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동안 사랑할 수 있을까?
시즌 1이 패망 직전의 일제강점기 시절의 경성을 배경으로 했다면, <경성 크리처> 시즌 2(정동윤/조영민, 2024)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다. 나진 감염으로 마치 뱀파이어처럼 거의 영원의 삶을 살게 된 시즌 1의 주요 캐릭터들이 80년이 지난 현재에서도 다시 격돌한다.
바로 이런 지점 때문에 재밌기도 했지만 억지전개도 많았고 솔직히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다. 시즌 1의 마지막에서 주요 인물들은 당장 죽음에 이르렀는데, 나진에 감염되면서 새로운 전개를 예고하고 끝났다.
내 생각엔 시즌 2에서 바로 현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보다는 50년대 한국전쟁 혹은 그 이후를 배경으로 했어야 했다. 그러면 복고풍의 배경을 바탕으로 현대사의 비극 속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었을 것이다. (애초 <경성 크리처> 시즌 1도 이런 매력을 지닌 드라마가 아니었나?) 무리한 설정이나 전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80년이나 지나서도 여전히 채옥은 태상을, 태상은 채옥을 사랑한다. 그러기엔 너무 긴 시간 아닐까? (사랑이 그렇게 오래갈까?) 시즌 1이 광복으로 끝났으니까, 시즌 2는 광복 후 기쁨도 잠시, 한국전쟁이 시작되면서 다시 혼란이 시작되고 그 상황에서 채옥과 태수 그리고 마에다 상이 등장하면 재밌었을 텐데. (이번 시즌 2에 들어간 700억 원의 제작비라면 한국전 재현도 가능할 것이다.)
만약 시즌 3이 만들어진다면 다시 과거로 갔으면 좋겠다. 드라마를 꼭 연대기순으로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이 드라마는 과거를 배경으로 하면서 괴물 프로젝트를 실험하는 현대적 설정을 가미한 게 매력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