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얼마나 하면 괜찮으려나
뽀롱뽀롱 뽀로로 2기까지 사용된 오프닝 송은 이렇게 시작한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 언제나 즐거워 개구쟁이 뽀로로~"
뽀로로 주제곡에서도 얘기하지만 노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노는 것도 재밌는데 그걸 친구들과 함께 한다면? 옛말에 누울 자리를 봐가며 다리를 뻗는다는 말이 있다. 가령 우리 부부 역시 애가 커가면서 한 번씩 덩어리 자유시간을 구하고자 서로에게 적당히 다리를 뻗고 있는데 그 이유는 친구들이랑 놀기 위해서다.
하물며 우리도 그러한데 어린 딸은 오죽할까? 주중에 저녁시간, 주말의 오후시간, 친구들과 놀다 보면 시간은 금방 간다. 와이프가 자기 친구들과 보낸 즐거운 저녁시간도 휘리릭 가고, 우리 딸이 친구들과 집에서 보낸 시간도 휘리릭 가며, 나 또한 평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즐거운 저녁 식사(+엄청난 수다와 술자리) 시간이 그러하다. 그렇게 휘리릭 시간이 가다 보면 어느덧 마무리할 시간이다. 그렇다. "이제 그만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의 시간이다. 우린 모두 내일 아침에 일어나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금 하고 있는 놀이를 이제 그만 중단하고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씻고 자야 한다.
각자의 나이 대가 다르니 놀이도 다르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 가족만 하더라도 딸이 즐기는 놀이와 우리가 다르다. 자료를 살펴보면 이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 '2022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10대가 가장 즐기는 건 모바일콘텐트/VOD 시청이고 두 번째가 게임이다. 하지만 40대의 경우, TV시청이 압도적인 1위고, 두 번째가 모바일콘텐트/VOD 시청이다. 우리 딸도 딱 여기에 해당한다. 즉, 우리 딸에게 '적당히 놀자'를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유튜브 시청'과 '패드로 하는 모바일 게임'을 '적당히 하자'로 바꿀 수 있다.
뭐든지 지나치면 독이 된다. 노화 방지와 건강한 정신유지에도 탁월한 운동 역시 너무 지나치면 몸을 상하게 한다. 유산소 운동이 혈액순환뿐 아니라 지방을 태우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차고 넘친다. 하나 '운동의 역설'이란 책에서 밝혔듯 이것도 지나치게 많이 하면 그 효과가 확 떨어진다. 몸이 적응해 예전만큼 지방을 태우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물며 몸에 좋은 운동도 이러한데 노는 건 말해 뭐 하랴. 우린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적당히 놀아야 한다는 것을. 친구들과 스크린 골프 친다고 나가 저녁 먹고 술 한잔까지 하고 이른 새벽녘에 집으로 들어가면 와이프에게 등짝 스매싱 그 이상의 무엇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근데 반대가 되면 이상하게 내가 당한 만큼 뭐라고 못하는 상황도 있다).
최근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에서 연구한 자료는 '게임에 중독되면 뇌 기능이 떨어진다'라고 얘기를 하며 그 기준이 하루에 4시간 이상, 1주에 30시간 이상 게임을 해야 그렇다고 한다. 근데 그 기준 시간을 보면서 뭐랄까 비현실적인 느낌도 들었다. 성인의 경우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만약 매일같이 4시간 이상씩 게임만 하는 자녀를 두고 있다면 이건 왠지 분명 부모에게도 문제가 있을 것 같은 그런 생각 말이다.
돌이켜 보면 지금의 나는, 술을 앞에 두고 친구와 얘기하며 놀거나 스크린 골프를 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예전에는 다르게 놀았다.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 대에는 당구도 치고, 그 당시 폭발적인 인기였던 스타크래프트를 미친 듯하며 놀았다. 저녁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PC방 야간 정액제를 밥 먹듯 끊었고, 그렇게 우리의 새벽은 지난 판의 복기와 다음 판의 전략과 더불어 컵라면으로 마무리되길 반복했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안 논다. 생각해 보면 특별한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는 게 맞을 것 같다. 우리의 인내심이 특별히 강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예전에 본 게임과몰입 관련한 논문에서 일상이 무너질 만큼 게임을 하고 있는 여/남 학생들 중 거의 대부분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예전과 같이 돌아온다고 한 걸 보면 우리 역시 평범한 사람 중 하나였다.
내가 겪어온 과정을 딸도 아마 나름의 방식으로 겪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아직 어린 나이기에 얼마나 놀 건지를 정할 때 부모의 입김(?)이 좀 더 작용하는 시기이긴 하다. 단계마다 적당한(?) 놀이 시간이 있을 테고, 부모와 대화를 통해 정하는 시기도 있을 테고, 커서는 오롯이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시기도 올 테고 말이다. 인생은 모든 나이 대에서 나름대로의 성장스토리를 써가는 것 같다. 자녀를 키우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경험을 하면서 많이 배운다. 그런 과정에서 저마다의 '적당한' 수준을 찾았으면 한다. 그 과정은 'Try and Error'의 연속일 테고 가끔씩 동물의 왕국의 한 장면이 소환될 수도 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수준을 찾기 위해 대화와 시스템(parental controls)을 조화롭게 사용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