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운전이 하필 끝판왕이라니
들뜬 마음에 보자마자 바로 구입한 나의 아반떼.
구입하자마자 닥친 시련은 내겐 끝판왕급 시련이었다.
중고차매장에서 우리 집 까지는 차선 구분이 없는 좁은 시골길, 왕복 8차선 산업도로, 고속도로, 골목길 등이 종합으로 모여 있는 공포의 도로!
2004년 운전면허 취득 이후 단 한 번도 운전을 하지 않았던 내가 이 모든 것을 뚫고 올 수 있을 것인가.. 생각만 해도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쩔 도리는 없었다.
어쩌겠는가. 세상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사회생활에서는 누가 나를 위해 몸을 던져주지 않는다. 무슨 일이 닥쳐도 내가 맞고 내가 싸우며 내가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2년 차에 빛나는 베테랑 드라이버 친구가 같이 가 준 덕분에 길안내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네비도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대망의 첫 운전. 시동 걸고. 기어 D로 옮기고. 액셀. 부웅. 크으, 107마력 알파엔진의 강력한 힘이 내 몸을 시트로 밀착시키는 이 강렬한 느낌이라니.(당시 느낀 체감상으로)
앞으로 이 차와 함께 할 미래가 듬뿍듬뿍 기대되는 첫 드라이브. 있는 힘껏 핸들을 잡고 언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바로 브레이크를 밟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그 어떤 위험이 눈앞에 닥치더라도 바로 반응하겠다는 맹렬한 눈빛으로 전방을 주시하며 달렸다.(땀이 뻘뻘 났는데 에어컨 틀 여유조차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내 차는 어느새 아파트 단지 내로 진입하고 있었다.
첫 차.
첫 드라이브.
하지만 낭만과는 거리가 먼.. 속옷마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그날의 운전은 이젠 기억해내려 해도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래도 살았다,라는 안도감에 너털웃음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