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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제목 빼고 다 좋았던 영화

by 솔라리스의 바다

요 근래 <야당>(황병국, 2025)을 재밌게 봤다. 어쩌면 내용을 모르고 갔다가 "야당"이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정치영화가 아닌 걸 알게 되었을 때,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이 들어서였을 수도 있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마약수사 영화를 떠올렸다. <극한 직업>(이병헌, 2019)은 미약보다도 코믹함이 더 기억나는 영화였다면 <독전>(이해영, 2018)이나 <사생결단>(최호, 2006)은 더 어둠이 깊고 무서운 영화다. 반면에 <야당>은 적당히 심각한 대신 인과관계가 명확하고 반전의 반전을 곁들인 영화였다.


마약이라는 소재를 들어내면, <야당>은 <부당거래>(류승완, 2010)나 <내부자들>(우민호, 2015) 같은 영화에 가까워 보인다. 정치, 검찰, 비리 같은 이야기도 그렇고 내러티브를 풀어내는 방식도 비슷한 결이 있다. 다만 <야당>이 좀 더 뚜렷하게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건 세 명의 주인공에게 모두 각각의 상대 악당이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 이강수(강하늘)는 자신을 배신한 구관희(유해진) 검사에게 복수를 원하고 영화배우였던 엄수진(채원빈)은 자신을 나락으로 빠트린 대통령 후보 아들 조훈(류경수)을 무너뜨리려 한다. 그리고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박해준)는 마약왕 염태수(유성주)를 잡고 싶어 한다. 이렇게 3대 3으로 대결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무엇보다 앞에서 언급했던 <독전>, <사생결단>, <부당거래>, <내부자들>보다도 경쾌하다.

6d0c6e608962f9cfc84f2277745ec89328cebc50 류경수 배우의 악역 연기는 근사하다. <떨어져 있어야 가족이다> 같은 단편영화에서 찌질남을 연기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e0a3680e5dc21b71b4cc55c4d60f98e067387d86 오상재(박해준)는 여전히 '관식이' 같았다. 극장에서 많은 여자분들이 "관식이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다"는 얘기를 하더라.
b99c692f99b1dea090a5cb126f05fb5ebe980526 <나의 친밀한 배신자>에 나왔던 채원빈 배우도 무난한 역할을 맡았다. 연기도 좋았고.

다 좋았는데, 18세 관람불가라는 점이 흥행에는 치명적일 것 같다. 나중에 들어보니 등급 재심을 3번이나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바람에 18세 관람불가가 되었다고 한다. 선정적인 부분을 과감히 덜어내 15세 관람가가 되었다면 적어도 100만 명 정도는 더 보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제목은 바꿨어야 했다. 극 중에서도 계속해서 "너, 야당질 하니?", "너 나랑 같이 야당 해볼래?" 등의 대사가 나오는데, 귀에 잘 감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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