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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Jun 08. 2022

배우 이얼 별세

영화 현장에서 만난 배우님

배우 이얼 씨가 별세했다. 향년 58세. 원인은 식도암이었다고 한다.


이분은 2000년대 왕성히 활동했지만, 2010년대에 스크린에서 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나는 조성하 씨와 이얼 씨를 헷갈려하기도 했다. (나는 배우들이 화장이나 헤어스타일만 조금 달라져도 잘 알아보지 못한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기 때문에 몰랐는데, 최근 몇 년 간은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조연으로 출연했다고 들었다. 


나는 예전에 딱 한 번, 상업영화의 스태프를 한 적이 있는데, 이얼 씨가 나온 영화였다. 그래서 가까이에서 유심히 볼 기회가 있었다. 친해질 기회는 없었지만, 정중하고 성실했던 모습이 기억난다. 촬영 일정이 굉장히 퍽퍽한 프로덕션이었는데, 감독님을 믿고 열심히 연기했다. 한 번은 내가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개의치 않아하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연예계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어쩌다 인연이 있는 배우가 아직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 영화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벌써 두 분이 사망했다. 훗날 감독으로 입봉 해서 흥행작을 선보인 사람도 (아마도) 두 명이다. 헤드급의 기술 스태프로 성장한 사람도 있고, 서울아트시네마에 가면 가끔 보이는 사람도 있다. (언젠가 인사를 드렸는데, 당연히 알아보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인정을 못 받은 사람도 있고, 그 영화를 끝으로 현장을 떠난 사람도 있다. 


그때는 훗날 이런 소식을 듣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이런, 오늘과 같은 일들이 자꾸 생기겠지. 누군가의 소식-기쁜 소식이든 안타까운 소식이든-을 듣고, 과거를 떠올리며, 그때는 몰랐을 미래의 일을 결부시킬 테지. 나만 그러는 것도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어쩌다 내 소식을 들으면서 자신의 기억을 뒤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예 그분의 기억에서 사라져, 찾을 서랍도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 물론 그것도 나쁘진 않다.


이얼 배우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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