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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Jun 29. 2022

어떤 추모

이제는 하늘에서 영화를 만들기 바라요.

얼마 전,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던 독립영화감독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향년 50세. 아직은 창창한 나이다. 

     

이분의 본업은 번역가라고 들었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최근 몇 년 간은 일 년에 6개월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6개월은 독립영화를 만드는 식으로 살았다. 그래서 꽤 많은 영화를 만들었다. 그것도 제대로 프로덕션을 진행하면서 말이다. (나도 2년 전, 이 분의 영화에 스태프로 참여했는데, 독립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개런티를 충분히 받았다. 일반적으로 독립영화 씬에서는 제대로 인건비를 챙겨 주기보다는 서로 품앗이를 하거나, 근사한 저녁 한 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독신으로 살았기에 부양할 가족이 많지 않았고, 자기 분야에서 실력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돈이 풍족하다고 반드시 아낌없이 베풀지는 않는다. 프로덕션 방식에 있어서는 여러모로 본받을 점이 많았다.     


이 분은 자신과 비슷한 연배인 40~50대 남성 지식인이 등장하는 영화를 줄곧 만들었다. 올드하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상당히 예스럽긴 했다!) 나름 귀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독립영화에서 40~50대 남자가 주인공인 경우는 거의 없다. 나는 이것이 독립영화를 만드는 연출자의 연령대와 관계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20~30대 독립영화감독이 많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또래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생각해 보면, 40~50대가 독립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다. 심지어 그 나이가 돼서도 독립영화를 만든다는 건, 철이 없거나 아니면 (충무로에 갈) 능력이 없다는 식의 비판이 가해지기도 한다. (나의 경우, 인정 가능.)     


어쨌거나 잘 알던 분이 돌아가셨고, 당연히 마음은 좋지 않다. 개인적인 친소관계를 떠나서, 뭔가의 일을 함께 꾸미는 '동지'라는 생각을 몰래 하고 있었나 보다. 최근까지도 영화를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를 쓰셨다는데, 이제는 시나리오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독립영화 제작지원 프로그램을 들락거리고 있다. 예산을 짜고, 프로덕션 계획을 짠다. 시나리오는 늘 있다. 다른 게 없을 뿐. 그래도 계속 영화를 만드는 수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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