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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뜬금없이 처음 <미션 임파서블>을 본 날이 생각나다.

by 솔라리스의 바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크리스토퍼 맥쿼리, 2025)의 막차를 탔다. 시리즈의 최종화답게 팬들을 위한 서비스를 잔뜩 집어넣었다. 대통령의 메시지를 빌려 1편부터 7편까지 에단 헌트(톰 크루즈 분)의 활약상을 요약해서 보여주는가 하면, 3편에 등장하는 '토끼발'의 비밀이라든지 1편에서 사라진 윌리엄 던로(명장면에 희생된 CIA요원)와의 재회, 7편부터 등장해서 에단 헌트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CIA 요원의 비밀 등이 밝혀진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시리즈를 모두 본 사람들은 반가울 만한 장면/설정이었다.


<미션 임파서블 1>(브라이언 드 팔마, 1996)이 등장했을 때, 히치콕의 장자라 불렸던 드 팔마, 갱스터 영화 장인이었던 드 팔마가 스파이물을 연출한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하지만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당시 극장가의 화제작이었다. 이후 <미션 임파서블 2>(오우삼, 2000)과 <미션 임파서블 3>(J.J 에이브람스, 2006)은 극장에서 보지 않았지만, (영화 보러 갈 생각도 못하고 살던 시절이었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브래드 버드, 2011),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크리스토퍼 맥쿼리, 2015),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크리스토퍼 맥쿼리, 2018),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크리스토퍼 맥쿼리, 2023)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크리스토퍼 맥쿼리, 2025)은 모두 극장에서 봤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1편과 4편이다. 1편은 가장 클래식하고 4편은 잊고 있었던 <미션 임파서블>을 다시 떠올리게 한 에피소드인 것 같다. 반면에 2편과 3편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우삼을 사랑하지만 2편은 너무 <첩혈쌍웅>스럽다. 3편은 사랑하는 사람이 납치된다는 설정 자체가 몰입을 방해했다. (공교롭게도 2편과 3편 모두 극장에서 보지 않았다. 극장에서 봤으면 달라졌으려나요.)

물론 전체 시리즈를 생각하면 1~4편 그리고 5~8편을 각각의 범주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1~4편까지는 감독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5편부터는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각본과 연출을 함께 맡으면서 일관성이 생겼다. (<유주얼 서스펙트>의 시나리오를 썼던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잭 리처>를 연출하면서 톰 크루즈를 만났고 이후 <엣지 오브 투머로우>와 <탑건: 매버릭>도 연출했다. 그야말로 톰 크루즈 전문 감독인 셈.)


몇 명 안 되는 관객과 함께 극장에서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보다가 처음 <미션 임파서블>을 봤던 때가 생각났다. 1996년 여름, 신촌의 어떤 극장, 매진 관객, 좋아하는 사람과의 데이트, 차가운 에어컨, 맞잡은 손과 팝콘과 콜라. 스크린에는 이미 슈퍼스타였던 톰 크루즈, <레옹>으로 할리우드에 안착한 장 르노, <미드나잇 카우보이>의 존 보이트, 한동안 무척 좋아하는 배우였던 에밀리오 에스테베즈가 등장했다. (물로 에밀리오 에스테베즈는 등장하자마자 죽지만) 정말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미션 임파서블 1>을 보던 때부터 굉장히 멀리 와버렸다. 하지만 과거의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나'가 된다고 루터가 말한 것처럼,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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