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의 고군분투
드디어 내 차가 생겼다는 기쁨에 주변 사람들에게 온갖 톡을 날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차를 뽑았다, 굉장히 멋진 아반떼다(?), 드라이브 가자, 정비하는 친구들아 내 차 좀 체크해 줘라 등등.
26살에 차를 산 친구들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어깨가 으쓱으쓱했다.
친구 따라서 다니던 정비소로 차를 끌고 가서 거기서도 자랑질을 했더란다.(130만 원짜리 들고 와서 두세 시간을 떠들고 있었으니 사장님이 보기에 얼마나 귀여웠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좀 부끄럽기도 하다.)
끝도 없는 차 이야기를 한 뒤에 안녕히 계시라고 인사드리고 신나서 차에 시동을 걸었다.
기어를 R로 옮기고 핸들을 적당히 돌리고 액셀을 슬슬 밟아 차를 빼고 있었다.
콰자자자자작.
정말이지 소름 끼치는 소리였다.
107마력의 엔진이 내는 힘 앞에서 종잇장처럼 구겨진 철판.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내 차에 부딪혀 박살이 난 카센터 협력업체 트럭.
숨도 제대로 안 쉬어지고 손이 파들파들 떨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차를 뽑았다고 신나서 떠들던 꼬마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다 같이 아이고 소리를 내는 것이 들렸다.
이러면 안 돼 이러면 안 돼 이러면 안 돼 이러면 안 돼 수 없이 되뇌었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는 헛수고였다.
기어를 P로 바꾸고 차에서 내려 부딪힌 부분을 봤다.
내 차 앞 휀다와 트럭의 짐칸이 부딪힌 상태.
협력업체 직원은 애써 태연하게 걸어오긴 했지만 얼굴이 시뻘게진 상태였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일단 빼세요.."
"네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다시 차에 올라서 기어를 D에 넣고 움직였다.
또다시 콰자자자자작.
평소 믿지도 않던 신이 왠지 나를 억까하는 거 아닌가, 왜 차 가져온 지 이틀 만에 이렇게 나한테 큰 시련을 내리는 것인가, 내가 평소에 기도라도 드려야 했나 온갖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또 들었다.
차를 옆에 세우고 다시 내려서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정말 죄송합니다.. 차 크기가 감이 잘 안 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로 그곳은 카센터.
차를 정비하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한 곳.
내가 사과를 하는 도중에 서너 명의 사람들이 각각 망치, 케이블타이, 컴파운드, 헝겊 등을 가지고 와서 구부려진 곳을 망치로 퉁퉁 치고 각을 보고 떨어진 곳을 케이블타이로 묶고 페인트가 묻은 곳은 컴파운드로 쓱싹쓱싹 닦기 시작했다.
한 2분 걸렸을까?
의외로 다시 멀쩡해진 두 차와 허허 웃고 있는 사람들이 내 눈앞에 있었다.
"괜찮아요. 가세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손을 저으며 말씀하시던 협력업체 직원 분.
잠깐이지만 그분 머리 뒤에서 후광이 비쳐오는 것 같은.. 좀 과장일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속에는 그런 느낌이었다.
"정말 죄송하고.. 정말 감사합니다.."
연신 꾸벅꾸벅 인사를 하고 다시 차에 앉았다.
만으로 딱 하루. 내 차와 만난 지 이틀째.
내 인생의 첫 교통사고는 그렇게 Chill guy들에 의해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