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당치도 않은 생각이겠지만
<폭싹 속았수다>(연출 김원석/극본 임상춘, 2025)를 열심히 보고 있다. 재밌지만 감정 소모가 큰 드라마다. 그래서 하루에 에피소드 하나 이상을 보기 힘들다. 드라마를 보면서 새삼, 엄마에 대해 생각한다. 엄마와 아빠의 젊은 시절이 궁금해 진다. 딸 가진 엄마의 숙명이라든지 인생의 되물림에 관해서도 생각해 본다. 두 세대의 여자들, 아니 삼대에 걸친 엄마와 딸, 그리고 사랑꾼 아빠.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가족애, 혈연, 식구, 사랑 같은 오래된 감정을 맛본다. 그리고 질문한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나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애순이처럼, 관식이처럼 사랑하고 있나?
이렇게 <폭싹 속았수다>의 이야기에 홀려, 캐릭터의 내면이나 상황의 아이러니에 빠져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가족을 잘 건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려던 찰나, 불온한 마음이 떠올랐다.
잠깐만, 이건 너무나 교훈적인 게 아닌가? 마치 70~80년대 드라마처럼, 혹은 <국제시장>이나 <인천상륙작전> 같은 영화처럼, 국민학교 교과서의 동화처럼. 나를 건전하고 온건하게 만드는 이 드라마의 목적이 의심스러워졌다. 어쩌면 <폭싹 속았수다>는 전 국민을 모범적인 가족, 인자한 엄마아빠로 만들 셈인지도 몰라. 이건 너무 이상한 세상인데.
물론 터무니없는 생각일 것이다. 이미 나는 드라마가 가진 선함에 누구보다 감동했으니. 어쩌면 <폭싹 속았수다>에 과몰입한 내가 거울을 보고 화들짝 놀란 글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