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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온갖 영화가 떠오르는, 조립영화

by 솔라리스의 바다

넷플릭스 드라마 <광장>(최성은, 2025)을 봤다. 40분 정도로 이루어진 7부작 드라마라 금방 금방 볼 수 있었다. 러닝 타임뿐만이 아니다. 동생의 복수를 하는 남자, 복수의 대상이 된 아들을 지키려는 또 다른 남자. 그 사이에서 흑막으로 작동하는 사람 등등 여러 인물의 욕심과 서사가 섞인 영화다. 물론 이 모든 건 액션으로 귀결되지만.

제목 없음.jpg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정말 다양한 영화와 캐릭터가 생각난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기본적으로 <광장>은 동생의 복수를 한다는 점에 최근에 개봉한 <브로큰>(김진황, 2025)과 닮았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겟 카터>(마이클 호지스, 1971)가 있다. <겟 카터>의 주인공 카터(마이클 케인)는 형의 죽음과 관계된 모든 사람에게 복수한다. <광장>의 기준(소지섭)은 이들의 후예가 아닌가 싶다.

기준의 동생 기석을 죽였다는 의심을 받는 빌런 구준모(공영)가 하는 행태는 <존 윅>(데이비드 레이치 외, 2015)에 등장하는 러시아 마피아 아들과 닮아 있다. 존 윅의 차를 빼앗고 개를 죽인 그 인간 말이다. 하는 짓이나 태도, 지위와 신분도 비슷하다. 아버지인 구봉산(안길강)이 처음에 준모를 때리는 장면은, <존 윅>에서 러시아 마피아 보스인 아버지가 그 아들을 때리는 장면과 거의 비슷하다. 나중에 수많은 사람을 쓰고도 결국 주인공의 손에 죽는 것도 비슷하고.

두 조직인 주운과 봉산 사이에서 막후 조종을 하는 차영도(차승원)의 캐릭터는 <신세계>(박훈정, 2013)의 강 과장(최민식)과 정말 비슷하다. 차영도의 그 느물거리는 말투와 태도는 <폭군>(박훈정, 2024)의 살인청부업자 임상과 비슷해서 차영도도 살인청부업자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스포 있음) 밝혀진 바로는 강 과장 같은 인물이었다.

한편, 전체적인 이야기는 <로드 투 퍼디션>(샘 멘데스, 2022)와 닮았다. <로드 투 퍼디션>은 보스의 총애를 받는 이인자를 제거하려는 보스 아들의 이야기다.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었던 아들의 못난 짓이었지만, 결국 아버지는 아들 편. 그래서 아들보다 더 사랑했던 부하를 죽이려는 얘기다. <광장>은 기준의 복수극이지만, 숨은 이야기는 <로드 투 퍼티션>과 닮았다.


이렇게 많은 영화의 캐릭터와 설정을 가져와 이렇게 잡탕처럼 드라마를 만들어도 될까? 난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요소를 조립한 뒤, 소지섭의 불사신 액션을 넣으면 된다. 무엇보다 넷플릭스 드라마니까. 그 옛날 비디오가게에서 주말마다 혹은 방학 때마다 동이 났던 미국 B급 액션영화를 생각해 보자. 극장에서는 거의 보지 않지만 1,000원 혹은 2,000원의 대여료를 내고는 모두 봤던 영화다. <광장>도 비슷한 쓰임새가 있다고 생각한다. 극장에서 보진 않겠지만 주말 소파에 앉아 선풍기를 켜놓고 과자를 먹으며 소지섭의 액션을 본다. (제작비도 제법 든 것 같다) 숨은 미스터리를 풀고 복수심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럼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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