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쓴 글,
수채화 현상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수채화를 그리기 위해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린 뒤,
물감으로 색을 칠할 때 일어나는 현상과 같다
붓을 든 순간,
물감과 물을 6:4로 섞은 한 방울이
도화지에 떨어지고,
스잔이 스며들어 사방으로 펼쳐지는 현상과 같다
잔잔했던 실체가
마음속 도화지에 닿는 순간 크게 번지고 마는 그런 것,
그것이 그리움이 아닐까.
오래된 그리움은 실체도 없고,
형체도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추억을 하고 있노라면
그때의 감정과 추억들이
고스란히 가슴속에 번진다
한편으로는 먹먹해지면서 말이다
그리움은 확실히 사랑과는 다르지만
사랑만큼 애잔한 것이 또 같기도 하다
우리는 인생의 도화지를 채워가기 위해
색깔을 칠해야 할 테고,
그렇게 하기 위해 물감과 물이 6:4가 섞인 붓을 들어야만 한다
그리움을 피하기 위해 물을 꽉 짜버리고 색칠을 하면
메마른 수채화가 돼버린다
그렇기에,
우리는 수채화를 완성시키기 위해,
매번 도화지에 그리움 한 방울을 떨어뜨릴 것이다
그때마다 어쩔 수 없이 그리움이라는 것을 마주쳐야만 할 것이고,
그때는 그 감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짝 아파해주고 살짝 애잔해하면 되겠지...?
그렇게 우리의 백색 도화지는
다양한 색깔의 그리움이 배인 수채화로
완성되고 말 것이다.
<글은 2012년에 썼지만,
2020년 5월 친구와 그린 수채화 사진을 첨부>
햇살 좋고, 구름이 아름다운 날
piknic에서 물감을 샀다.
친구와 서로에게 이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주기 위해,
그리고 서로 그려준 수채화 이야기들.