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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 워: 분열의 시대

영화도 영화지만, 커스틴 던스트의 세월에 대해

by 솔라리스의 바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알렉스 가랜드, 2024)를 뒤늦게 봤다. 작년 아니 올해 초에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던 영화였는데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같은 영화인 줄 알고 찾아보지도 않았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분열의 시대'라는 부제는 한국에서 임의로 단 제목인데, 너무 직설적인 표현이 아닌가 싶다.)

3f687042379668ecf0edfbd1ab7659d2f0689f77 얼핏 보면 강유정 평론가와 닮았다. 맡은 역할이 그래서였을 수도 있지만.

케이블 TV에서 우연히 본 <시빌 워>는 생각과 다른 진지한 영화였다. 내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똑 닮은) 미국 대통령을 인터뷰하러 떠난 4명의 기자를 따라 분열과 폭력으로 얼룩진 미국의 풍경을 보여준다. 요즘의 미국을 보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성지처럼 떠받들던 천하의 미국도 다 소용없구나 싶은데,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그런 인식을 시각적 이미지와 상황 설정을 통해 또렷하게 표현하였다. (무서울 정도였다.)


그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유명한 종군 기자인 리(커스틴 던스트 분)다. 이야. 처음에는 몰라 봤다. 어디서 본 얼굴인데, 정도였달까? 그리고 리가 커스틴 던스트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내가 좋아하던 <스파이더 맨>의 MJ는 어디로 간 걸까? 그러고 나서 생각해 보니 벌써 20년도 넘은 영화였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거슬러 올라가 보자.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에서의 클라우디아, <쥬만지>(1995)의 쥬디를 연기했던 소녀였다가, 2000년대에는 <스파이더 맨> 시리즈에서 MJ로 등장했다. <이터널 선샤인>(2004)도 잊을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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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쥬만지>, <작은 아씨들>, <이터널 선샤인>, <스파이더 맨>에 나온 커스틴 던스트. 근데 사진 배열이 왜 이렇죠?

이후에도 <멜랑리아>(2011)나 <히든 피겨스>(2016), <매혹당한 사람들>(2017), <파워 오브 도그>(2021)에 출연했지만, 나는 여전히 <쥬만지>나 <스파이더 맨>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배우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면서 많은 영화에 출연했는데, 관객 중의 한 명이 괜스레 그녀가 맞이한 세월을 탓한다. 그러니까 커스틴 던스트를 보면서 "벌써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거울 속의 나를 똑바로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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