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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즌 2

시스템 자체를 공격하는 성기훈의 이야기

by 솔라리스의 바다

<오징어 게임> 시즌 1은 사회의 주류이자 기성세대가 된 4050 세대의 추억과 회환을 담은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에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과 놀던 아이가 자란 뒤, 신자유주의 시대의 견고한 벽에 부딪힌 뒤, 따뜻하고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지만, 그 시절 옛날 놀이들이 살인 게임으로 돌아와 이들이 사회에서 겪고 있는 (살인과도 같은) 정리해고, 실직 같은 공포를 은유한다고 생각했다.

PYH2009061014150001300_P4.jpg 출처: 연합뉴스 포토홈 2009.06.12

그렇다. 한 가족의 가장이 될 나이를 먹은 성기훈(이정재 역) 같은 사람들은 카드빚, 실직, 이혼 같은 단어들이 생활을 파고들어 가정을 완전히 파괴하고 한 인간의 생존마저도 위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과거 오징어 게임에서 졌더라도 집으로 돌아가 암마가 차려 준 저녁밥을 먹으면 하루가 끝나던 어린 시절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고는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투씨>(시드니 폴락, 1982)의 주인공 마이클이 내뱉던 대사다. 유령보다 산사람이 무섭고 괴담보다 회사가 무섭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어른이 된다.

시즌 1에서 오징어 게임의 우승자가 된 성기훈. 많은 시청자들의 바람을 외면한 채,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 자체를 부숴버리겠다고 결심한다. 이것은 4050 세대를 상징하는 성기훈이 자신들이 만든 사회경제 시스템을 혁파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혼자만 잘 먹고 잘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시즌 1가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었다면 시즌 2는 그 시스템이 잘못되었으니 시스템 자체를 없애고 시스템 안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구원하고자 한다. (마치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징어 게임의 프런트 맨인 황인호(이병헌 역)와 성기훈은 대립할 수밖에 없다.

시즌 1을 보면 황인호도 성기훈처럼 오징어 게임에 참여했던 사람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승을 했겠지) 그 뒤, 황인호는 오징어 게임이라는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 시스템을 유지하는 사람이 되었다. (현재 기득권을 가진 4050들처럼 말이다) 그런 황인호와 성기훈을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 하지만 누가 이상한 사람일까? 보통은 황인호 같은 이가 대부분이다. 젊어서는 시스템에 대립했겠지만, 결국 시스템에 포섭된다. 전유된다. 오히려 성기훈 같은 이가 별종이다. 그래서 대부분 성기훈의 행동에 놀란다. 왜 456억을 벌었는데, 다시 돌아왔냐고 묻는다.


시즌 2는 클라이맥스를 앞두고 끝났다. 많은 비밀과 설정, 그리고 결말은 시즌 3에서 해소될 것이다. (그래서 호불호도 갈린다) 하지만 시즌 1에서 성기훈이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했다면, 시즌 2부터는 시스템 자체를 공격한다는 측면에서 나는 시즌 1과 시즌 2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일보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재미있고 없고의 문제와는 조금 다른 얘기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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