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크림

누구랑 영화를 봤던가?

by 솔라리스의 바다

엊그제 늦은 밤 케이블 TV에서 <스크림>(웨스 크레이븐, 1996)이 방영되고 있었다. 채널을 멈추고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의 일이 떠올랐다. (오랫동안 잊힌 기억이었다.)

1990년대 하이틴 영화(물론 하이틴 호러지만)를 보는 건 묘하다. 굉장히 익숙하고도 낯설기 때문이다.

<스크림>은 미국에서 1996년에 개봉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에 개봉했다.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당시에는 영화계 혹은 문화계 언저리에서 이런 저런 이벤트(예를 들면, 심야상영 행사라든지 기획전 등등)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분과 같이 가고 싶었다. 하지만 한 번도 그러지 못했다. 말도 못 꺼냈다. 그런 곳에 같이 가면 얼마나 근사할까?라는 생각만 하던 어느 날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그 사람과 영화를 처음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함께 본 영화는 바로 <스크림>. 영화를 보러 간 극장은 "TV, our mansion"이라는 극장이었다. (현실에는 없는 극장이었다) 꿈속에서 너무나 감격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라고 말하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스크림>의 연출자 웨스 크레이븐이 <나이트 메어> 시리즈로 유명한 감독님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꿈속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스크림>을 봤다는 건 재미있는 우연이긴 하다. 심지어 몇 개월 뒤 그 사람과 실제로 <스크림>을 보게 된다. (맙소사!) 영화를 본 뒤 사실은 얼마 전에 꿈속에서 너랑 이 영화를 봤어, 같은 이야기를 열심히 주워 담았지만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긴 첫 데이트로 <스크림>을 보다니.


화면 속에 등장하는 30년 전의 드류 베리모어나 니브 캠벨(시드니 역을 맡았던)은 참 젊고 예뻤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그분은 뭐 하고 사시나 모르겠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