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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Jun 19. 2023

대부 1

코폴라가 고작 33살에 만든 영화라니.

오랜만에 <대부 1>(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1972)을 봤다. 거의 모든 사람이 <대부>라는 영화를 알고 있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영화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보지 않았어도 너무 잘 알고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너무 유명한 영화는 그 자체로 쉽게 질린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최근에 <기생충>(봉준호, 2019)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길고 긴 결혼식 장면. 하지만 이 시퀀스에 영화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나 또한 그러했다. <대부 1>를 마지막으로 본 때가, 족히 30년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는 지금까지, <대부>는 영화사에 나오는 기록으로 기억할 뿐이었다. 영화에 대한 감상, 느낌 같은 건 일찌감치 잊었다.  


그리고 얼마 전 <대부 1>을 다시 봤다. 순전히 일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앞부분만 잠깐 볼 생각이었다. 화려한 결혼식이 열리는 저택의 어두운 방에서 청부를 받는 돈 꼴레오네. 아니면 장면을 훌쩍 건너뛰어, 병원 씬을 보거나. (아주 어렸을 때, 우연히 TV에서 <대부 1>을 봤는데, 이 병원 씬부터 봤다. 어린 마음에도 긴장감이 하늘을 찔렀던 것 같다.) 


그렇게 부담 없이 봤는데, 결국은 한 호흡에 다 보고 말았다. 계속해서 다음 장면이 기다려졌다. 3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대단하다. 명작이란 이런 것일까?


이 장면에서는 화해를 권하는 자가 배신자다,라는 유명한 대사가 등장한다.

나는 코폴라가 또래에 비해 일찍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마틴 스콜세지,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브라이언 드 팔마. 이들 중에서 코폴라는 군계일학이었다. 33살에 만든 <대부 1>. 그리고 마흔 살에 만든 <지옥의 묵시록>(1979). 하지만 금방 사그라든 것도 사실이다. <드라큘라>(1992)를 좋아하지만, 코폴라가 얻은 명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명작을 만드는 마틴 스콜세지가 더 멋진 감독이 아닐까?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완성한 스필버그가 더 대단한 게 아닐까? <스타워즈>를 오타쿠의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영화로 만들어 버린 조지 루카스는? 친구들에 대한 열등감을 왕성한 창작력으로 해소하려 했던 (인간적인) 브라이언 드 팔마가 더 멋진 사람이 아닐까? 오랫동안 이렇게 마음대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 <대부 1>을 보면서 느낀 생각은, 


코폴라는 <대부 1> 하나만으로도 영원히 칭송받을 감독이라는 점. 고작 33살의 나이에, 이런 영화를 만들다니. 도대체 뭘 먹고 큰 걸까? 따지고 보면, <대부 1>은 굉장히 복잡한 이야기도 아니다. 몇 개의 시퀀스로 이루어진 단순한 전개다. 그렇지만, 깊은 강처럼 거대하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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