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있음)
블룸 하우스가 제작하고 제임스 완이 프로듀싱한 이 영화는 전형적인 블룸 하우스 아니 <컨저링> 스타일의 내러티브 기반을 가진 영화다. 일테면, 처음에 어느 가족이 악령이 깃든 집으로 이사 온다. 그 가족 또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데 집의 악령과 연결되어 이상한 일을 겪는다. 대략 이런 식의 로그라인으로 시작한다.
더욱이 수챗구멍 속에서 악령이 등장하여 아이를 꾄다는 점에서는 스티븐 킹의 원작을 영화화한 <그것>(안드레스 무시에티, 2017)과 매우 비슷하다. 이렇게 익숙한 로그라인, 설정에 (마찬가지로 익숙한) 동양적인 정서를 가미했다. 예를 들면 모성애 같은 것 말이다. 그리하여 영화는 <검은 물 밑에서>(나카타 히데오, 2003)나 <돈 비 어프레이드>(트로이 닉시, 2011) 같은 결말을 암시한다. (다만 이 영화는 막판에 엄마가 아닌 아빠가 그런 선택을 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감독이 공들여 만든 영화를 몇 개의 레퍼런스 영화로 분리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 이게 비판하려는 말은 꼭 아니었다. 몇 개의 특징을 잘 버무려서 새해 벽두부터 소소하게 보는 재미를 줬다고 말하려 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러닝 타임이 짧은 탓인지 (아니면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편집 때 삭제한 것인지) 영화 속 악령의 기원이랄까 원인 같은 건 거의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스토리상으로는 반쪽짜리 느낌이 들었다는 점이 그렇다. 너무 재밌어서 후속 편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더 숨겨진 얘기를 들어야 할것 같아서 2편을 기대하는 기분이랄까. 크레딧을 보면 감독의 단편영화를 확장한 영화라고 하는데, 어쩌면 그런 태생적 한계를 지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