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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Sep 28. 2022

레드 노티스

비디오 가게 인기 순위에 있던 B급 액션 영화가 생각났다

한가로운 오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드 노티스>(로슨 마샬 터버, 2021)를 봤다. 



이 영화는 라이언 레이놀즈와 드웨인 존슨, 갤 가돗 주연의 모험 액션 영화다. 정확하게 말하면, 데드풀처럼 떠드는 도둑이 등장하는 인디아나 존스류의 영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심지어 영화 속에서 라이언 레이놀즈가 <인디아나 존스>의 주제곡을 휘파람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킬러의 보디가드>(패트릭 휴즈, 2017)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라이언 레이놀즈가 반대 역할(사무엘 L. 잭슨)을 맡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드웨인 존슨의 캐릭터는 많이 아쉽다. 굳이 드웨인 존슨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라이언 레이놀즈를 받쳐주는 역할이었다.)


시종일관 떠들고, 까불고, 드립을 치는 부스(라이언 레이놀즈)와 어쩌다가 부스에게 말려버린 FBI 하틀리(드웨인 존슨)가 콤비가 돼서, 그 옛날의 황금 알을 찾으러 다니고, 여기 또 다른 도둑 블랙(갤 가돗)이 가세한다. 그리고 이들을 쫓는 인터폴이 있다. 


이런 황금 알 세 개를 찾으러 다닌다.


솔직하게 말하면, 배우의 이름값(단독 주연급 배우가 3명이나 모였다)과 장르(화려한 어드벤처 액션이다) 그리고 제작비(엄청 때려 부수고, 세계 곳곳을 누빈다)를 생각하면, 완성도는 많이 떨어진다. 특히 엔딩은 많이 아쉽다. 영화과 신입생이 급하게 마무리한 시나리오의 결말 같다. 하지만 넷플릭스 영화 아닌가? 따로 돈을 낼 필요도 없고,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감상하면 된다. (가끔 딴짓도 하면서!) 나는 모처럼 쉬는 날, 고양이 배를 긁어주면서 (내 손을 할퀴었다) 즐겁게 감상했다. 영화를 포함해서 그 오전의 소파와 시간 모두가 '휴가 패키지'인 것 같았다.


이런 영화는 옛날부터 있었다. 


비디오 가게에 가보면, 극장 개봉은 안 했지만 (혹은 잠깐 하고 내려왔지만) 장기간 인기순위 10 안에 있는 영화들이 있다. 적당히 유명한 사람이 나오고, 적당히 제작비를 들이고, 적당히 재밌다. 쉬는 날, 슬리퍼를 끌고 가서 두 개쯤 빌리고 싶은 영화들. 그래서 내가 집에서 쉬고 있음을 확인시켜 줄 영화들. 그런 영화와 비슷했다. (이 경우에는 너무 재미있어도 문제가 된다. 영화에 집중해야 하니까.)


<레드 노티스>를 연출한 로슨 마샬 터버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영화를 보기도 전에 대충 감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드웨인 존슨이 출연한 <스카이스크래퍼>(2018)는 테러리스트와 싸우는 이야기지만, 재난 영화에 가깝다. 그리고 <센트럴 인텔리전스>(2016)도 있다. 이 영화는 학창 시절에는 왕따였지만, CIA가 된 드웨인 존슨과 학창 시절에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회계사인(좀 찌질해진) 친구가 콤비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액션 코미디 영화다. (나는 이 영화를 재밌게 봤다) 그리고 <피구의 제왕>(2004)이 있다. 이 영화는 벤 스틸러가 나왔다.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에 유행했던 화장실유머 장르의 영화다. (예전에 굉장히 좋아했다!)


피구왕 통키가 생각나는 <피구의 제왕>


로슨 마샬 터버의 거의 모든 영화는 <레드 노티스>('Red Notice'는 인터폴의 '적색 수배'라는 뜻이다)와 비슷하다. 영화의 내용이 아니라, 영화를 대하는 관객의 태도가.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영화를 만드는 것도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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