미의 보살핌이 없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그래서 주역 지뢰복괘 「상전」에서는 “양이 처음 생기는 동짓날에는 천도에 순응하여 관문을 닫고 장사꾼과 여행자가 다니지 못하게 하며 사방을 시찰하지 않는다.”라고 하였으니, 이는 상서로운 양의 기운을 보호하여 안정되게 함으로써 무사히 성장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양養은 지택림(地澤臨)의 상으로 생명(태아)이 모태에서 양기를 축적하고 있는 모습이니 기운은 48에 해당된다. 장생(長生)에서 56의 기세로 만천하에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