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B급 액션비디오를 연달아 보는 기분, 좋음
2024년 12월에서 1월 사이에 넷플릭스에서 <백 인 액션>(세스 고든, 2025), <머시>(토니 딘 스미스, 2023), <더 유니온>(줄리안 파리노, 2024), <삶이 다할 때까지>(로돌프 로가, 2025), <레블 리지>(제레미 솔니에르, 2024), <캐리온>(자움 콜렛 세라, 2024), <스위트 걸>(브라이언 앤드류 멘도자, 2021), <공포의 보수>(쥘리엥 르클레르크, 2024)를 봤다.
간단한 줄거리와 소감을 말해본다면, (*스포가 될 수도 있지만 알고 봐도 무방할 듯)
<백 인 액션>(세스 고든, 2025)은 스파이였던 과거를 숨기고 아이를 키우는 부부의 이야기다. 신분이 탄로 나고 사건에 엮이면서 아이들을 위해, 가족을 위해 악당을 쳐부순다. <트루 라이즈>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우리나라 영화인 <스파이>나 <크로스> 같은 영화의 후일담 같았다. 꽤 재밌다. 게다가 카메론 디아즈의 복귀작이고 (난 그녀가 은퇴했는지 몰랐다) 제이미 폭스와 글랜 클로즈도 나온다. 나는 특히나 글랜 클로즈가 반가웠다. 게다가 그녀의 스타일은 <101 달마시안> 때랑 비슷했다.
<머시>(토니 딘 스미스, 2023)는 참전용사이면서 의사인 엄마가 주인공이다. 그가 일하는 병원에 범죄자가 실려오고 그를 입막음하기 위해 조직이 출동하는데, 알고 보니 (의사이면서) 격투기 교관이었던 주인공이 조직을 일망타진한다는 이야기다. 여주인공의 매력이 영화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악당들이 하필이면 그 병원으로 가는 바람에. (존 보이트가 오랜만에 등장한다.)
<더 유니온>(줄리안 파리노, 2024)은 10대 시절 첫사랑이었던 여자가 스파이가 되어 찾아온다는 얘기다. 남자 주인공은 평범한 노동자. 그는 여자를 따라 유럽으로 건너가 비밀 업무를 수행한다. <센트럴 인텔리전스>의 남녀버전 같다. 다만 몇 개의 반전이 꼬리를 물긴 한다. (근데 마크 월버그는 왜 이렇게 영화에 자주 나올까요?) 가장 편안하게 시간을 죽일 수 있는 영화.
<삶이 다할 때까지>(로돌프 로가, 2025)는 오랜만에 만났던 프랑스 액션영화다. 특공대에서 퇴직한 남자에게 협박이 시작되고 남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운다. 알고 봤더니 아내도 남자만큼 싸움을 잘하는 특공대 출신이라는 점! 프랑스 액션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와는 약간 다르다. 늘 진지한 분위기를 깔아 놓는 것 같다.
<레블 리지>(제레미 솔니에르, 2024)는 인종문제와 미국 자치행정 비리를 슬쩍 얹은 액션영화다. 알고 보니 싸움 꽤 하는 주인공을 잘못 건드린 지역의 비리 경찰들이 복수를 당한다. 다만, 이 억울한 주인공을 도와주는 법원 서기 같은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여기서 개연성이 조금 떨어졌다. 그래도 복수는 언제나 통쾌하니까.
<캐리온>(자움 콜렛 세라, 2024)은 공항에서 일어나는 테러리스트의 협박 같은 얘기다. 요 근래 테러리스트 영화들은 협박으로 시작한다. 모두가 협박으로 묶여 있고 그들은 인질로 잡힌 가족을 위해 억지로 일을 한다. 모두 점조직이라 테러리스트는 잘 안 보이고 실행자들만 보인다. 그리고 그들만 죽어나간다. (마치 자본주의 사회 같다) 다만, 주인공이 계속해서 끌려다니는 이야기라 신이 나진 않았다.
<스위트 걸>(브라이언 앤드류 멘도자, 2021)은 신약 개발을 둘러싼 제약회사의 횡포로 아내가 죽게 되자 복수를 결심하는 남편(제이슨 모모아)의 이야기다. 사실 <스위트 걸>을 보기로 마음먹었을 때, 스토리는 상관없었다. 어떤 이야기가 되었든 간에 "아쿠아맨" 출신인 제이슨 모모아가 모두 해결해 주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제이슨 모모아가 맡은 캐릭터는 싸움을 잘하지 못했다. 그래도 후반부에 그럴듯한 반전이 등장하면서 어느 정도는 상쇄했다고 본다.
<공포의 보수>(쥘리엥 르클레르크, 2024). 제목만 보고 이브 몽땅이 나왔던 <공포의 보수>(앙리 조르주 클루, 1953)의 리메이크작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맞았다. (그 옛날의 <공포의 보수>는 깐느와 베를린에서 대상을 받은 영화다) 그러려니 하고 보면 2024년판 <공포의 보수>도 이냥저냥 재밌다. 하지만 엔딩은 많이 별로다. 시험 볼 때 시간 없어서 대충 풀고 제출한 시험지 같달까?
음, 이번 겨울에 본 넷플릭스 액션영화들은 대부분 나쁜 놈들이 사람 잘못 건드렸다가 혼쭐 나는 결말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대부분 과거에 싸움 좀 했지만 지금은 가족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려는 사람들이고. 어쩌면 넷플릭스는 이런 단순한 플롯, 화려한 액션을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오리지널 제작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여기에 전성기는 지났지만 이름값은 있는 배우들, 돈맛이 느껴지는 액션 그리고 하이컨셉의 이야기가 함께 한다. 마치 그 옛날의 비디오 가게 대여순위 1위를 했던 할리우드 B급 액션영화처럼 보인다.
우리야 그저 소파에 앉아 TV를 보면 된다. 영화들 대부분 비슷하지만 상관없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방 안에서 이런 영화를 볼 시간이 있다는 것 자체로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