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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

동시대의 대중들이 가장 원하는 것

by 솔라리스의 바다

사람들은 <중증외상센터>(이도윤, 2025)를 즐겁게 보면서도 저건 '판타지'라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하도 '말도 안 돼'라고 중얼거렸더니 우리 집 고양이가 나를 쳐다봤다.)


예로부터 영화나 드라마는 현실을 매우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그 시대의 유행이 모조리 담겨 있다. 시민의식이나 세계관도 은연중에 드러난다. (그래서 90년대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다시 보다가 집에서/회사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보면 깜짝 놀란다. 그때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웠기에.)


<중증외상센터>의 백강혁 교수(주지훈 역)가 환자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감동하는 건, 실제로는 저란 의사를 만나기 어려워서가 아닐까? 그래서 "에이, 저런 의사가 어딨 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왠지 씁쓸하다.


최근의 화제작을 보자. <더 글로리>의 문동은이 사적 복수에 성공하는 건, 거꾸로 사적 복수를 거의 할 수 없으며 한 번 피해자는 영원히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범택시>나 <열혈사제>의 주인공이 악당을 쳐부수는 장면을 보면서 환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현실에서는 나쁜 놈들이 더 잘 먹고 잘 사니까.


그리하여 과거 정의로운 형사가 나타나 나쁜 놈을 때려잡고, 검사가 등장해서 부정부패를 일소하더니 이제는 정의로운 의사가 등장해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심지어 헬기까지 몬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열광한다. 형사, 검사, 의사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긴 그 옛날의 <홍길동 전>이 각광을 받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현실의 부족함을 해결해 주는 창작물의 주인공은 늘 인기가 많았고 그만큼 현실 세계의 부조리는 늘 있어왔던 것 같다. (*물론 좋은 의사선생님도 많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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